배려 악용한 '사이렌 돈벌이'…사설구급차의 불법 백태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인기그룹 지오디(god)의 김태우(42)씨가 사설 구급차를 이용해 행사장에 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비난을 받고 있다.
이처럼 응급환자가 아닌데도 사설 구급차를 불법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종종 드러나지만 실제 단속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일부 사설 구급차 운전기사들은 응급환자를 위해 길을 비켜주는 다른 운전자들의 배려를 악용해 돈벌이를 하며 개인의 잇속을 챙기고 있다.
응급환자 이송보다 돈벌이 급급한 경우도
16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올해 현재 응급환자이송업으로 사업자 등록을 한 사설 구급차 업체는 전국에 143곳이 있으며 구급차 수는 모두 1천164대다.
응급환자이송업 허가를 받아 사설 구급차 업체를 운영하려면 특수구급차를 5대 이상 보유해야 하고 자본금도 2억원 넘게 있어야 한다.
또 면적 66㎡ 이상인 사무실과 구급차를 댈 차고 등도 미리 확보해야 하며 특수구급차 1대당 운전기사 1.6명과 응급구조사 1.6명도 둬야 한다.
이용료 성격의 이송처치료는 응급구조사가 함께 타는 특수 구급차의 경우 거리에 따라 기본요금(10㎞) 7만5천원에 1㎞를 초과할 때마다 1천300만원씩 더 붙는 식으로 책정된다.
그러나 일부 업체들은 김씨 사례처럼 응급환자가 아닌데도 사설 구급차를 활용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한다.
2018년 울산에서도 트로트 가수 2명을 행사장 등지로 태워주고 돈을 받은 사설 구급차 업체가 적발되기도 했다.
일부 사설 구급차 운전기사는 돈벌이를 위해 김씨와 같은 연예인을 태워주거나 허가 지역 외에서 응급환자를 이송하기도 한다.
이들은 차가 밀리는 도로 위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모세의 기적'처럼 길을 양쪽으로 터주는 다른 운전자들의 선의를 악용해 구급차로 '총알택시'처럼 돈벌이를 하는 것이다.
응급환자 이송보다는 돈벌이에 급급하다 보니 또 다른 불법도 암암리에 벌어지고 있다.
운영비를 아끼기 위해 지인 등을 허위로 4대 보험에 가입시켜 응급구조사나 운전기사 수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행정당국의 단속을 피한다.
또 대형 병원 응급실 병상이 꽉 차 전원 환자를 구급차에 태운 채 기다릴 때 돈을 받으면 불법이지만 일부 업체는 시간당 요금을 추가로 요구하기도 한다.
사설 구급차 업체 임원 A(35)씨는 "우리 업체는 아니지만 솔직히 특수 구급차에 응급구조사를 태우지 않는 곳이 많다"며 "비용을 아끼려고 그러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장에서 양심적으로 일하는 사설 구급차 업체가 90%"라며 "일부 업체의 불법이 부각되면서 사설 구급차 업계 전체가 비난받는 상황은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신고 없으면 불법 사설 구급차 단속 쉽지 않아"
이처럼 사설 구급차의 사적 이용 사례가 적지 않지만, 경찰이 이를 도로에서 단속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불법이 의심되는 구급차를 멈춰 세웠다가 실제로 분초를 다투는 응급환자가 타고 있으면 논란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7년 서울에서는 응급환자를 이송하던 사설 구급차를 경찰이 단속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당시 교통 경찰관은 신호를 위반한 사설 구급차를 세운 뒤 호흡곤란을 호소한 60대 뇌졸중 환자의 상태를 보고 의사 소견서까지 확인한 뒤에야 보내줬다가 환자 가족으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당연히 사이렌을 울리며 달리는 구급차에는 응급환자가 타고 있을 거라고 믿고 다른 운전자들도 길을 터주는 것"이라며 "도로에서 구급차를 멈춰 세운 뒤 응급환자의 탑승 여부를 확인해 단속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재난의료과 관계자도 "관할 지자체가 매년 한 차례 정기 점검을 하고 있다"면서도 "사설 구급차의 불법 행위는 신고가 아니면 적발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어 "구급차를 목적 외로 이용하다가 적발되면 운전자는 1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선고되고 업체는 최대 6개월 동안 업무가 정지되거나 허가가 아예 취소된다"고 설명했다.
가수 김씨는 최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벌금 500만원을 내라는 법원 명령을 받았다.
김씨는 5년 전인 2018년 행사장 이동을 위해 사설 구급차를 불법으로 이용한 혐의로 지난 3월 약식기소됐다.
당시 김씨가 소속된 엔터테인먼트 회사 임원은 "교통 체증을 피해 행사장까지 갈 수 있다"며 행사 대행업체 직원에게 사설 구급차 이용을 제안한 것으로 조사됐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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