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폐·강압·불법투기까지…지긋지긋 촬영팀 민폐 역사, 왜 반복되나 [TEN초점]
작품의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매너 있는 촬영 중요
[텐아시아=이하늘 기자]
영화 혹은 드라마, 방송 프로그램 촬영은 일명 로케이션(장소)를 섭외해서 녹화 및 촬영하기 마련이다. 통제된 세트가 아닐 경우, 대부분 주민이 거주하는 일상의 공간을 잠시 빌려서 촬영을 진행한다.
최근 들어, 촬영지에 무단으로 쓰레기를 투기하거나 도로 이용을 통제해서 불편을 겪는 등의 제작 환경의 어두운 부분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 연이어 발생하는 촬영장 민폐 논란에 불만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단순 사과 아닌 개선이 필요한 것 아닐까.
◆ 드라마 'Mr. 플랑크톤', 쓰레기 무단 투기
오늘(16일) 드라마 'Mr. 플랑크톤' 제작팀이 "최근 ‘Mr.플랑크톤’이 제주도 서귀포시 화순 인근에서 촬영을 진행했는데 인근에 쓰레기를 불법 투기하고 떠났다"라는 논란이 제기됐다. 촬영이 끝난 이후, 생수통, 담뱃갑, 플라스틱 컵, 종이 뭉치 등을 치우지 않고 버리고 갔던 것.
'Mr. 플랑크톤' 팀이 쓰레기를 무단 투기함과 동시에 후암동 지역 주민들의 통행에도 불편함을 주었다고 밝혔다. 'Mr. 플랑크톤'은 실수로 잘못 태어난 남자 '해조'의 인생 마지막 여행길에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여자 '재미'가 강제 동행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배우 우도환, 이유미, 오정세, 김해숙이 출연한다.
◆ 웹예능 '전과자', 학생들 입장 제지 및 이야기 못하게 강압
그런가 하면, 지난 6일 웹예능 '전과자' 역시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한 누리꾼은 '전과자' 고려대학교 철학과 편 촬영 현장에 대해 "학생회관에서 학식을 먹으면서 촬영한 부분이 있다. 이때 스태프들이 학생회관 입장을 제지하고 학우들끼리 이야기하지도 말라고 했다"라며 촬영 당시의 상황을 말하기도 했다.
이에 '전과자' 제작진 측은 "대학생 신분으로 최대한 리얼한 학생 모습을 담기 위해 출연자를 보고 환호하거나, 사진 촬영을 요구하는 분들께 '최대한 지양해달라'고 부탁하는 과정에서 제작진 언행에 불편함을 느낀 분들이 있다면 정중히 사과드린다"라고 사과했다.
◆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응급실 통제에 산모 어려움 겪어
지난달 11일에는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이 촬영장 갑질 의혹이 제기됐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드라마 촬영팀 인간적으로 너무하긴 하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아내가 둘째 임신 33주에 조산·유산기가 있어서 고위험 산모실에 입원했다가 퇴원하고, 어제 하혈을 하는 바람에 응급실에 갔다가 본관 고위험 산모실로 올라갔다. 본관 들어가서 뛰려는데 조연출이 '드라마 촬영 중'이라고 못 가게 막더라"라고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남다른 능력을 지녔지만 아무도 구하지 못했던 남자가 마침내 운명의 그녀를 구해내는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로 배우 장기용, 천우희, 고두심, 수현이 출연한다.
◆ 드라마 '피라미드 게임', 등굣길 인도 막아 시민들 불편감 줘
지난 9월에는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의 제작진이 촬영 도중 시민들에게 민폐를 끼쳤다는 글이 커뮤니티에 개재되기도 했다. A씨는 "지난주도 등굣길 인도를 막고 촬영했는데 오늘 또 이런 일이 생겼다. 드라마 촬영한다고 아이들 등굣길에 영상 장비를 올려놨다. 촬영하면서 누구 한 명 나와 안전 지도를 하는 사람도 없었다. 자전거 도로까지 다 막고 아이들은 찻길로 걸어 다녔다"라며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이에 제작진은 "제작 과정에서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앞으로 보다 철저한 현장 관리를 통해 안전을 강화하고 불미스러운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피라미드 게임'은 배우 김지연, 장다아 등이 출연한다.
◆ 드라마 '오징어 게임2', 에스컬레이터 이용 통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2' 역시, 지난 7월 촬영장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촬영 스태프가 명령조로 시민들의 에스컬레이터 이용을 제지했으며, 사과도 없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넷플릭스 측은 "촬영 과정에서 시민분들께 현장 상황에 대한 자세한 안내를 드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불편을 끼쳐드린 점에 사과드린다. 앞으로 촬영 과정에서 더욱 신중을 기하겠다"라고 언급했다. '오징어 게임2'는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여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로 배우 이정재, 이병헌, 임시완, 강하늘 등이 출연한다.
◆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고창 청보리밭 관광객들 통제 및 소리 질러
지난 5월에는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고창 청보리밭에서 촬영할 당시, 관광객들을 통제하면서 논란이 생겼다. 한 누리꾼은 '고창 청보리 축제 드라마 촬영 민폐'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유채꽃 밭에 들어가려고 했으나 막았고, 사진 촬영 역시 하지 말라고 소리까지 질렀다는 일화다.
'폭싹 속았수다' 제작을 맡은 팬엔터테인먼트는 "불편을 겪으신 시민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안전한 촬영과 스포일러 유출 방지를 위해 노력했으나 귀중한 시간을 내어 방문하셨을 분들에게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다. 앞으로도 촬영 과정에 더욱 신중을 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사과했다. '폭싹 속았수다'는 1950년대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애순이와 '팔불출 무쇠' 관식이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드라마로 배우 아이유, 박보검이 출연한다.
◆ 드라마 '무인도의 디바, 촬영장 소음으로 갈등 빚어
tvN드라마 '무인도의 디바' 촬영장에서는 소음 문제로 40대 남성 A씨와 갈등이 빚기도 했다. 5월 서울 종로구 창신동 모처에서 40대 남성 A씨는 "촬영 중 발생한 빛과 소음 때문에 잠을 못 자겠더라"라며 '무인도의 디바' 촬영장에 벽돌을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무인도의 디바'는 15년 만에 무인도에서 구조된 가수 지망생 서목하의 디바 도전기로 배우 박은빈, 기묘진, 채종협 등이 출연한다.
촬영팀의 민폐논란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현장에서는 효과적인 촬영을 위해 막내 스태프에게 '악역'을 주문하는 게 관례처럼 돼있다. 촬영장 통제를 잘하고 고성을 높일수록 '열심히 하네' 칭찬을 듣는 현장 분위기가 문제라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촬영 현장에서는 촬영을 제 시간내에 끝내는 게 최우선이기 때문에 다른 것들은 고려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실제 촬영 논란이 해프닝으로 끝나며 프로그램 자체에 별 다른 타격을 주지 않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지금까지 촬영팀 자체의 '자정능력'에 해결점이 찍혀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쌓이고 있다. 작은 문제가 모여 큰 문제가 되는 법. 촬영장 내 규칙을 정하고 이를 선진화하는 것 또한 K콘텐츠가 개선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K컬쳐에는 K-촬영문화도 포함돼있다. 각성이 필요하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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