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이후로 미뤄진 ESG공시···기업반발에 스텝꼬인 금융위

서진욱 기자 2023. 10. 16.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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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ESG 공시 의무화 2025년에서 2026년 이후로 연기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대회의에서 열리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위.


2025년부터 국내 상장사에 단계적으로 적용될 예정이었던 ESG 공시 의무화 시기가 2026년 이후로 미뤄졌다. 금융위원회는 글로벌 규제 정합성 부재와 기업들의 준비기간 부여 요청을 연기 사유로 들었으나, 정책 일관성이 훼손됐고 당국의 역할이 충분치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SG 공시 의무화는 3여년 전 발표한 정책이었으나 그간 성과가 뚜렷하지 않다는 우려가 많았다.

ESG 공시 의무화 2025년에서 '2026년 이후'로 연기
금융위는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ESG 금융 추진단' 3차 회의에서 ESG 공시 의무화 시기를 2025년에서 2026년 이후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ESG 공시 도입 시기는 주요 국 ESG 공시 일정을 고려해 2026년 이후로 연기한다"며 "국내 ESG 공시의 주요한 참고 기준이 IFRS(국제회계기준)-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기준이 최근에야 확정됐고, 충분한 준비기간 부여 등을 위해 기업 측에서 일정 연기 요청 등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만큼 글로벌 규제 도입 시기 등을 참고하되, 기업들에 충분한 준비기간을 부여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도입 시기는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추후 확정한다는 게 금융위 입장이다. 현재로선 연기 기간이 최소 1년에서 얼마나 더 길어질지 알 수 없다. 공시 의무화 시기를 최소 1년 이상 늦춰야 한다는 기업계 의견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8월 말 발표한 국내 ESG 공시 제도에 대한 기업 의견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 100곳 ESG담당 임·직원 중 56%가 "공시 의무화 일정을 최소 1년 이상 연기하고, 일정 기간(2~3년) 책임 면제기간을 설정하는 게 적정하다"고 응답했다.

3여년 전 발표한 정책 일정 바꿔… "그동안 뭐했나?"
금융위가 2021년 1월 발표한 '기업공시제도 종합 개선 방안'에 담긴 3단계 ESG 공시 의무화 계획. /사진=금융위.

2025년 ESG 공시 의무화는 2년 9개월 전인 2021년 1월 발표한 내용이다. 당시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는 '기업공시제도 종합 개선 방안'을 내놓으면서 ESG 공시 의무화 계획을 포함시켰다. 해당 계획은 △1단계(~2025년): ESG 가이던스 제시, 자율공시 활성화 △2단계(2025~2030년): 일정 규모 이상 기업 의무 공시 △3단계(2030년~): 모든 코스피 상장사 의무 공시 등 3단계로 이뤄졌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올해 2월 ESG 금융 추진단 첫 회의, 4월 ESG 평가시장의 투명성·신뢰성 제고 방안 세미나, 5월 ESG 공시 제도 개선 세미나 등에서 2025년 ESG 공시 의무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히기도 했다.

이번 연기 결정을 두고 금융위의 준비부족도 아쉬웠다는 반응이 나온다. 국내 시장과 기업 특수성을 고려한 제도 설계보단 해외 동향만 바라본 결과라는 지적이다. 금융위가 연기 이유로 제시한 올해 6월 ISSB의 공시기준 확정은 올해 초부터 예상됐던 내용이기 때문에 추진단 출범 전부터 고려할 수 있었던 변수다.

ESG 규제연구 전문가는 "ESG 담당자들과 만나면 너무 아무것도 없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금융위가 회계기준원에만 맡기고 너무 손을 놓고 있다"며 "공시 제도가 나오면 제도적 지원과 규제들이 필요한데, 그런 것들에 대한 생각을 안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ESG 회계기준 말고는 아무런 제도적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런 식이면 계속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했다.

ESG 평가기관 관계자는 "ESG 공시 얘기가 이번에 처음 나온 것도 아니고 준비할 기간이 상당히 많았다. 거래소가 ESG 정보공시 확대를 위해 연구용역을 진행한 게 2019년"이라며 "ISSB를 핑계로 댈 순 있지만 통째로 미룬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도입 예상 시기를 2026년 이후로 했기 때문에 실제로 언제 할지도 모르게 됐다"고 지적했다.

서진욱 기자 sj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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