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열풍에 ‘HBM 경쟁’ 가속화···주도권은 누구에게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들이 차세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투자와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천문학적인 양의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처리하는 HBM 수요가 폭발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아직 초기 단계인 HBM 시장의 주도권을 쥐려는 업체 간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HBM 기술력과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앞서 있다. 2013년 HBM 1세대 제품을 최초 개발한 하이닉스는 올해 4월에는 24GB HBM3 신제품도 먼저 시장에 내놨다.
사실 아직까지 전체 메모리 시장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1%에 불과하다. 하지만 HBM은 제품 1개당 이익률이 일반 메모리에 비해 훨씬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의 전체 출하량 가운데 HBM 비중은 1%에 그치지만, 매출액으로는 10~15%가량이나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현재 SK하이닉스가 5세대 제품인 HBM3E 시제품 출하까지 마치며 치고 나갔다. SK하이닉스는 2026년, 삼성전자는 2025년을 목표로 6세대 제품 ‘HBM4’ 개발도 진행 중이다.
미국 마이크론은 국내 업계에 비해 뒤처져 있지만 최근 HBM3E 샘플을 고객사에 제공하는 등 고삐를 죄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0%로 과반을 차지하고, 삼성전자(40%)와 마이크론(10%)이 뒤따르고 있다.
HBM은 단어 그대로 대역폭이 높은 메모리다. 대역폭이 높으면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할 수 있다. 여러 개의 D램을 TSV(실리콘관통전극) 공법으로 연결한, 일종의 D램 묶음이다. D램에서 데이터가 1차선 도로로 이동한다면, HBM은 10차선 이상 고속도로인 셈으로 더 빠르고 많은 정보를 보낼 수 있다. 챗GPT 등 생성형 AI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 처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매우 빠른 전송 속도가 중요하다.
HBM의 ‘큰 손’은 AI용 그래픽카드(GPU) 시장의 90%를 독점하는 엔비디아다. 따라서 메모리 기업들은 엔비디아와의 공급 계약을 따내고 유지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SK하이닉스가 HBM3를 엔비디아에 단독으로 공급하고 있으며, HBM3E의 납품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후발주자’인 삼성전자도 천안·온양 패키징 라인에 HBM 증설 투자를 진행 중이다. D램 여러 개를 쌓아올린 HBM은 패키징 등 후공정 설비를 늘려야 생산량을 확대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AMD에 HBM을 공급해 오고 있었으며, 최근 AI 반도체 스타트업 등과도 공급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이들 업체는 구입 물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삼성전자도 엔비디아에 HBM3 납품을 요청해 왔으나 수율·발열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가 최근 나왔다. HBM은 서로 포개어진 D램 사이에서 발생하는 열을 잡는 게 기술력의 척도로 여겨진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아직 발열 등과 관련해 특별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없다”고 부인했다.
수율·성능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이날 “HBM3 시장에서 (삼성전자의)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으로 인해 주가 재평가 속도가 여전히 더딘 상황”이라면서도 “HBM3과 HBM3E의 기반 수요가 2024년부터 GPU, 프로그래밍 반도체(FPGA), 신경망처리장치(NPU)를 중심으로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 4분기 후반부터는 (삼성전자도)HBM3를 본격적으로 엔비디아에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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