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에 희생된 인디언…진혼곡을 바치다"
'플라워 킬링 문' 19일 개봉
디캐프리오·드니로 열연
아메리카 원주민 착취한
백인의 이중성 드러내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신작 '플라워 킬링 문'(꽃을 죽이는 달)이 19일 개봉한다. 올해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 초청작이자 오스카상 수상자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로버트 드니로가 열연한 영화를 12일 열린 시사회에서 미리 살펴봤다.
영화 제목 '플라워 킬링 문'은 미국 오클라호마주에 살았던 아메리카 원주민 오세이지족이 5월을 일컫는 말이다. 코요테들이 울부짖는 5월에는 자주달개비, 노랑데이지 등이 높게 자라 키가 작은 꽃들은 햇빛을 받지 못해 죽는다. 오세이지족이 5월을 '꽃을 죽이는 달'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영화는 석유가 발견되며 거부가 된 오세이지족들이 돈을 노리는 백인들에게 착취당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군대를 전역한 어니스트 버크하트(디캐프리오)는 부자 삼촌 윌리엄 킹 헤일(드니로)이 있는 오세이지족의 땅으로 넘어가 택시기사로 일한다. 어니스트는 자신의 택시를 자주 이용하던 오세이지 여성 몰리 카일리(릴리 글래드스턴)와 사랑에 빠지고 삼촌 헤일의 강력한 권유로 몰리와 결혼한다.
스코세이지 감독은 오일머니를 찾아 몰려든 인간 군상의 모습을 감각적으로 연출한다. 영화는 오세이지족의 땅 곳곳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석유 시추시설, 검은 석유를 뒤집어 쓴 백인들의 얼굴, 보험금을 타기 위해 단체로 농장에 불을 지르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206분에 걸친 러닝타임 동안 영화를 관통하는 것은 오세이지족의 부를 탐하는 백인들의 욕망이다. 오세이지족의 땅으로 몰려 온 백인 남자들은 석유 수익권을 보유한 오세이지 여성과 결혼한 뒤 재산을 상속받기 위해 아내를 살해한다. 정략결혼을 하지 않은 다른 백인들 역시 갖은 방법으로 오세이지족의 돈을 노린다. 스코세이지 감독의 오랜 '페르소나' 드니로는 오랜 노력으로 오세이지족의 신망을 얻으면서 그들을 기만해 이득을 취하는 헤일의 모습을 능청스럽게 연기한다.
스코세이지 감독의 또 다른 '페르소나' 디캐프리오는 탐욕스럽지만 아내 몰리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어니스트의 경계적 성격을 표현한다. 어니스트는 삼촌의 지시대로 오세이지족을 살해하는 데 가담하지만 막상 비극이 벌어지면 눈물을 흘리고 집에서는 당뇨병을 앓는 몰리를 성심껏 돌본다. "몰리와 결혼한 것은 재산 때문이 아니었어요. 몰리가 제 택시를 탔고, 택시에서 함께 보낸 시간들 때문이었죠."
어니스트가 삼촌 헤일이 주는 약물이 어떤 약인지 모른 채 인슐린에 섞어 몰리에게 주사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다. 스코세이지 감독은 어니스트가 헤일이 준 약병을 열어 인슐린 주사에 넣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디캐프리오는 매 장면 약의 성분에 의구심을 가지면서도 삼촌을 믿고 싶어하는 어니스트의 갈등을 유려하게 연기한다.
영화는 오세이지족을 친근하게 대하면서 속으로는 존중하지 않는 백인들의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살인청부는 거절하면서 대상이 오세이지족이라고 하자 승낙하는 인물, 자신이 오세이지족을 살해한 현장에서 스스럼없이 파티를 즐기는 사람, 죽은 오세이지족 아내의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혼혈 자녀를 살해할 계획을 짜는 장면이 이어진다. 법과 제도 역시 오세이지족을 보호하지 않는다. 금치산자로 분류된 오세이지족은 재산을 쓸 때마다 허가를 받아야 하고, 제2차 세계대전의 유대인처럼 번호가 매겨져 관리된다.
주인공 어니스트의 경계적 위치는 아메리카 원주민을 착취하는 백인들의 행태를 더욱 부각시킨다. 코요테들이 울부짖는 5월, 키 작은 꽃들을 말려 죽이는 자주달개비, 노랑데이지처럼 백인들은 오세이지족들을 파멸로 이끈다. 영화 후반 죽음이 다가온 것을 느낀 몰리는 어니스트에게 주사에 들었던 약물이 무엇이냐고 묻지만 어니스트는 선뜻 대답하지 못한다. 배신감을 느낀 몰리는 어니스트를 '코요테'라고 칭하며 울부짖는다. 어니스트의 택시에 타고 데이트를 하며 사랑에 빠졌을 때 몰리는 말했었다. "당신은 코요테를 닮았어요. 코요테는 돈을 노리죠."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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