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늘려도 '피부미용'으로 쏠리면 무용지물"

박미주 기자, 이창섭 기자 2023. 10. 16.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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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의료계 반발… "정원 늘어도 필수과로 안 갈 것, 다른 정책으로 풀어야"

윤석열 정부가 획기적인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을 조만간 발표한다. 필수의료 붕괴, 지역의료 공백 현상이 심화하면서 특단의 대책을 꺼내든 셈이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정원을 늘린다 해도 의사들이 필수의료 전공의가 되지 않고 피부미용 등으로 빠져나간다면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한다. 의사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도 마찬가지다. 의료인 형사처벌 면제 등과 같은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이유에 맞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주장이다.

16일 정부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는 오는 19일 의대 정원 확대 방침 등이 담긴 필수의료인력 확보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내 의대 정원이 2006년부터 3058명으로 18년째 묶인 사이 소아청소년과, 응급의료학과 등 국민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분야의 인력이 부족해 의료 시스템이 붕괴되는 상황에 처했다는 판단에서다. 연 1000명 이상을 증원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두고 의료계에서는 반발하고 있다. 의사 인력을 늘리는 게 능사가 아니라 필수의료를 기피하게 하는 환경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입장문을 내고 "의대 정원 확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법 정비와 재정 투입 등을 생략하고 단순하게 의대 정원을 늘리려는 정치적 발상은 선진 의료를 망가뜨리고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문제의 핵심은 의사 수가 아니라 필수의료에 지원하지 않는 의료 환경의 개선"이라며 "정부가 내팽개치는 국민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의대생들이 힘든 수련과정을 거쳐 전공의가 되는 것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전공의 중도포기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 전공의 임용 수는 올해 1만3535명으로 2017년 1만5196명 대비 1661명(12.3%) 감소했다. 수련병원에 들어가 인턴을 하거나 전문과목을 선택해 전공의 과정을 밟고 있다가 중도에 포기하는 비율도 2017년 2.1%에서 2018년 2.2%, 2019년 2.4%, 2020년 2.5%, 2021년 2.8%로 증가세다. 지난해엔 중도 포기 비율이 2.5%였다.

특히 필수의료 분야의 중도 이탈이 심하다. 지난해 기준 전체 전공의 임용자 수 대비 중도 포기자 수 비율은 평균 2.5%다. 그런데 흉부외과의 경우 임용 대비 중도 포기 비율이 6.8%(7명)로 전체 평균 대비 2.7배가량으로 높았다. 이어 인턴(4.3%, 136명), 산부인과(4.3%, 20명), 방사선종양학과(4.3%, 2명), 예방의학과(3.8%, 1명), 비뇨의학과(3.7%, 6명), 진단검사의학과(3.2%, 4명), 소아청소년과(3.0%, 13명), 가정의학과(3.0%, 18명) 등 순으로 높았다. 인기학과인 '피안성정재영'(피부과·안과·성형외과·정형외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은 상대적으로 중도 포기자 발생 비율이 낮았다. 피부과는 1.4%(4명), 안과는 0.9%(4명), 성형외과 1.4%(4명), 정형외과 1.4%(12명), 재활의학과는 0.9%(4명), 영상의학과는 0.5%(3명)였다.

의료계에선 정원 확대보다는 필수의료와 지방을 기피하는 원인에 맞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장(경상남도의사회 공공의료대책위원장)은 "의대 정원이 늘어도 바이탈(필수의료)과는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며 "전공의가 아닌 일반 의사가 되더라도 레이저, 보톡스로 돈을 쉽게 벌 수 있는 반면 바이탈과 의사는 밤새 잠 못 자고 마음 졸이면서 고생하고도 돈도 적게 버는데 누가 (필수의료과로) 가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지방에서는 지금 60대 교수가 밤새도록 당직을 서야 하고 그 다음 날 진료도 보는데 누가 지방으로 가겠느냐"면서 "바이탈과 부족과 의사의 대도시 편중은 다른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봉식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요즘 젊은 친구들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많이 따져 필수의료과를 가려 하지 않는다"며 "필수의료 분야의 진료 수가가 낮다는 것도 기피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결정적으로는 필수의료과에서 진단을 잘못하면 억대로 피해보상을 해야 할 수 있고 감옥에 갈 수도 있는데 이런 나라는 선진국 중에는 없을 것"이라며 "이런 부분들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홍준 대한아동병원협회 정책이사는 "전체 건강보험 재정을 늘리거나 외부 재정을 끌어와 필수의료분야의 수가를 늘려야 한다"며 "지방으로 의료인력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지방 의사의 세금 혜택 등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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