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품은 베개·매트리스…집에서 수면 분석

에이슬립·삼분의일 등 中企
잠잘때 호흡 체크하는 베개
최적 온도 만드는 이불 개발
이브자리 등 전통 침구업체
슬립테크 기업과 적극 협업
"이젠 침구·침대도 전자기기"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을 측정하는 인공지능(AI) 솔루션을 보유한 슬립테크 스타트업 에이슬립이 지난달 전통 침구업체 이브자리와 협업에 나섰다. 이브자리의 수면 전문 브랜드 슬립앤슬립이 에이슬립에서 개발한 '슬립루틴' 애플리케이션(앱)과 연동해 고객이 이브자리 침구 제품을 사용하면서 수면의 질을 직접 측정하고 관리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슬립테크 스타트업이 전통 침구업체와 손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사는 이브자리뿐만 아니라 다른 침구업체 한 곳과도 협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슬립은 16일 "이브자리 베개에 AI 수면 모니터링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불 등 다른 제품으로도 적용 범위를 확장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은자 이브자리 수면환경연구소 부소장은 "에이슬립의 스마트 알람 서비스는 수면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수면 패턴을 감지한 뒤 기상 알람까지 해준다"고 설명했다.

국내 슬립테크 업계의 AI 수면 모니터링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가정 내 수면검사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AI 수면 모니터링, 온도 조절 기술 등에 특화한 슬립테크 업체가 전통 침구업체와 협업에 나서거나, 자체적으로 AI 수면 베개와 매트리스 등을 만들어 출시하고 있다.

국내 침구·슬립테크 업계는 수면다원검사처럼 전문기관에서나 받을 수 있던 검사를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시대에 다다랐다고 본다. 수면다원검사는 별도 수면실험실이나 병원에서 전문가가 뇌파, 혈중 산소량, 호흡, 심장 박동 수, 눈과 팔 움직임 등을 추적해 수면의 질을 평가하는 검사다. 그러나 이제는 개인이 AI 수면 모니터링 소프트웨어와 연동된 침구 제품을 집에서 쓰면서 스마트폰 앱으로 상태를 확인하고 수면 건강을 챙길 수 있게 됐다.

침구업계 고위 관계자는 "베개, 매트리스, 이불뿐만 아니라 그것을 놓는 침대 프레임, 헤드보드 등에도 수면 측정 기술이 반영되면서 침구 및 침대 제품의 '전자기기화'가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매트리스에도 AI 기반 슬립테크 기술이 반영되고 있다. 수면 전문 브랜드 삼분의일은 AI 기술을 이용해 수면에 최적화된 온도를 제공하는 스마트 매트리스 '슬립큐브'를 출시했다. 침대에 눕기만 하면 매트리스의 수면센서가 사용자 호흡 수를 측정해 수면 상태를 파악하고 수면에 최적화된 온도를 제공한다. 사용자 체온을 수면 단계에 맞게 20~40도까지 자동 조절해 수면의 질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자체 AI 베개를 개발해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업체도 주목받고 있다. 미국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올해까지 3회 연속 혁신상을 받은 AI 기반 코골이 방지 베개업체 텐마인즈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가 지난해 11월 출시한 '모션필로우'는 AI가 코 고는 소리에 반응해 내장된 에어백을 천천히 불리는 방식으로 머리를 회전시켜 기도를 확보하고 코골이를 완화해준다. 이 회사는 지난 4월 LG헬로비전과 손잡고 국내 첫 베개 렌탈 사업에 뛰어든 데 이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베개와 연동되는 '초개인화' 앱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텐마인즈 관계자는 "인바디 결과지처럼 AI 수면 베개를 쓰면 수면 건강 분석표를 앱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시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