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미 지도부 총사퇴’ 요구 빗발···커지는 정의당 내홍

탁지영·신주영 기자 2023. 10. 16.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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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상무집행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에 닥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이정미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총사퇴 요구가 공개적으로 빗발치며 당 내홍이 커지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11월 당대회까지 혁신 재창당 완수의 소임을 다하겠다며 사퇴 요구에 선을 긋고 있다. 내홍의 배경에는 당의 정체성과 총선 전략을 둘러싼 입장차가 자리잡고 있어 혼란은 쉽게 가라앉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창인 청년정의당 대표는 16일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정의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했다. 김 대표는 “이정미표 자강론은 실패했다”며 “정의당의 근본적인 방향성을 바꾸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기후·녹색과 노동을 주요 기조로 한 신당 창당을 추진해 왔다. 이를 통해 지난해 대선·지방선거, 이번 보궐선거까지 3연속 패배로 이탈한 지지 기반을 확고히 세우겠다는 것이다. 당내 신당 창당 사업 추진단은 내년 총선에서 녹색당과 선거연합정당을 꾸리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하지만 녹색과 노동은 정의당이 그간 주력해온 정치세력이라는 점에서 변화 없이 안주하려는 것이란 당내 비판이 나왔다.

김 대표는 “양당 정치를 무너뜨리고 1987년 체제를 넘어선 새로운 시대로 가기 위한 제3지대 신당 창당에 정의당이 밀알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나서야 한다”며 “제3지대 신당 창당을 준비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온 당력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 의견그룹 ‘대안신당 당원모임’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지도부 총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도전도 변화도 없는 자강은 실패했다”며 “전국위 권한까지 위임받는 전권 비상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 ‘혁신, 재편, 확장’으로 나아가는 당의 노선 전환과 총선 지휘 책임을 맡겨야 한다”고 밝혔다. 대안신당 당원모임은 오는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2024년 총선 전망과 정의당의 길’이라는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연다.

또다른 의견그룹 ‘세번째권력’도 입장문에서 “혁신 재창당 지도부를 자임했던 이정미 지도부였지만 혁신도 재창당도 없었다”며 “수년간 말만 무성했던 녹색당과의 통합이나 노동운동 일부의 정의당 참가도 소문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의당은 이제 유효 정당의 지위를 사실상 상실했다”며 “제3지대 신당 창당으로 노선을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한 세력들은 모두 ‘제3지대 확장’으로 노선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의당이 대중성을 키워 양당 정치에 환멸을 느낀 중도 세력까지 포섭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내에선 ‘진보 통합’도 또 하나의 재창당 방향으로 거론된다. 진보정당, 민주노총, 진보 시민사회세력 등 모든 진보세력을 연대·통합해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키우는 방식으로 정의당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백가쟁명식 노선 투쟁은 이 대표 거취 논란을 넘어 당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는 구성원들의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선 당시 심상정 후보 득표율 2.37%, 진보당보다 적은 지방선거 당선자 9명,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득표율 1.83%까지 이어지며 당장 내년 총선에서 비례대표 의석 확보를 위한 최소 정당 지지율 3%도 얻기 힘들어졌다는 위기의식이다. 당내에선 “이러다 바닥까지 뚫어버리겠다”는 자조가 나온다.

이어지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의당 지도부는 11월19일 당대회까지 이 대표 사퇴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가 직접 입장을 밝히는 대신 김희서 수석대변인이 논평을 냈다. 김 대변인은 “현 지도부가 정의당의 근본적인 변화와 쇄신의 구체적인 안을 예정된 당대회에 내놓고 혁신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당원과 국민들 앞에 책임을 다하는 길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11월19일 1단계 혁신 재창당 대회를 완료하고 정의당의 변화, 진보정치의 가능성을 국민들로부터 재신임받겠다”고 말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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