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NA·아토초·퀀텀닷 … 노벨이 점찍은 '세상을 바꾼 과학'

고재원 기자(ko.jaewon@mk.co.kr) 2023. 10. 16.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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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의학상 : mRNA 백신개발 실타래 풀어

mRNA 특정 단백질 생성 유도

몸속 면역반응 피하는 기술 고안

감염병에 대응하는 플랫폼 역할

'메신저리보핵산(mRNA), 아토초 과학, 양자점(퀀텀닷)'.

2023년 노벨 과학상을 받은 연구 주제들이다. 세 연구 주제를 이끈 과학자 모두는 생리의학, 물리학, 화학 각 분야에서 인류의 복리 증진을 위해 큰 업적을 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간 노벨상 수상이 높게 점쳐지던 분야에서 올해 노벨 과학상이 나오며 큰 이변은 없었다는 게 과학계 평가다.

특히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연구 주제인 mRNA는 이미 2021년부터 수상이 유력한 연구 주제였다. 통상 노벨 과학상은 해당 연구 주제가 처음 등장하고 수십 년이 지난 후 수여할 정도로 오랜 검증 시간을 거치는데, mRNA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노벨상을 받았다. 유례없는 코로나19 팬데믹(전 세계적 대유행) 사태 때 인류를 보호한 공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mRNA는 전령 리보핵산(messenger RNA)의 준말이다. 수백~수천 개의 단위체가 구슬처럼 연결된 사슬 구조를 갖고 있다. 단위체에는 A, G, C, U 4종류가 있다. 단위체 4종이 어떻게 나열되느냐에 따라 다른 DNA 정보를 담게 된다. 이 DNA 정보는 체내에서 특정 단백질을 만들도록 유도한다.

mRNA는 신체 모든 세포에 존재한다. 모든 생명체의 필수 구성 요소다. 과학자들이 mRNA의 존재를 밝힌 것은 1960년대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태생의 영국 분자생물학자인 시드니 브레너는 생명체가 DNA를 유전부호로 활용해 단백질을 합성하는 방법을 밝히고 이에 관여하는 핵심 물질이 mRNA란 점을 처음 밝혔다. 이후 mRNA는 과학자 수십 명의 손을 거쳤다. mRNA가 세포 내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분자적 연구를 이어갔고, 1980년대에 이르러 mRNA를 인공적으로 합성하는 데도 성공했다.

mRNA를 백신용으로 쓸 수 있다는 개념은 1987년 면역학자인 로버트 멀론 박사가 처음 제시했다. 멀론 박사는 외부의 mRNA를 몸의 세포가 받아들여 단백질을 만들 수 있으면 mRNA를 약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문제는 mRNA가 매우 불안정한 물질이란 점이었다. 또 세포 안으로 들어가야 단백질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분자량이 커 세포막을 통과해 세포 안으로 쉽게 들어갈 수 없다. 피터 쿨리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는 '지질나노입자(LNP)'란 물질을 1998년 개발했다. LNP는 mRNA를 체내에 안정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필요한 약물전달체로 mRNA 외피에 씌워둔 일종의 코팅제다. LNP 개발로 mRNA 백신을 만들기 위한 한 실타래를 풀었지만 가장 큰 문제가 남았다. 우리 몸속에 mRNA를 주입했을 때 일어나는 몸의 면역반응이다. 이 때문에 몸에 염증반응이 일어나고 mRNA가 제대로 된 백신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올해의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커털린 커리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특임교수 겸 독일 바이온텍 수석부사장과 드루 와이스먼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다. 이들은 핵산의 기본 단위를 뜻하는 '뉴클레오사이드'를 조작해 mRNA를 합성한 뒤 선천 면역반응을 회피하고 안정성을 높이는 기술을 2005년 고안했다. mRNA가 몸속으로 들어갔을 때 발생하는 부작용을 막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이렇게 기반 기술이 마련된 mRNA는 공교롭게 인류의 위기에 기회를 맞았다. mRNA 백신은 단기간에 개발이 가능하고 90% 이상의 높은 유효성을 보였다. mRNA 장점은 바이러스의 유전체 서열만 알아내면 어떤 변이나 신종 병원체가 등장해도 빠르게 백신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mRNA는 향후 가능성이 더 큰 분야다. mRNA는 열 안정성이 낮다. 다른 종류 백신들은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으나 mRNA 백신은 영하 70도의 초저온이나 냉동고에서 보관해야 한다. 또 mRNA가 더 오래 체내에 머물며 더 많은 단백질을 생산하도록 하는 것도 미래 과제로 남아 있다.

물리학상 : 아토초 수준의 빛 생성

100경분의 1초 '찰나의 순간'

전자 간 상호작용의 비밀 탐구

반도체·생명 연구 혁명 이끌어

올해 노벨물리학상은 '아토초 펄스' 생성법을 이론으로 증명해낸 세 명의 과학자가 받았다. 아토초 펄스는 일반인에겐 생소한 용어지만 물리학계에서는 익숙한 용어다. 아토초 펄스를 연구하는 아토초 과학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은 예견돼 있었다는 평가다. 우리 주위 물질은 여러 가지 분자와 원자로 구성돼 있다. 원자 핵 주변에는 전자가 돌고 있다. 분자와 원자가 연결되거나 분리돼 다른 물질로 변하는 화학반응에서는 전자의 움직임이 큰 역할을 담당한다.

과학자들은 이런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자연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전자의 운동은 100경(京)분의 1초를 뜻하는 '아토초(attosecond)' 시간대에 발생한다. 138억년을 먹은 우주의 나이를 초로 환산했을 때 그 초 수만큼 아토초가 모여도 1초를 채울 수 없다. 그 정도로 아토초는 너무나도 짧은 찰나의 순간이라는 설명이다. 이렇게 빠른 순간 일어나는 일을 포착하기 위해선 그만큼 성능이 좋은 '초고속카메라'가 존재해야 한다. 1960년대 이런 초고속카메라가 본격적으로 발달하면서 1990년대 펨토초(1000조분의 1초) 수준으로 셔터를 누르고 플래시를 터트리는 데 성공했다. 이론적으로 입증한 한계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안 륄리에 스웨덴 룬드대 원자물리학과 교수는 1987년 아토초 수준의 빛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이론으로 증명했다. 피에르 아고스티니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물리학과 명예교수와 페렌츠 크러우스 독일 막스플랑크 양자광학연구소 교수는 2000년대 초 아토초 수준의 빛을 생성하는 데도 성공했다.

다만 아직까지 수십 아토초를 생성하는 데 그치고 있다. 아토초 발생 시간을 더 늘린다면 원자나 분자 수준에서 발생하는 전자의 초고속 운동을 실시간 관측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전자 간 상호작용의 비밀을 밝힐 수 있어 새로운 차원의 과학 연구를 인류에게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도체 등의 재료 특성을 면밀히 분석하거나 생명 연구에도 혁명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화학상 : QLED TV의 원천 기술

수nm 크기의 반도체·금속 결정

양자점 크기 따라 다양한 빛 발산

디스플레이·센서·태양전지 활용

올해 화학상은 '양자점(퀀텀닷)' 발견과 개발에 기여한 연구자들에게 돌아갔다. 양자점은 일반과 가장 접점이 있는 연구 분야다. 양자점은 전압을 가하면 스스로 실제 자연색에 가까운 다양한 빛을 내는 성질이 있다. 삼성전자 등이 개발한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TV의 원천 기술이다.

양자점은 수 ㎚(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크기의 금속 또는 반도체 결정을 일컫는다. 이렇게 작은 나노물질은 눈으로 보는 것과 다른 양자물리 법칙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금덩어리는 눈으로 보면 금색이지만 금 입자가 7㎚일 때는 빨간색, 5㎚일 땐 초록색, 3㎚일 땐 파란색을 띤다. 양자점이 존재한다는 것은 1937년 영국 물리학자 헤르베르트 프뢸리히가 이론적으로 밝혀냈다. 나노입자가 다른 입자처럼 거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1970년대 들어 과학자들은 양자역학적 현상을 보이는 나노 구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알렉세이 예키모프 전 미국 나노크리스털테크놀로지 수석과학자와 루이스 브루스 미국 컬럼비아대 화학과 교수는 각각 비슷한 시기 처음으로 양자점을 개발했다. 예키모프 전 수석과학자는 1980년대 반도체를 도핑한 유리의 색상을 연구하다 유리 속 나노 크기 결정이 색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아내면서, 브루스 교수는 태양에너지로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연구를 하다가 황화카드뮴 입자 기반의 양자점을 개발했다.

문지 바웬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화학과 교수는 양자점 생산에 혁명을 가져왔다. 1993년 기름과 계면활성제를 이용해 기존 합성법의 낮은 생산성을 극복하는 새 합성법을 개발했다. 이로 인해 양자점들이 크기별로 뚜렷한 밝은 빛을 낼 수 있게 됐다.

양자점의 빛은 생화학과 의학에도 사용될 수 있다. 생화학자들은 양자점을 생체분자에 부착해 세포와 장기 지도를 그리고 있다. 향후 유연한 전자 장치, 초소형 센서, 더 얇은 태양전지, 양자암호통신 등에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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