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 쇼크에 에코프로비엠 아성 흔들…4분기에도 부진 이어지나
양극재 시장 전반 불확실성 확대
예상치를 하회하는 실적을 발표한 탓에 에코프로비엠 주가가 맥을 추리지 못한다. 증권가에서는 리튬 가격 하락과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수요가 둔화한 탓으로 분석했다. 일부 증권사는 리튬 가격 반등이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며 목표주가를 낮췄다.
16일 증시에서 에코프로비엠은 전 거래일 대비 3500원(1.42%) 내린 24만2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모회사인 에코프로는 2000원(0.24%) 오른 83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에코프로는 올들어 주가가 10배 이상 오르며 153만9000원까지 올랐으나 현재 80만원 선을 밑돈다.
지난 13일 장 마감 후 에코프로비엠은 올해 3분기 잠정 실적을 공시했다.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에코프로비엠의 매출액은 1조8032억5400만원이고, 영업이익은 459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직전 분기 대비 매출액은 5.4% 줄었고, 영업이익은 60% 감소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영업이익이 67.6% 감소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같은 날 에코프로는 3분기 잠정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조9045억원, 657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16.7%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68.9% 감소했다. 분기 영업이익이 1000억원 선을 하회한 건 6개 분기 만에 처음이다.
실적이 예상치를 하회한 건 양극재의 핵심 원재료인 리튬 가격이 하락해 양극재 평균판매단가(ASP)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탄산리튬 1kg당 가격은 158.5위안(한화 약 2만9000원)이었다. 올해 들어 66.6%나 감소했다. 리튬 가격은 지난 4월부터 반등세를 나타내는 듯했으나 6월부터 재차 하락해 현재 전저점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김현태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튬 가격 하락으로 3분기 양극재 ASP가 직전 분기 대비 약 20% 하락했다"며 "리튬 가격 추이를 감안할 때 4분기에도 양극재 ASP는 추가적인 하락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유럽 완성차 업체들의 수요 둔화로 배터리 셀 출하량도 예상보다 부진했다. 폭스바겐과 스텔란티스 등 일부 유럽 완성차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들이 과잉 재고를 쌓았고, 중국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진출하자 양극재 시장 경쟁 강도도 높아졌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양극재 출하량은 20~25%가량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10% 수준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며 "유럽 시장 내 국내 배터리 셀 업체들의 점유율 하락으로 전기차 배터리 셀 수요가 당초 예상보다 부진했다"고 말했다.
양극재 판가가 이른 시일 안에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원석 연구원은 "양극재 판가는 내년 1분기까지 점진적인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며 "리튬 가격이 뚜렷한 상승세가 나타나지 않으면 내년 연평균 양극재 판가는 전년 대비 10~15% 하락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호실적의 뒷배처럼 작용했던 미국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13개월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북미 지역 전기차 시장이 얼어붙을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이 위축되는 건 불가피하다"며 "연비규제가 대폭 완화되고, 보조금 대상 전기차도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악재가 겹겹이 쌓인 탓에 증권가에서는 에코프로비엠의 목표가를 낮췄다. 하이투자증권은 8월부터 큰 폭으로 주가가 하락했지만,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2차전지 소재 업종 내 밸류에이션 매력도는 높지 않다며 35만원에서 27만원으로 목표가를 낮췄다. 투자의견은 '중립'(Hold)을 제시했다. BNK투자증권도 양극재 업계 전반의 부진은 4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30만원에서 26만원으로 하향했다.
김창현 기자 hyun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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