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에 넘어진 보행자 치어 사망… 운전자는 ‘무죄’ 왜?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야간에 횡단보도에서 넘어진 보행자를 밟고 지나가 숨지게 한 50대 여성 운전자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법 제6형사단독(문채영 판사)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59)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A씨는 지난 1월 20일 오후 10시10분쯤 대구 한 도로에서 운전하던 중 신호에 따라 횡단보도 앞에 정지한 후 다시 출발했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다 넘어진 여성 B(86)씨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치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법정에서 자신에게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의 과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B씨가 보행자 신호가 점멸 중일 때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해 신호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달리다가 넘어졌고, 그때 차량 신호가 녹색으로 바뀌어 쓰러진 B씨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A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A씨가 전방을 바라봤을 때 시야에 넘어진 B씨가 들어오지 않아 상황을 인지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또 옆 차선에서 정지선을 넘어 정차해 있던 택시에 A씨 시야가 가려 횡단보도를 달리며 건너던 B씨를 발견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차량 신호가 녹색등으로 바뀌자 서행하며 출발한 피고인이 아무리 전방주시 주의의무를 기울이더라도 무단횡단한 보행자가 횡단보도에 엎드려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A씨에게 업무상 과실이 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