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국감서도 떠오른 ‘재판 지연’ 문제···헌재 “장기미제 처리부 신설”[국감 2023]

김혜리 기자 2023. 10. 16.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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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문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헌법재판소·헌법재판연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헌법재판소 국정감사에서도 ‘재판 지연’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여야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사건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하자 헌재는 장기미제 사건 전담부를 설치해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에서 16일 열린 헌재 국감에서 다수의 여야 의원들은 헌재의 심리·결정이 지나치게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4년 접수돼 3165일이 경과된 사건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헌재가 2019년 5월 이후 빠른 심리와 선고를 위해 도입한 ‘적시처리 제도’를 한 차례도 이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도 “2020년을 중심으로 사건은 줄고 있는데 사건 처리 기간은 2017년 363일에서 올해 732일로 늘었다. 헌재가 신속한 재판이라는 헌법적 국민의 권리를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박종문 헌재 사무처장은 “지난 2월부터 장기미제처리부를 연구부에 설치해 8개월 정도 됐는데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고 답했다. 경력 많은 헌법연구관들을 해당 연구부에 전담 배치해 사건 파악과 심리를 돕도록 하고 있다는 얘기다. 사건 수는 줄어드는데 처리 기간이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사건 수가 통계상으로 줄었지만 무분별한 소송이 줄어 그런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은 단심제일뿐 아니라 첫 선례가 되는 사건들이 있다. 한번 결정이 나가면 향후 비슷한 사건에서 바로 선례가 되기 때문에 외국 입법례 등 찾을 게 많다”고 했다.

유남석 헌재소장도 종합답변에서 “헌법재판 사건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들과 얽혀있고 사회적 파급효과도 매우 크다”면서 “타당한 결론에 이르기 위해 점검해야 할 내용들이 많고 재판관들의 숙고와 충실한 토의도 필요하다. 일반재판에 비해 심리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박 처장은 기후 소송이 헌재에 3년 넘도록 계류돼 있다는 김승원 민주당 의원의 지적엔 “독일 및 다른 유럽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다 검토해서 참고하고 있다고 들었다”면서 “기후위기의 중대성 등을 고려하면 헌재가 늦지 않게 결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국감에선 퇴임이 임박한 유남석 소장의 후임 인선 문제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유 소장의 임기는 다음 달 10일까지다. 차기 소장은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지명하도록 돼 있는데, 앞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대법원에 이어 헌재까지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를 맞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터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현재 대법원장이 공석 상태이듯 거대 야당이 몽니를 부리면 헌재소장 임명안이 부결될 수 있다”면서 “이 경우 재판이 진행될 수 있냐”고 물었다. 박 처장은 “법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사건을 결정함에 있어서는 9명의 완성체가 결정하는 게 좋지 않나 싶다”고 했다.

이날 국감에서 여야는 민주당의 장관 탄핵, 검사 탄핵 추진 등을 놓고 충돌했다. 앞서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으나 헌재가 기각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수사와 관련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 탄핵소추안 발의를 검토 중이다. 지난달에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관련 피해자 보복 기소 의혹이 제기된 현직 검사의 탄핵 소추안이 민주당 주도로 헌정 사상 처음 국회를 통과했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국민들로부터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 방탄에 대응하는 탄핵이라는 비난을 많이 받고 있다”며 “지난번 이 장관 탄핵으로 인해 행안부가 6개월 이상 정지됐는데, 소위 소 잡는 칼로 닭을 잡는 게 아니라 병아리를 잡는 탄핵이 난무하는 것”이라고 했다. 조수진 의원은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탄핵 제도를 희화화하고 당리당략에 따라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민주당이 ‘기승전 탄핵’을 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이 대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한동훈 장관 탄핵을 계속 이야기하는데, 구속영장 기각이 무죄도 아니고 법무부 장관 탄핵을 운운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에 민주당 김승원 의원은 “이 장관 탄핵을 국회에서 하기 전에 대통령이 해임하거나 장관이 스스로 사임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이지 않아) 헌재로 갈 수밖에 없었다”면서 “민주당이 과다한 의석으로 정치 탄압을 했다고 평가하는 건 너무 편향적이고 심한 평가”라고 반박했다. 박범계 의원도 “헌법재판이 법원과 같은 완전한 사법 재판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이 장관 탄핵 추진에 문제가 없다고 거들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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