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와 잘 소통하는 감독 클린스만, 대표팀 선전 해법 될까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 대표팀 감독이 10월 첫 A매치인 튀니지와의 평가전에서 운영 방식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몸 상태가 온전치 않은 캡틴 손흥민(31·토트넘)에게 휴식을 부여하고, 경기 중 이강인(22·파리 생제르맹)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등 선수들과 소통은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3일 튀니지와의 홈경기에서 멀티 골로 4-0 대승을 이끈 후 MOM에서 선정된 이강인은 “후반전 들어서 포메이션 변화가 적중했다. (이)재성(31·마인츠)이 형이랑 바꿔 자리를 바꾸니 조금 더 자유롭게 뛸 수 있었다. 클린스만 감독님도 허락했다”라고 후반전 달라진 경기력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강인은 당시 경기 전반전에는 4-2-3-1 포메이션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다. 하지만 경기 시작 후 20분이 지나서야 첫 슈팅이 나오는 등 대표팀의 경기력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강인은 전반 도중에 오른쪽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섰던 이재성과 자리를 바꾸면서 측면으로 빠졌고, 상대 압박에서 한결 자유로워지면서 과감한 돌파와 슈팅으로 골까지 만들어냈다.
클린스만 감독의 전술적 역량에는 아직도 의문부호가 달려 있다. 공격수 다수 배치, 롱패스를 통한 빠른 공격 작업 전개를 선호하지만, 상대 진영에서 전술적으로 준비된 움직임 부족으로 마무리가 아쉽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자기 생각대로 밀어붙이는 대신 선수들과 대화를 통해 해법을 마련했다. 자유로운 분위기와 소통을 강조해 온 클린스만식 경기 운영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실제로 대표팀 선수들은 클린스만 감독의 장점으로 한결같이 세심한 선수 관리를 꼽으며 믿고 따르고 있다고 강조한다. 손흥민에게 튀니지전 휴식을 부여한 것도 연장선에서 볼 수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손흥민의 몸 상태를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튀니지전 출전을 예고하는 듯한 발언을 했지만, 상태를 확인한 이후에는 “그동안 소속팀에서 어떻게 뛰었는지 의아할 정도”라며 신경 쓰는 모습을 보였다.
주축 전력으로 여기는 선수들의 출전시간도 관리도 눈에 띈다. 황인범은 올림피아코스(그리스)에서 즈베즈다(세르비아)로 이적하는 과정에서 출전시간이 줄어들어 경기 감각이 떨어졌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꾸준히 A매치에 출전시키며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게 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전술적 역량에 있다. 튀니지전에서도 수비형 미드필더가 고립되고, 측면 공격수들이 솔로 플레이에 의존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특히 현대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공격 옵션인 풀백들의 무색무취한 움직임도 문제로 꼽혔다. 아시안컵 조별리그 모의상대라고 할 수 있는 베트남을 상대로 확실하게 전술적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현재 형성된 긍정적인 여론을 이어가기는 힘들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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