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쏙]의대 정원 확대에..반도체업계, 인력난 어쩌나 '한숨'

최영지 2023. 10. 16. 16:3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의대가 이공계 최상위 인재들이 진학을 선호하는 분야인 만큼 의대 정원이 늘어난다면 반도체와 AI(인공지능) 등 첨단분야 학과 개편 효과를 보기 전부터 우수 인력 손실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서울 소재 A대학 반도체관련 학과 교수는 "의대 정원 확대가 국민건강과 연관돼 있고 지방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방안이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반도체 등 이공계 인재 확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며 "올해부터 반도체 인재를 키우기 위해 반도체학부 설치 등이 이뤄졌는데 이 효과를 보기도 전에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이 나와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의대쏠림' 우려…반도체 산업에 외국인 채워질 것"
"반도체·AI 산업 내 급여·처우 개선 필요"
삼성·SK, 우수 엔지니어에 정년 연장 제도 마련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의대가 이공계 최상위 인재들이 진학을 선호하는 분야인 만큼 의대 정원이 늘어난다면 반도체와 AI(인공지능) 등 첨단분야 학과 개편 효과를 보기 전부터 우수 인력 손실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반도체업계 및 관련 학계에선 윤석열 정부가 의대 정원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에 대해 이같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구체적인 정책이 어떻게 나올지에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정부가 2025학년도 대학입시부터 의대 입학 정원 대폭 확대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최근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의료 붕괴 상황을 막기 위해 2025학년도 대입 의대 입학 정원을 1000명 상당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대학 내 반도체 등 이공계의 경우 그간 대학 입시에서 의대에 밀렸던 만큼 의대 정원이 늘어난다면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소재 A대학 반도체관련 학과 교수는 “의대 정원 확대가 국민건강과 연관돼 있고 지방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방안이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반도체 등 이공계 인재 확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며 “올해부터 반도체 인재를 키우기 위해 반도체학부 설치 등이 이뤄졌는데 이 효과를 보기도 전에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이 나와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의대 정원이 1000명 늘면 이에 도전하는 수험생은 3000~4000명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반도체 인재 확보가 더 취약해질 것”이라며 “공대 졸업 후에 관련 기업으로 취업하는 것으론 의사와 같은 직업적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도 한계”라고 지적했다.

반도체 인재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장기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익명을 원한 또 다른 교수는 “다수 비수도권 대학교에 의대가 설치될 경우 해당 대학으로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과 서울 최상위권 대학교 내 공대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이 겹치진 않을 것”이라며 “의사들이 많아질 경우 급여가 평준화될 상황도 예상되는 반면 IT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중요해지고 있으니 IT 분야 급여와 처우 등 경쟁력을 높이는 문제가 더욱 주목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의대 쏠림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선 반도체 업계 및 학계에서 반도체 인력 처우 개선을 위한 제도를 적극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정호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국내 최상위 인재들이 의대로 쏠릴 경우 우리나라 반도체·AI 산업이 동남아시아 등 외국인 인력으로 채워질 우려가 상당하다”며 “이 경우 기술유출 문제가 심화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반도체 인력의 연봉을 의사 수준으로 올리고 우수한 과학기술자의 경우 정년을 연장하거나 없애는 식의 파격적인 제도 마련이 필요하며, 이는 전 산업에 적용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반도체 업계는 장기간 경험을 축적한 우수 엔지니어가 정년 이후에도 일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인력 유출에 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시니어 트랙’ 제도를 도입해 역량과 전문성을 인정받은 직원들이 정년 이후에도 계속 회사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 정년을 앞둔 직원 중에 성과 우수자나 삼성 최고 기술전문가, 소프트웨어 전문가 등 우수 자격 보유자를 대상으로 선발한다.

SK하이닉스도 반도체 장비 등을 유지·보수하는 현장 직군에서 최고 단계 커리어인 ‘마스터’ 직책을 신설했다. 마스터는 현장에서 축적한 지식을 문서로 남기고 노하우를 바탕으로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조언하는 역할을 맡는다.

최영지 (young@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