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에 사서 5월에 팔라'는 증시 격언을 기억할 때 [기고]

2023. 10. 1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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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韓수출·美고금리·中부동산
증시 상승세 막는 3대 요인
수출, 하반기 갈수록 회복세
美고금리 장기화 증시 반영
中부동산 리스크도 완화돼
10월부터 주식비중 늘릴만

5월에 팔고 떠나라(Sell in May and go away)는 금융권에서 잘 알려진 투자 격언이다. 전체 문구는 "5월에 팔고 떠나라, 그리고 세인트 레거의 날에 돌아오라(Sell in May and go away, and come on back on St. Leger's Day)"다. 영국 런던 금융가에서 유래된 격언으로, 격언 속 세인트 레거의 날(St. Leger's Day)은 매년 9월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경마대회 세인트 레거 스테이크스(St. Leger Stakes)가 열리는 날을 의미한다.

날이 따뜻해지는 5월이면 주식시장을 떠났다가, 여름철 놀거리가 사라지는 9월이 되면 다시 주식시장으로 돌아오라는 의미다. 올해 코스피 지수를 보면 연초 이후 상승하던 주가 지수가 5월 이후에는 등락을 거듭하다 지금은 오히려 낮아져 있는 모습이다. 격언에 따르면 지금은 주식을 사야 할 때인데, 실제로는 어떨까?

최근 주식시장의 상승을 가로막는 요인을 중심으로 코스피 랠리가 다시 펼쳐질 수 있을지를 점검해보자.

최근 주식시장의 상승을 가로막는 요인은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한국 수출 부진. 둘째, 미국 금리 상승. 셋째, 중국 부동산 리스크다.

먼저, 한국 수출 부진부터 점검해보자. 한국 수출액은 2023년 1월 463억달러를 저점으로 반등하고 있지만, 지난 8월에도 519억달러로 회복세가 시장의 기대만큼 강하지 못했다. 그러나 9~10월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미국의 재고 재축적 수요에 힘입은 수출 회복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추석 연휴에 발표된 9월 한국 일평균 수출은 27억달러를 달성하며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 실적 회복세가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다음은 미국 금리 상황을 살펴보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2022~2023년 미국 기준금리를 0.25%에서 5.5%까지 인상했다.

최근 2년을 놓고 봤을 때 미국 국채금리가 한창 오른 시기는 지난해 하반기였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포인트, 0.75%포인트씩 인상하고 빅스텝, 자이언트스텝 등의 용어가 신문 기사에 오르내리던 시기다. 올해 들어서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채금리는 안정세였다.

지난해는 연준이 얼마나 금리를 더 올릴지 몰라서 금융시장이 두려워하던 시기였고, 올해는 연준의 금리 인상이 언제쯤 멈출지를 예상하면서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찾은 시기였다. 그런데 미국 국채금리는 올해 7월부터 다시 급격하게 오르기 시작했다. 왜 그랬을까? 이번에는 미국 정부와 연준이 동시에 금리 상승을 야기했다. 미국 재무부는 국채 발행량을 늘려 금리를 상승시켰다. 연준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2024년도 점도표를 통해 내년도 금리 인하 폭에 대한 금융시장의 기대를 꺾었다.

금융시장은 이제 연준의 고금리 환경이 예상보다 길게 유지될 수 있다는 공포감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역설적으로 긴축 효과가 가시화되면 연준이 계속해서 긴축 강도를 높일 필요는 적어진다. 한편, 미국 정부는 고금리로 인해 이자비용 지출이 과도해지고 있다. 재량지출 축소를 통한 부채 발행 속도 조절이 진행될 공산이 크다는 판단이다. 그간 금리를 높이던 요인이 완화됨에 따라 장기 금리는 피크 아웃(peak out)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중국 부동산 리스크를 점검해보자. 중국 부동산 리스크는 두 가지 경로로 한국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첫째, 글로벌 금융시장의 체계적 위험(systemic risk)을 높여 위험자산 선호를 떨어뜨리는 경우다. 이 경우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주식시장 이탈이 문제가 된다. 둘째, 중국의 부동산 경기 냉각이 경기 침체로 이어져 한국 수출에 타격을 주는 경우다. 이 경우 코스피 기업들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 다만, 중국 부동산 위기의 진원지인 중국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상황을 살펴보면 올해 4분기는 달러표시 이자 지급이 많지 않은 시기다.

당분간 비구이위안 리스크가 신문 기사 헤드라인을 장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처럼 최근 주식시장의 상승을 가로막고 있는 3대 리스크(한국 수출 부진, 미국 금리 상승, 중국 부동산 리스크)는 올해 4분기에 해소되거나 적어도 소강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10월은 주식 비중을 확대할 좋은 기회일 수 있다.

4분기 주식시장에서는 반도체(감산 효과와 수요 개선), 자동차·은행(연말 배당 기대), 해외 건설·건설기계·원전(우크라이나·사우디아라비향 수주 모멘텀), 면세점·카지노(중국 단체관광객 복귀) 등의 분야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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