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군, 국군의 역사적 뿌리…홍범도 기억해야” 오세훈 “저도 그렇게 생각”
질문에도 오세훈 시장 “예, 그렇습니다”
이종찬 광복회장 “국군 뿌리는 독립군”
한시준 “홍범도 흉상, 육사에 그대로 둬야”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독립군은 국군의 뿌리이며, 독립운동가로 활동한 홍범도 장군을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오세훈 시장은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이형석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광주 북구을)의 홍범도 장군 관련 질문에 이런 취지로 답했다.
이형석 의원은 오 시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독립운동가 관련 글과 서울도서관 외벽 서울꿈새김판에 게시한 독립운동 관련 글을 상기시키면서 홍범도 장군 관련 입장을 물었다.
이 의원은 “(서울시가) 서울도서관 꿈새김판에 ‘이분들의 이름을 기억하십니까’ 라는 글을 올렸다"면서 “꿈새김판에 홍범도 장군도 있었다. 우리 모두 잊지 않고 기억하자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데 시장님도 같은 생각인가”라고 물었다.
오세훈 시장은 “네”라고 답했다.
이어 이 의원이 “홍범도 장군이 총사령관으로 활약한 독립군,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창설한 광복군은 국군의 역사적 뿌리이고 육군사관학교의 정신적 토대”라며 “시장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재차 질문했다.
이에 오 시장은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앞서 서울시는 8월14일 광복절을 앞두고 “이분들의 이름을 기억하십니까?”라는 문구를 적은 서울꿈새김판을 공개했다. 서울꿈새김판은 서울도서관 정면 외벽에 2013년 6월 설치한 대형 글판이다.
꿈새김판에는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수훈한 독립유공자 중 광복을 미처 맞이하지 못한 채 순국한 14명의 얼굴을 담았다.
꿈새김판에 새겨진 14인의 인물은 사진 순서대로 민영환, 최익현, 이준, 안중근, 강우규, 유관순, 손병희, 이승훈, 김좌진, 윤봉길, 안창호, 홍범도, 한용운, 오동진이었다.
하단에는 “광복을 위해 헌신하신 이 땅의 모든 독립운동가들을 기억합니다”라는 문구를 넣었다.
이날 국정 감사에서 이 의원은 “홍범도 장군의 항일 독립 정신이 육사 정체성에 스며 있다”며 “2018년 홍범도 장군 흉상 제막식을 육사에서 가졌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들어와서 느닷없이 지금 빨갱이 프레임을 덧씌워서 홍범도 장군 흉상을 육사 밖으로 옮기겠다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오세훈 시장께서는 광복절에 페이스북에 ‘광야의 외침’이라는 글을 올렸고 꿈새김판에도 (홍범도 장군 등과 관련해) 이런 글을 올렸는데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관련해 현재) 어떤 언급도 없다. 시장의 생각은 뭔가”라고 물었다.
오세훈 시장은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는 그분들의 장점에 주목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공도 있고 실수한 부분도 있고 죄과도 있는 것이 보편적”이라며 “후손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장점을 부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형석 의원은 “이종찬 광복회장의 의견, 독립기념관 관장의 의견에 오세훈 시장도 동의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오세훈 시장은 “예, 그렇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종찬 광복회장과 한시준 독립기념관장은 현 정부의 독립군과 홍범도 장군에 대한 입장에 대해 의문 또는 에둘러 비판을 제기한 인사들이다.
앞서 9월15일 이종찬 광복회장은 제83주년 한국광복군 창군 기념식에서 “광복군의 역사를 뚝 잘라버리고 국군의 원조는 일제의 머슴을 하던 이들이라고 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종찬 회장은 또 “최근 국방부는 육군사관학교 모체를 국방경비대사관학교로 보고, 거기에 있는 다섯 분의 독립영웅 흉상이 필요 없으니 제거하겠다고 했다”면서 “우리는 역사를 올바르게 정립하느냐 마느냐 하는 정체성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독립운동 선열들이 신흥무관학교를 세워 독립군을 양성했고 그들이 주력이 돼 1940년 9월17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규군인 한국광복군 창설로 이어졌다”며 “의병, 독립군, 광복군이 국군의 뿌리”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9월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의 ‘육사의 정신적 뿌리는 신흥무관학교인가, 국방경비사관학교인가’라는 질문에 “국방경비사관학교로 보고 있다”고 답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이와 관련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달 7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종섭 장관의 발언에 대해 “이는 육사의 전신, 그러니까 육사에 한정해서 말씀드린 것”이라며 “국군의 정신적 뿌리, 토대는 광복군·독립군에 있다”고 바로잡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한편, 한시준 독립기념관장은 10월13일 육군사관학교에 있는 홍범도 장군 등 독립·광복군 흉상 이전 논란과 관련, “육사에 그대로 두는 게 좋다는 게 내 개인적 생각”이라고 말했다.
즉, 오세훈 시장은 이날 국정감사장에서 이종찬 광복회장, 한시준 독립기념관장과 같은 입장을 밝힌 셈이다.
한 관장은 당시 국가보훈부와 독립기념관 등을 대상으로 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백혜련 정무위원장이 흉상 이전에 대한 입장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또 한 관장은 “육사에 홍범도 장군을 비롯해 독립군과 관련한 다섯 분을 모신 것은 (이들이) 우리나라 군인의 정신이나 군의 지도자를 양성하는 사람들이 본받아야 할 대상이라는 취지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군의 정신을 제대로 함양하고, 지도자들에게 그런 정신을 가르치려고 한다면 흉상은 (육사에) 두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단국대 사학과 교수,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장, 백범 김구기념관 백범학술원 원장 등을 지낸 한 관장은 2021년 제12대 독립기념관장에 취임했다.
한편, 이종찬 광복회장이 언급한 국방경비사관학교는 1946년 5월 서울 태릉에 설립된 ‘남조선 국방경비대사관학교’를 지칭한다.
미 군정은 통역장교와 각군 간부요원을 확보하기 위해 1945년 12월 서울 서대문구 냉천동에 ‘군사영어학교’를 세웠다가 이듬해 4월 폐교시킨 뒤 ‘남조선 국방경비대사관학교’를 창설했다. 당시 만주군과 일본군에서 활동한 장교들이 이 학교로 편입됐다.
한국광복군은 1940년 9월17일 중국 충칭에서 창설돼 국군의 토대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육군사관학교는 홍범도 장군 흉상과 관련, 8월 “홍범도 장군 흉상은 육사의 정체성과 독립투사로서의 예우를 동시에 고려해 육사 외 독립운동 업적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적절한 장소로 이전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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