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공식 3억, 사업비 1172억…“오색케이블카는 돈 먹는 하마”

박수혁 2023. 10. 1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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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반대 설악권주민대책위 등이 지난달 15일 양양군청 앞에서 지방재정에 부담을 주고 환경을 파괴하는 설악산케이블카를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제공

“설악산은 양양뿐 아니라 국민, 전세계인의 것입니다. 돈 몇푼 벌겠다고 각별한 보호가 필요한 곳에 케이블카를 놓으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지난달 15일 강원도 양양군청 앞에서 열린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집회에 참석한 주민 김경희(67)씨가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케이블카 설치할 돈으로 양양에 병원이나 하나 짓지, 제대로 된 병원도 하나 없는 곳에서 케이블카를 왜 설치하냐는 말까지 들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옆자리에 있던 주민 조용명(70)씨도 “전국 대부분의 케이블카가 적자 운영되고 있다던데, 양양군이 군비를 들여 케이블카를 설치한 뒤 적자가 나면 군 예산으로 메워야 하는 것 아니냐”며 “케이블카 사업이 정말 군민을 위하는 건지 다시 한번 생각해달라”고 했다.

강원도와 양양군이 ‘첫눈 오기 전 착공’을 공언하는 등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서두르면서 주민과 환경단체 반발도 격해지고 있다. 설악산 케이블카는 국비 지원 없이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만 진행되는데 사업비가 1172억원에 이른다. 무엇보다 양양군이 일회성 행사인 착공식에 거액의 예산을 편성한 것을 두고 비판이 거세다. 앞서 양양군은 지난달 추가경정예산에 케이블카 사업 착공식 예산 5억원을 편성해 군의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군의회에서조차 “과하다”는 질책이 쏟아졌다. 박봉균 양양군의원은 “5억원은 양양지역 고등학생 600여명에게 1년 동안 매월 7만원씩 지원할 수 있는 큰 금액이다. 재정이 열악한 양양군이 일회성 행사에 5억원을 쓴다는 것은 지나치다”고 꼬집었다.

실제 착공식 예산 5억원은 지난 6월 강원도가 ‘특별자치도’ 출범을 자축하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 등 1200여명을 초청해 개최한 기념행사 예산의 6배가 넘는다. 비판이 빗발치는 가운데 양양군 의회는 착공식 예산을 3억원으로 감액해 통과시켰다. 이열호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 의장은 “2시간 남짓한 일회성 행사에 3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 케이블카만 운행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하지만, 결국엔 주민 세금으로 양양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파괴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설악산케이블카 조감도. 양양군 제공

눈덩이처럼 늘어난 사업비도 부담이다. 케이블카 사업비는 2015년 발표 당시엔 587억원이었지만 8년 남짓 시간이 흐르면서 물가 인상 등의 요인 탓에 규모가 2배 가까이 늘었다. 게다가 강원도와 양양군은 애초 300억원 정도를 국비에서 지원받을 계획이었지만, 여의치 않자 착공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전액 지자체 재정에서 충당하겠다고 계획을 바꿨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비 1172억원은 양양군이 948억원, 강원도가 224억원을 분담하는 구조다. 앞으로 양양군은 1년 예산(2023년 본예산 기준 4347억원)의 21.8%를 케이블카 건설에 쏟아부어야 한다.

강원도·양양군의 이런 움직임에 정치권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은 논평을 내어 “케이블카 사업비에 대한 우려를 냉정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사업비가 2배 가까이 늘었고 늘어난 사업비는 모두 강원도민·양양군민의 재정 부담으로 귀결될 것이다. 전국 케이블카 가운데 흑자를 내는 곳은 2곳에 불과하다. 케이블카 사업이 지방 재정을 갈아 먹는 하마가 되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철래 양양군 삭도추진단장은 “착공식에 3억원을 세웠다고 해서 다 쓴다는 것은 아니다. 넉넉하게 요구한 것이고, 꼭 필요한 행사 위주로 예산을 사용한 뒤 남은 금액은 불용 처리해 다른 곳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예산과 관련해선 “현재까지 기금으로 600억원 정도를 확보한 상태이며, 나머지 금액도 최대한 국비를 확보해 지방 재정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진태 강원지사는 지난 6월 “설악산은 10월이면 대청봉에서 첫눈 소식이 들려올 수 있기 때문에 그 전에 꼭 착공할 것이다. 인허가 절차 등을 원스톱으로, 초스피드로 진행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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