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 10년, 베이징서 17일 정상포럼 개막…시진핑 3기 최대 ‘안방외교’ 행사

이종섭 기자 2023. 10. 16.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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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이 열리는 중국 베이징시 국가컨벤션센터 앞에 정상포럼 로고가 내걸려 있다. AP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 첫해 제안한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 10주년을 맞아 17∼18일 베이징에서 국제협력 정상포럼이 열린다. 시진핑 집권 3기 들어 열리는 최대 규모의 ‘안방외교’ 행사로, 불안정한 국제정세와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이 우군을 끌어모으고 국제적 영향력을 과시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는 제3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이 17일부터 이틀간 베이징에서 ‘일대일로 고품질 공동건설, 공동 발전과 번영 실현’을 주제로 열린다고 16일 밝혔다. 행사 기간 시 주석은 환영 연회를 열고 정상급 참석자들과 양자 행사를 가지며 18일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중국 외교부는 이번 포럼에 140여개국과 30여개 국제기구의 대표단 4000여명이 참가 등록을 했다고 밝혔다.

일대일로 구상이 제시된 지 10년을 맞아 열리는 이번 포럼은 시 주석에게 남다른 정치적 의미가 있다. 일대일로는 시 주석 취임 첫해인 2013년 카자흐스탄 나자르바예프대 강연과 인도네시아 의회 연설에서 제시된 ‘실크로드 경제벨트 공동 건설’과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구상을 기반으로 시작됐다. 육상으로 중국 서부와 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고, 해상으로 중국 남부와 동남아시아·아프리카·유럽으로 이어지는 바닷길을 연결해 하나의 경제벨트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처음에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시 주석의 일대일로 전략은 참여국에 대규모 차관을 제공해 도로나 철도, 항만, 공항 등 각종 인프라 시설 건설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세력권을 확대하면서 경제력을 기반으로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수단이 돼왔다. 중국 정부는 지난 10년 동안 일대일로 사업과 관련해 세계 150여개 국가 및 30여개 국제기구와 협력 문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올해는 일대일로 구상이 제시된 지 10년을 맞은 데다 시 주석 집권 3기가 시작된 해라는 점에서 중국 정부는 이번 행사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마자오쉬(馬朝旭)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관영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제3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은 올해 가장 중요한 ‘홈그라운드 외교’이자 일대일로 구상 10주년을 기념하는 가장 성대한 행사”라며 “중국은 정상포럼을 계기로 각측과 일대일로 건설 10년의 귀중한 경험을 총결산하고 각국 공동 발전의 아름다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대일로가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로부터 ‘부채 함정’ 외교라는 비판과 집중적인 견제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도 10주년을 맞아 열리는 올해 정상포럼은 중국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서방의 견제에 대응해 우호국을 끌어모으고 사업 성과와 세를 과시하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중국은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연선 국가들을 중심으로 올해 포럼을 꾸려가고 있다. 정확한 정상급 참석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헝가리와 에티오피아 총리, 스리랑카와 콩고 대통령 등 각국 정상급 인사들이 포럼 참석차 속속 베이징에 도착하고 있다.

포럼에 참석하는 정상들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인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다. 푸틴 대통령은 17∼18일 방중 기간 시 주석과 양자 회담을 갖고 다시 한번 각별한 우애와 반서방 연대를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방중에 앞서 중국 관영 CCTV와 가진 인터뷰에서 “시 주석은 세계가 인정하는 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형세를 분석·평가해 미래를 보고 장기적 결정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며 “진정한 세계 영수(지도자)”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일부 사람들은 그것(일대일로)을 중국이 타인을 정복하려는 시도로 보지만 사실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중국을 적극 옹호했다.

시 주석은 이번 포럼 기조연설 및 각국 정상급 인사들과의 양자회담 등을 계기로 일대일로에 대한 서방의 부정적 시각을 정면 반박하고, 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 국제정세에 대해서도 나름의 입장을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충돌한 이후 아직까지 직접 나서 입장을 표명하지는 않았다. 마 부부장은 “혼란스러운 국제 정세 속에서 이번 정상포럼은 일대일로 구상과 글로벌 대응, 세계 공영의 선명한 특징을 충분히 보여줄 것”이라며 “중국 특색 대국 외교의 새로운 진전을 구현하고, 세계에 긍정적인 에너지와 안정성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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