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려막기도 한계…'금융권 시한폭탄' 자영업자 대출
금리 0.25%p 상승시 대출자 인당 이자 연 58만원 ↑
자영업자(개인사업자) 대출이 금융권 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 연체율이 급등하고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빚 부담이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말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상환유예 조치도 종료되면서 연체율이 더욱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동안 만기 연장 유예 조치로 부실로 잡히지 않았던 대출이 연체율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 경제상황이 더욱 악화되면서 개인사업자 대출이 새로운 부실 뇌관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대 은행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상반기 0.40%로 지난해 말 대비 0.15%포인트 상승했다. 전체 금융권으로 범위를 넓혀봐도 개인사업자 대출의 연체율은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양경숙 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말 전 금융권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1.15%로 8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는 지난해 말 0.65%보다 배 가까이 급등한 수치다.
특히 저축은행업권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이 급등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 연체율은 지난해 말 3.31%에서 지난 6월말 6.35%로 3.04%포인트 상승했다. 저축은행 개인사업자 연체율은 2019년말 4.30%에서 2021년말 2.00%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3%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개인사업자 대출 차주의 경우 경기가 악화되면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다"며 "최근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개인사업자 대출이 우선적으로 부실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상황이 안 좋다 보니 신규 취급을 줄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2분기(기말 기준) 현재 개인사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43조2000억원으로 다시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대출 잔액은 지난해 3분기 1014조2000억원으로 1000조원을 넘어섰고, 올해 1분기 1033조7천억원에서 불과 3개월 사이 9조5000억원 늘어나면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동시에 연체액도 급증하고 있다. 같은 기간 연체액은 1조원 늘어 역대 가장 많은 7조3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상환유예조치가 끝났다는 것도 부실 우려를 키우고 있다. 그동안 이들은 정부와 금융권의 저금리 대출과 정책자금, 대출 만기와 원리금 상환 유예 등의 혜택을 받아왔다.
금융당국과 은행들은 코로나19 시기였던 지난 2020년 4월부터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대출 만기 연장·상환유예조치를 6개월 단위로 연장했다. 지난해 9월 5차 연장 방안을 발표했는데 만기 연장은 2025년 9월까지 3년간, 상환유예는 올해 9월까지 적용됐다.
하지만 그 사이 금리가 급등하고 최근 원리금 상환이 시작되면서 한계에 부딪힌 개인사업자가 급격히 불어나는 추세다. 상환 유예 시작 시점과 달리 최근 대출금리가 급등하면서 2년새 대출금리는 배가 넘게 치솟았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8월말 잔액 기준 6대 은행의 개인사업자 보증서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연 4.92~5.26%로 집계됐다. 물적담보대출 금리는 5.37~5.46%로 신용대출 금리는 5.17~6.03%로 나타났다.
개인사업자 대출금리가 코로나 시기였던 2021년과 비교해 배 이상 상승한 것이다. 지난 2021년 8월말 잔액 기준 6대 은행의 개인사업자 보증서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1.58~2.67%로 나타났다. 물적담보대출 금리는 2.76~2.96%, 신용대출 금리는 2.48~4.75% 였다.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개인사업자 이자 부담 증가 규모도 급증할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은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개인사업자 다중채무자의 전체 이자와 1인당 평균 연이자는 각 1조3000억원, 73만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했다.
아울러 전체 개인사업자의 경우 금리가 앞으로 0.25%포인트 높아질 때마다 총이자는 1조8000억원, 대출자 1인당 이자는 연 58만원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취약 차주 채무 재조정 등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반기에 경제 상황이 더욱 악화되면서 자영업자 대출이 새로운 부실 뇌관으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정환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최근 경기가 지속적으로 악화되면서 개인사업자 대출 부실률이 올라가고 있다"며 "은행들도 향후 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해야 하지만, 개인사업자의 경우 서민이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막을 수 없어 정부에서 나서서 회생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성진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또한 "최근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최근 개인사업자 신규대출은 사업의 시작이라기 보다 사업을 유지하기 위한 부채"라며 "경기침체가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개인사업자들의 이자 상환율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에서 소규모 개인사업자들부터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진아 (gnyu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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