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은 죽어야 한다"…6세 팔레스타인 어린이, 미국서 혐오범죄로 사망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군사 충돌이 무슬림에 대한 직접적 테러와 가짜뉴스로 이어지고 있다. 이슬람에 대한 혐오가 이번 전쟁을 계기로 다시금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는 셈이다.
15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방송 <CNN>은 일리노이주 윌 카운티 경찰이 1급 살인 및 살인 미수에 2건의 혐오 범죄, 흉기 난동 등의 혐의로 71세의 조셉 추바를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시카고에서 남동쪽으로 약 65km 떨어진 플레인필드 타운십에 거주하고 있는 추바는 세입자인 32세의 여성과 그의 아들인 6세 어린이를 흉기로 수 차례 찌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방송은 26차례 흉기에 찔린 이 어린이는 사망했으며 12번의 자상을 입은 여성은 병원에서 회복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 당국은 추바가 구체적인 진술을 하지 않고 있지만, 수사관들은 희생자들이 이슬람교인인 무슬림들이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충돌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용의자들의 표적이 되었다고 판단했다고 방송에 말했다.
이와 관련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는 숨진 어린이의 아버지가 "집 주인이 문을 두드렸고 그(세입자인 여성, 부인)가 문을 열었을 때 집 주인은 목을 조르려고 했고 칼로 공격하면서 '너희 무슬림은 죽어야 한다'고 소리쳤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위원회에 따르면 사망한 어린이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각각 12년 전, 9년 전에 팔레스타인 서안 지구로부터 미국으로 이주해왔으며, 이 어린이는 미국에서 태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의 서안이 아닌 가자지구를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있는 무장 정파다.
위원회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이전 트위터)에 올린 성명을 통해 "정치인, 언론 매체,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의해 확산되고 있는 이슬람 혐오 발언과 반 팔레스타인 인종차별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해당 소식을 접한 뒤 이날 밝힌 성명에서 "질(영부인)과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며 "이 끔찍한 혐오 행위는 미국에서 설 자리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 어린이와 팔레스타인 가족은 우리 모두가 추구하는 것, 즉 평화롭게 살고 배우고 기도할 수 있는 피난처를 찾아 미국으로 왔다"면서 "미국인으로서 우리는 이슬람에 대한 증오와 편견을 거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B. 프리츠커 일리노이주 주지사는 "편견으로 6살 어린이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악과 다름없다. 무슬림, 유대인 그리고 팔레스타인 이웃들을 포함해 모든 일리노이 주 사람들은 그러한 악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울 자격이 있다"라며 "무슬림 그리고 팔레스타인 형제 자매들과 함께 이 비극적인 상실을 애도하고 어머니의 회복을 기도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을 포함해 미 정부 인사들이 이슬람에 대한 혐오를 멈춰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충돌 이후 무슬림을 혐오하는 세력을 중심으로 팔레스타인과 이슬람에 대한 가짜 뉴스가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16일 카타르 방송 <알자지라>는 '인도에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허위 정보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인도의우파(성향의) 'X' 계정들이 반(反)팔레스타인 가짜뉴스의 대표적인 증폭자로 꼽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하마스가 10월 7일 이스라엘 남부를 공격한 이후 소셜 미디어에 쇄도했던 잘못된 보도에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많은 오보가 인도를 기반으로 한 우파 성향의 계정에 의해 생산되거나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방송은 인도에서 저명한 팩트체크 서비스인 'BOOM'이 팔레스타인을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있는 X 계정에서 이러한 뉴스 확산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BOOM'에 따르면 한 X 계정에서는 수십 명의 여성 어린이들이 팔레스타인에 의해 성노예로 끌려가는 모습이라고 주장하는 영상이 게재됐는데, 실제 그 영상은 어린이들이 예루살렘으로 여행을 온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판독 결과가 나왔다. 실제 어린이들은 서로 즐겁게 대화를 하면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등 일상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 계정은 영상과 함께 "무슬림 소녀들이 힌두교로 개종할 때 그들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게 된다. 그러나 힌두교 소녀들이 이슬람으로 개종할 때 그들은 결국 여행가방이나 냉장고에 있게 된다"는 메시지를 게재했다.
방송은 이러한 인도의 계정이 여러 개 존재하는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집권한 이후 이슬람 포비아와 혐오 경향이 더 증가했다고 전했다. 방송은 <나는 트롤이다 : 인도인민당 디지털 군대의 비밀스러운 세계>(I am a troll : inside the secret world of the bjp's digital army)의 저자인 스와티 샤투르베디가 인도 집권당인 인도인민당(BJP)이 온라인에서 이슬람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는 점을 소개했다.
위 저서에서 인터뷰 대상자 중 한 명인 사드하비 코슬라(Sadhavi Kosla)에 따르면 "인도인민당은 자원봉사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데, 소셜 미디어 부문과 두 개의 산하 조직으로부터 지시를 받아 (이슬람에 대한) 비판적인 이야기를 전파한다"고 방송은 전했다.
방송은 또 호주에 본부를 둔 빅토리아 이슬람 위원회의 보고서를 인용, 이슬람을 혐오하는 메시지의 대부분이 인도에서 유래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인도의 비영리 팩트체크 웹사이트 <알트뉴스>의 공동 설립자이자 편집자인 프라틱 신하는 본인의 X 계정에서 "인도가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인도 주류 미디어와 소셜 미디어에서 활동하는 허위 정보 행위자들을 수출하고 있다"며 "인도의 우파가 어떻게 인도를 '허위 정보 세계의 수도'로 만들었는지 깨닫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방송은 "이스라엘에 대한 서방의 지지, 콘텐츠 절제에 대한 빅테크(X, 메타 등 대형 IT 기업)의 새로운 무관심, 인도 우파들의 이슬람 혐오 발언들의 디지털 진입 등은 가자 사태를 팔레스타인과 무슬림을 겨냥한 증오의 발판으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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