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에 기상청 R&D예산 대폭삭감은 잘못”···기상청장 “기후 넘어 인간의 위기”
16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기상청 및 산하기관 국정감사에서는 기상청이 제대로 기후위기 대비를 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많이 나왔다.
야당 의원들은 기후위기가 점점 가속되고, 기상 재난이 빈발하는데도 기상청 연구개발(R&D) 예산이 큰 폭으로 삭감된 것을 지적했다. 기후위기로 인해 관련 연구를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예산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상청 R&D 예산에서 감액된 금액이 너무 많다”며 “특히 정부 전체의 R&D 예산 삭감 폭인 16.6%보다 더 많이 삭감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내년도 기상청 연구개발(R&D) 예산은 1009억원으로 올해(1223억원)보다 17.5%가량 깎였다. 주요 분야 R&D 예산은 22% 가까이 줄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후위기 시대에 기상청이 가장 중요한 기관임에도 R&D 예산이 212억원이나 깎였다”며 “기획재정부가 정신 나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박정 환노위 위원장은 유 청장에게 “기재부 장관을 만나서 오늘 질책받은 것에 관해 얘기하고, (예산 확보에 관해) 상의해 달라”고 주문했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R&D 예산 삭감과 관련해 “주어진 여건하에서 최선을 다해 조정하고, 맞춰가겠다”고 말했다. “일부 신규로 확보된 예산도 있다”고 덧붙였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국을 3500개 구역(읍면동)으로 나눠 1시간 단위로 사흘 치를 예보하는 초단기예보(동네예보)의 적절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기상청이 지나치게 어려운 수준까지 예보를 하면서 신뢰도 하락을 자초한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미국은 도시 단위, 일본은 현 단위로 단기예보를 하고, 날짜 단위로 예보를 하는데, 기상청은 1시간 단위까지 예보를 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유 청장은 “동네예보는 2008년 국민 의식조사와 설문조사를 거쳐 실시된 것”이라면서 예보 정확도를 높이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답했다.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 지성호 의원 등은 기상청이 2017년부터 도입한 중국산 연직바람관측장비 운영체제(윈도XP)에서 악성코드가 발견된 점을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지 의원은 “중국이 우리 기상 정보를 다 들여다보고 있는 것 아닌가, 기상은 국민의 알 권리를 넘어 국가 안보에서도 중요하다”며 “국가 안보에 구멍이 뚫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청장은 “기상청에는 3단계의 방화벽과 망연계시스템, 침입방지시스템 등 5단계 보안장치가 있어서 (악성코드로 인해) 기상 정보가 외부에 유출되지는 않았다”면서 “정보당국과 함께 전국의 모든 중국산 장비에 대해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유 청장은 악성코드가 발견된 장비가 올해 2대 더 도입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악성코드가 발견되기 전 계약돼 물리긴 어렵다”면서 “해당 장비를 납품한 업체가 부정당 업체로 등록되도록 관철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청장은 이날 질의에 앞선 인사말에서 “이제 기후위기를 넘어 인간의 위기, 생존의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며 “올해는 브레이크가 고장 나 멈추지 않는, 기후위기라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질주하는 듯했다. 기후위기 시대 한가운데 있다는 것이 더 실감 나는 해였다”고 말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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