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전국 독일에 대한 생생한 현장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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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나서 서구 세계는 전쟁터가 된 나라가 궁금했던 모양이다.
이보다 좀 더 앞서 1946년 스웨덴 일간지 '엑스프레션'은 패전국 독일의 상황을 일반인에게 알리기 위해 스물세살 난 작가 스티그 다게르만을 독일 현지로 보냈다.
그렇다면 반파시스트였던 스웨덴 작가 스티그 다게르만이 보고 겪은 패전국 독일의 상황은 어땠을까? 다게르만이 남긴 '독일의 가을'을 읽어나가다 보면 당시 독일은 완전한 폐허 상태에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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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나서 서구 세계는 전쟁터가 된 나라가 궁금했던 모양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1947년 ‘분노의 포도’의 저자 존 스타인백과 종군기자로 유명한 로버트 카파는 뉴욕 ‘헤럴드 트리뷴’지의 의뢰를 받고 이제 막 냉전 시대가 시작된 소련을 두 달 동안 여행했다. 그들은 정치적인 의도가 전혀 없이 다만 소련 사람들이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음식을 먹으며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 보고 들은 것을 기록했다. 그 결과물이 종전 후 비참한 소련 모습을 담은 ‘러시아 저널’이라는 책이다.
이보다 좀 더 앞서 1946년 스웨덴 일간지 ‘엑스프레션’은 패전국 독일의 상황을 일반인에게 알리기 위해 스물세살 난 작가 스티그 다게르만을 독일 현지로 보냈다.
그렇다면 반파시스트였던 스웨덴 작가 스티그 다게르만이 보고 겪은 패전국 독일의 상황은 어땠을까? 다게르만이 남긴 ‘독일의 가을’을 읽어나가다 보면 당시 독일은 완전한 폐허 상태에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시 독일은 어디를 가더라도 최악의 폐허 상태였다. 만약 누군가가 폐허 전문가가 되고 싶어서 폐허에 관한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알 수 있는 완벽한 견본이 필요하거나, 사막보다 더 황폐하고 산보다 더 험난하며, 악몽만큼 끔찍한 폐허 상태를 보고 싶다면 그저 독일의 한 도시 즉 함부르크만으로 충분하다고 다게르만은 썼다.
물론 침략국은 독일이었다. 그러나 전쟁이 진행될수록 연합군과 나치 독일의 차별성이 사라져 가고 있었다는 것을 ‘독일의 가을’이 잘 보여준다. 다시 말하자면 연합군은 갈수록 나치 독일이 저지른 대량학살에 버금가는 폭력과 독일 민간인 학살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전쟁 초기인 1940년 독일의 폭격으로 인해서 영국 코번트리가 상당 부분 파괴되고 육백여명의 민간인이 희생되었지만 1942년 이후로는 전세가 역전되어 연합군은 더 성능 좋은 폭격기를 가지고 제공권을 완전히 장악하였다. 그 결과 1943년 함부르크 폭격 때에 무려 삼만오천명의 독일 민간인이 사망했고 팔십만채의 주택이 파괴되었다. 그리고 연합군은 독일의 사기를 꺾기 위해서 고의로 노동자들이 밀집해서 사는 지역에 폭격을 집중하였다.
물론 연합군의 이런 가혹한 공격은 나치 독일의 범죄에 대해서 모든 독일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관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패전 후 많은 독일 여성에게 있어서 성매매와 암거래 이외에 특별한 생계 수단이 없었기 때문에 성매매나 암거래를 두고 부도덕하다고 비난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리고 도둑질을 타인의 재산을 강탈하는 범죄가 아니라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을 더 공정하게 분배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는 새로운 도덕 기준이 생겼다. 당시 많은 독일 사람들은 법적으로 금지된 행위를 하는 것보다 가족을 굶기는 것을 더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행위로 여겼다. 패전과 승전을 떠나서 전쟁이 얼마나 사람을 피폐하게 만드는지 실감하게 된다.
박균호 교사 ‘나의 첫 고전 읽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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