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늘리되, 필수의료로 의사 끌어들일 유인책 마련해야"
필수의료 의사들이 '자부심' 갖고 일할 환경 조성도 요구
'공공의대' 도입 놓고는 의사-시민단체 견해 엇갈려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권지현 기자 =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전문가들은 정원 확대와 함께 필수의료 분야로 의사들을 유인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들을 요구했다.
필수의료 분야 수가(酬價·건강보험 재정에서 병의원에 지급하는 의료행위 대가)를 올리고, 이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고되게 일한 만큼 보상을"…'수가 인상' 한목소리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그동안 우리 사회의 논의가 의사 수를 늘릴지 말지에만 매몰돼 있었는데, 의대 정원 확대는 의료시스템 정상화의 시작이지 끝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의대 정원을 당장 최소 1천 명 이상 늘리되, 필수의료에 충분한 인력이 투입될 수 있도록 제도를 함께 정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대학병원에서 힘들게 중환자와 응급환자를 보는 의사들에게 돈을 적게 주니 이들이 의원으로 빠져나가는 것"이라며 "건강보험 수가를 인상할 때 인상분의 일정 부분을 의료진에게 주도록 하는 요건을 추가해 병원이 아닌 '의사'에게 충분한 보상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실 등 필수의료 분야의 수가 인상을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이준아 국립암센터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요즘 의대 졸업 후 인턴 과정을 거치지 않고 피부·미용 개원의로 바로 가는 경우가 많다"며 "필수의료 의사로 일하게 하려면 수가 인상 등 그만한 유인책이 있어야 하는데,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이유로 정답을 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도균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응급의학과 교수는 "지자체에서 의사를 고용하라고 돈을 지원해줘도 인력 풀이 작아 사람을 구할 수 없다"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을 늘리려면 야간이나 응급에 한정하지 말고, 수가를 전체적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부심 갖고 일하도록 해야"…'공공의대' 도입은 찬반 양론
전문가들은 붕괴 위기에 처한 필수의료 분야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전망을 가지고 다양한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숫자가 아니라 방법이 중요하다"며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얼마나 필요하고, 앞으로 배출될 전문의를 어떻게 배치할지에 대한 청사진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회장은 필수의료 분야 의사들이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도 요구했다.
그는 "(의료 사고에 대한) 무리한 판결과 과도한 형사처벌, 수술실 CCTV 촬영 의무화 등 과도한 규제로 인해 전문가 집단을 존중하지 않는 분위기가 의사들에게 큰 위협이 된다"며 "보람과 신뢰가 사라지면 계산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지역의사제 도입, 공공의대 설립 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윤 교수는 "취약지 병원을 300∼500병상 규모로 확충해 응급·중환자를 볼 수 있는 시설로 만들고, 지역의사제 등을 도입해 의사들이 해당 지역에서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역의사제는 지역의사 선발전형으로 뽑힌 의대생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원하고, 졸업 후 10년간 지역 의료기관의 필수분야에 의무적으로 근무하게 하는 제도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정책국장은 "그저 의사가 부족한 게 아니라, 지역의 공공·필수의료가 부족한 것이기 때문에 더 근본적으로 필요한 건 공공의대 신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체 의료 서비스의 최소 20∼30%만이라도 공공이 안정적으로 운영해 시장 실패를 극복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있었다.
공공의대를 설립할 게 아니라, 이미 교육 인프라가 잘 갖춰진 국립대 의대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준아 교수는 "일부 지역에서 정치인들이 정치적 논리로 공공의대를 신설하자고 주장하는데, 인프라 부족으로 교육의 질이 부실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전남대, 전북대, 경북대, 부산대와 같이 전통 있는 지방국립대 의대 정원을 늘리는 등 기존에 있는 자원을 최대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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