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 “범행 당시 술 취해 기억 안 나… 무서웠는데 꾹 참았다”
20대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그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정유정이 16일 열린 두 번째 공판에서 범행 당시 술에 취한 상태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판에는 정유정의 할아버지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유정은 그간 ‘어릴 적 조부모에게 학대를 당했고 이에 대한 분노가 범행으로 이어졌다’는 취지로 진술해왔는데, 이에 대해 그의 할아버지는 “중·고등학교 이후로는 때린 적 없다”고 했다.
부산지법 형사6부(김태업 부장판사)는 이날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절도 혐의로 기소된 정유정과 그의 할아버지 A씨에 대한 심문을 진행했다. 정유정은 피해자 사망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렸느냐는 재판부 질문에 “캔맥주와 병맥주를 여러 개 먹었다. 술에 취해 뚜렷하게 기억이 잘 안 난다”고 답했다.
피해자를 살해한 이유에 대해선 “같이 죽을 생각인 것도 있었고, 마지막으로 제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다”며 “힘든데 방법이 없어 속상한 일이 있어도 바로 풀지 않아 쌓여왔던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재판부가 ‘피해자는 무관하지 않느냐. 왜 살해했나’고 묻자 “같이 죽으면 환생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했다. 같이 죽어서 (제대로 된) 엄마,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유정은 캐리어를 준비한 이유에 대해 “(시신을 유기하러) 강에 갔는데 피해자의 가족사진을 보고 실종으로 꾸며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실종이 되면 (피해자가) 어딘가에 살아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하려고 그랬다. 중간에 잡혀서 실행하지 못했다”고 했다. 시신 훼손 방법 등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지도 계획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며 “무서웠는데 꾹 참고 그랬다”고 답했다.
이날 공판에는 정유정을 양육해온 조부 A씨가 증인으로 나섰다. 정유정은 어릴 적 부모의 이혼으로 A씨 밑에서 커왔다. A씨는 정유정 학대 여부에 대해 “말을 안 들을 땐 훈육 차원에서 몇 번 때린 적 있지만 중·고등학교 들어가고 나선 그런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정유정은 “할아버지가 청소기로 때린 적도 있고 옷걸이로 머리를 때려 이마에 상처가 난 적 있다”며 “초등학교 때 새할머니가 머리채를 잡아 질질 끌고 방으로 데려갔다. 훈육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외에 정유정이 과거 경기도 한 대학에 합격했으나 A씨가 “형편상 등록금을 주기 어렵다”고 말해 진학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정유정이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물건을 던지는 등 이전과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여, 관할 구청 담당자가 우울증 검사를 권유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우울증이 심한 것처럼 보인다고 했고, 본인의 거부로 검사와 치료를 못 받아 (살인을) 미연에 방지 못 했다”며 “요즘 잠을 못 잔다. 피해자 가족을 찾을 길이 없고, 경찰에 요청했는데 상대가 거부해 사죄하고 싶어도 못 한다. 사죄드린다”고 했다.
정유정은 지난 5월 26일 오후 부산 금정구에서 과외 앱으로 만난 2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고 사체를 훼손한 혐의(살인 및 사체손괴, 절도 등)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정유정은 앱을 통해 유인해 살해를 시도하려다 미수에 그친 2건에 대한 추가 혐의(살인예비 혐의)에 대해서도 송치된 상태다. 재판부는 오는 11월 6일 세번 째 공판을 진행하고 이후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선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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