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으로 확대 ‘유통망 상생결제’···SK스토아, 민간 홈쇼핑 최초

오기웅 중소벤처기업부 차관(가운데)이 16일 서울 마포구 SK스토아에서 열린 유통망 상생결제 선포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중기부 제공

T커머스 업체 SK스토아가 국내 민간 홈쇼핑 최초이자 제도 도입 후 최대 규모로 ‘유통망 상생결제’에 나선다. 소상공인들이 판매대금을 정산일 전에 조기 현금화할 수 있게 됐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6일 서울 마포구 SK스토아에서 ‘유통망 상생결제 도입 선포식’을 열었다. SK스토아는 TV 리모컨을 조작해 홈쇼핑 상품을 간단하게 살 수 있는 T커머스 업체로 온라인몰도 운영한다.

앞으로 SK스토아 입점 소상공인들은 매월 750억원, 연간 9000억원 대금을 판매대금 정산일 이전 언제라도 필요시 조기에 현금화할 수 있다. 연간 9000억원은 지난해 11월 중기부 산하 공공기관인 공영홈쇼핑(연 7200억원)이 유통업계 최초로 유통망 상생결제를 도입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중기부 관계자는 “현재 일부 민간 유통업체들이 유통망 상생결제를 시범 도입해 운영 중”이라며 “SK스토아의 참여는 민간 홈쇼핑과 T커머스 업계 최초”라고 전했다.

유통망 상생결제는 유통업 입점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정산일 이전에 판매대금을 조기에 정산받을 수 있는 수단이다. 유통 플랫폼은 유휴자금을 담보로 입점업체에 위탁판매자금을 지급한다.

지난해 중기부는 제조업 중심이었던 상생결제 방식을 유통업체 사정에 맞게 손봤다. 대기업 신용도를 활용해 낮은 금융비용으로 결제대금을 조기에 현금화할 수 있도록 한 기존 방식은 물품 납품 없이 위탁판매만 하는 유통업 입점업체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유통망 상생결제는 별도의 정부예산 지원 없이도 유통 대기업에 입점한 소상공인들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오기웅 중기부 차관은 “더 많은 기업들이 상생결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앞장서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신속한 판매대금 정산은 입점사들에게 중요하다. 판매대금을 받아야 다음 물건을 들여올 수 있다. 대규모유통업법은 대형 유통업자가 위탁 등 방식으로 상품을 판매할 경우 월 판매마감일로부터 40일, 직매입 거래의 경우 60일 이내 정산하도록 규정한다.

입점업체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네이버파이낸셜, 지마켓, 11번가 등은 별도로 ‘빠른 정산’ 정책을 시행 중이다. 배송이 시작되는 집하처리 다음날 또는 소비자의 구매 확정 후 하루이틀 뒤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플랫폼이 지급기한을 꽉 채워 정산하는 탓에 입점업체가 대출을 받기도 한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 8월까지 최근 5년간 7개 플랫폼 입점업체가 대금 정산을 대출로 먼저 받은 건수는 약 1만3000건, 대출 규모는 1조8130억원에 달했다. 플랫폼과 제휴한 은행이 운영하는 상품으로, 이 기간 발생한 이자액만 41억1800만원에 달했다.

특히 대금 지급 기간이 길게는 70일까지 걸리는 쿠팡이 전체 대출액의 73%를 차지했다. 이런 탓에 대금 정산기간의 법적 기준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