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이동통신 서비스 비전과 대한민국 통신 위상

2023. 10. 16. 15:3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방승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이동통신은 대체로 10년 주기로 발전 세대가 바뀐다. 새로운 세대가 나올 때마다 지향하는 서비스 비전이 존재했고 뒷받침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이동통신의 세대별 발전

이동통신 1세대(1G)는 대략 1980년대를 일컫는다. 이동하는 환경에서 유선전화 서비스와 동일한 형태의 음성서비스를 실현하는 방법으로 아날로그 통신기술이 개발됐다. 음성서비스는 소식을 전하고자 하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에서 출발했다. 더불어 이동하는 환경에서 음성을 전달한다는 것은 혁명과도 같은 것이므로 서비스 다양성은 생각할 것도 없이 이를 만족하는 기술을 빨리 도입 혹은 개발하는 것이 중요했다.

우리나라는 미국이 1983년 시카고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AMPS(Advanced Mobile Phone System)를 빠르게 도입해 1984년 아날로그 이동통신 서비스를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몇몇 아날로그 통신 기술이 있었지만, 모두 간섭 현상이 많고 용량이 부족해 2G 디지털 기술로 전이했다. 여기서도 주요 서비스는 음성서비스였다.

우리나라는 1990년부터 국책연구과제로 디지털 이동통신 개발을 시작해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을 세계 최초로 1996년 상용화해 이동통신 강국으로 도약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당시 어렵다고 여겨졌던 CDMA 이동통신 시스템 기술을 우리의 전전자교환기(TDX) 시스템 기술과 해외 무선기술을 접목해 성공시킴으로써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됐다. CDMA 기술은 시분할다중접속(TDMA)을 사용한 GSM대비 음성서비스 용량과 셀배치 면에서 유리한 점이 있어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통신기술의 위상이 달라지는 계기가 됐다.

사실 2G까지는 국가나 지역에 따라 나름대로 방식의 이동통신을 발전시켰다. 다만, 서로 상이한 통신규격으로는 같은 휴대폰으로 해외에서 국제로밍을 사용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그 결과, 국가별로 산재한 이동통신 기술 규격을 통일하는 무선전송기술에 대한 국제표준 제정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는 국제전기통신연합 라디오주파수대역(ITU-R)의 통신규약에서 IMT-2000을 내세우는 명분이 됐고 이런 구심점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3G IMT-2000은 음성서비스뿐만 아니라 영상 및 데이터 서비스를 목표로 했다. 이를 위해 1996년 최소성능요구사항으로 자동차환경 144Kbps, 보행자환경 384Kbps, 실내환경 2048Kbps로 정했다. IMT-2000 서비스 비전은 사실상 이것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3G 이동통신 서비스 비전은 2G 음성서비스에서 자연스럽게 영상과 데이터 서비스로 발전한 것이기 때문에 서비스 구현을 위한 복잡한 그림도, 창의적 주장도 필요 없었다.

이렇게 출발한 IMT-2000 서비스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당초에는 하나의 무선전송기술로 만들려다 하나의 단말에 여러 기술을 넣는 것으로 국제로밍을 해결할 수 있어 복수의 무선전송기술이 ITU-R에서 1999년 말에 표준 채택됐다. 그 결과, 크게는 GSM계열에서 발전한 WCDMA와 CDMA IS-95에서 발전한 cdma2000이 양대 산맥을 이루게 됐다. 우리나라는 이미 2G CDMA IS-95를 개발하고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성공 경험 덕분에 WCDMA와 cdma2000에 무선 핵심원천기술 일부를 표준으로 채택시켰다. CDMA 기술과 같은 계열이기에 IMT-2000 시스템 및 단말 개발도 선도할 수 있었다.

◇4세대와 5세대 서비스 비전

ITU-R에서 3G IMT-2000을 주도하며 이동통신 시스템은 정확히 10년 주기로 발전, 4G는 2010년 서비스 시작을 목표로 IMT-어드밴스드로 불리며 진행됐다. 물론 ITU-R 표준을 위한 대표 제안 기구인 3GPP에서는 4G기술을 LTE와 LTE-어드밴스드(통틀어 LTE로도 불림)로 부른다.

3G에서 4G로 넘어오는 중간에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를 위해 인핸스드 IMT-2000이 있었고, 우리나라는 이를 위해 와이브로(WiBro)를 개발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와이브로 개발로 모바일인터넷 서비스를 선도하게 됐다. 4G 서비스 비전은 2002년 ITU-R에서 음성, 영상, 모바일인터넷 서비스와 이를 지원하기 위한 이동속도 환경에 따른 최소성능요구사항으로 규정했다. 4G 서비스를 보면, 인간 대 인간, 혹은 웹포털 대 인간 서비스로 국한돼 있다.

한편, 와이브로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뿐만 아니라 미국 IEEE 802.16e, 이어 ITU-R에도 표준으로 승인됐다. 3G 대비 더욱 빠른 모바일 데이터 전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CDMA 대신 직교주파수분할다중(OFDMA) 방식을 채택했다. 와이브로는 OFDMA 방식을 표준화시킨 세계 최초 이동통신 시스템이 됐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OFDMA 무선기술에 많은 원천기술을 확보하게 됐고 우리나라 산업체들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LTE 표준기술을 확보하는 기반도 됐다. 와이브로의 OFDMA 방식 채택은 4G 이동통신기술인 LTE에서 OFDMA를 채택함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이는 1984년 AMPS 서비스 이후 30년도 지나지 않아 우리나라가 세계 이동통신을 선도하는 강국으로 떠오른 것을 의미한다. 이런 비약적 발전은 모바일인터넷 서비스를 선두로 치고 나가자는 생각이 만들어낸 결과다. 2010년대 사물인터넷(IoT) 서비스가 거론되면서 인간 대 기계, 혹은 기계 대 기계의 통신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4G까지 서비스가 인간 중심이었다면, 5G부터는 인간과 기계가 함께 어우러지는 서비스로 발전하기 시작함을 의미한다. 그 결과, 센서 단위 면적당 접속 가능 갯수, 로봇을 빠르게 제어하는 저지연 기술 등이 중요하게 됐다.이런 서비스 확장은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 촉발된 4차 산업혁명과 맥을 같이 한다. 4차 산업혁명을 협의로 규정하면 디지털(ICT)이 타 산업에 융합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5G 이동통신 서비스 비전과 맞닿아 있다.

우리는 5G 통신 인프라가 전통적 모바일인터넷 서비스뿐만 아니라 타 산업에 기반이 되고 융합되면서 더욱 발전하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특정 공간이나 지역에서 도입하려는 서비스에 특화된 맞춤형 네트워크인 5G특화망이 한 예다. 5G특화망은 공장을 자동제어하는 스마트팩토리, 자율화·전장화되는 자동차산업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5G 서비스 비전을 보면서, 필자는 서비스에도 창의적 아이디어가 존재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곤 했다.

◇6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비전에 주요 기여

ITU-R에서는 2030년대 서비스 목표로 6G 서비스 비전으로 지난 6월 IMT-2030 프레임워크를 제시했다. 여기서는 2030년대 전개될 사용 시나리오와 이를 실현시킬 기술에 대한 성능요구사항을 정의한다.사용 시나리오로는 5G 사용 시나리오인 eMBB, URLLC, mMTC에서 더 확장을 한 부분과 유비쿼터스 커넥티비티, 인공지능(AI), 센싱 등 새로운 사용 시나리오를 추가했다.

ITU-R IMT-2030 프레임워크 권고안의 가장 중요한 부분, 즉 사용 시나리오 휠(Wheel) 다이어그램과 성능요구사항 팔레트(Palette) 다이어그램은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제안해 만들어졌다. 이동통신 서비스에서도 우리나라의 위상이 더욱 높아진 것을 의미한다. ETRI는 2020년 초에 6G 비전을 정립하고 계속 보완했다. 이를 기반으로 삼성전자, LG전자, TTA 등 국내 기업·기관과 협력해 국가 기고로 ITU-R에 6G 비전 기고서를 다수 제출해 Wheel 다이어그램에 반영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서비스는 산업 활성화를 위해 기술보다 중요하다. 현재 5G 활성화가 기대보다 더딘 것도 기존과 차별화된 서비스의 부재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것은 약 20년 전 3G에서도 벌어진 일이다. 3G '킬러 앱'이 없어 세계가 고민하던 차에 2007년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3G 기술도 모자라 4G에서 더욱 그 서비스가 활성화된 적이 있다. 아마도 5G와 6G에서도 유사한 일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어쩌면 스마트글라스를 포함한 웨어러블 디바이스에서 혹은 타 산업 융합 서비스가 더욱 활성화되면서 격변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6G 서비스 비전을 선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향후 새로운 서비스에서 벌어질 일들에 대해 우리나라가 선구자로 실현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6G 통신기술에서는 타 산업과 융합한 기술의 발전뿐만 아니라 유비쿼터스 커넥티비티 즉, 하늘을 포함한 지구 어디에서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나리오가 새로이 포함돼 있다. 미래에는 비행기 내 대규모 인터넷, 도심교통항공(UAM), 드론, 해상·오지, 재난재해, 미래국방 통신 등 서비스 확장을 위해 지상과 위성이 통합 협력하는 통신이 필요하다. 이렇게 새로운 서비스를 포함해 6G 기술을 개발하는 동안에는 6G 서비스 비전을 내내 보게 된다. 향후 5G 후반 혹은 6G를 개발할 때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반영한 6G 서비스 비전에 대한 선도적 기여를 상기하면서, 산업을 활성화시키는 좋은 서비스들이 우리나라에서 혁신적으로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방승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scbang@etri.re.kr

〈필자〉방승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전자공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1994년 ETRI에서 연구원 생활을 시작해 무선전송연구부장, 미래기술연구본부장, 통신미디어연구소장 등을 역임하고 지난해 말 원장에 취임했다. 그동안 디지털신호처리, 이동통신 등 분야에서 다수의 SCI급 논문을 발표하고 1400건 가까운 국내외 특허 출원, 700건이 넘는 특허 등록 실적을 거뒀다. 2006년에는 국무총리표창, 2014년에는 한국공학상, 2021년에는 해동기술대상을 받았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통신학회와 한국전자파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