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녀 연락 안되자 실종신고…울산경찰 허위신고전화 골머리

올들어 9월까지 허위신고로 97건 즉심, 지난해 동기 대비 76.5% 증가
정작 필요한 곳 출동 못할 수도 있어 치안^소방 행정력 낭비 야기

전화 안 받는 내연녀 찾기 위해 경찰에 실종 신고하고, 무전취식 조사 받던 중에 경찰서에 불 난 것처럼 신고 하고...

울산경찰청 전경. 국제신문 자료사진

경찰과 소방당국 등이 허위신고로 인해 행정력을 낭비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이로 인해 허위 신고자가 처벌을 받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울산경찰청은 올해 1∼9월 허위신고로 즉결심판 등에 넘긴 사례가 9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5건보다 42건(76.4%) 늘었다고 16일 밝혔다.

일례를 보면 지난달 14일 입건된 50대 남성의 경우 내연녀가 자신의 전화를 차단하고 연락을 끊자 행방을 확인할 목적으로 “아내가 연락이 안 된다”며 허위 신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지난 4월에는 소방본부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 당국이 신고자 위치를 추적해 현장으로 출동했는데 모 경찰서 형사과 사무실이었다. 신고자는 무전취식으로 조사를 받던 40대였는데 별다른 이유도 없이 119로 거짓 신고를 한 것이었다.

지난 2월 새벽에는 집에 강도가 들어와 감금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관들이 출동했다. 하지만 신고자인 50대는 아무런 상황 없이 집 안에 편안하게 있는 상태였다.

경찰은 이들 모두 즉결심판에 회부했다. 즉결심판은 경미한 범죄(20만 원 이하 벌금 등)에 대해 정식 형사소송 절차를 거치지 않는 약식재판이다. 전과는 남지 않는다. 이처럼 허위신고를 해도 처벌은 가벼운 편이라 행위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경찰 관계자는 “허위신고는 단순히 장난으로 치부할지 모르지만 엄연히 범죄”라며 “특히 정작 필요한 곳에 경찰력이 출동하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허위신고에 대해 더욱 엄중하게 대응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한편, 울산경찰청 자체 분석 결과 올해 1∼9월 112신고는 총 33만6254건이 접수됐다. 이는 전국 112신고 중 2.0% 정도로, 전국 인구 대비 울산 인구 비율(2.1%)과 거의 같다. 울산 내에선 남구(34.7%), 울주군(17.5%), 중구(16.7%), 북구(16.5%), 동구(14.6%) 순으로 신고가 많다. 시간대별로는 오후 3시에서 6시 사이, 밤 10시에서 11시 사이에 신고가 많이 들어오는 것으로 조사됐다. 요일은 금요일과 토요일에 집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