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 안팎 예비 명인들 “국악의 미래, 우리가 보여줄께요”
[헤럴드경제=함영훈 선임기자]‘초심(初心)’은 한국문화재재단과 서울대 국악과가 내일의 국악 명인을 꿈꾸는 학부생들의 성장과 결실을 담은 공동 프로젝트 공연이다. 많은 명인들이 거쳐 간 서울 대치동 한국문화의집 KOUS 극장에서 오는 29일 오후 4시에 열린다. 네이버 예약에서 예매한다.
스무살 안팎의 초심자들은 요즘 ‘조선팝’으로 불리며 국민적 인기를 얻은 국악을 퓨전, 창작, 정통 등 다양한 레퍼토리로 무대를 펼친다. 관객 설명, 연출 방식 등을 학생들이 직접 구상하고 한국문화재재단의 선배 문화예술인들이 도왔다. 군자불기(君子不器)의 자세로, 요즘 21세기형으로 거듭난 이날치(1820-1892, 명인)의 창의력을 추구하는 것이다.
지난 6월부터 허윤정 서울대 교수와 함께 준비했으며 출연진 선정 오디션, 오리엔테이션, 멘토링, 팀별 워크샵, 공연 기획을 위한 고민과 토론 등 넉달 간 ‘초심 명인으로의 성장기’를 거졌다.
학생들에게 처음 주어진 미션은 ‘국악을 잘 모르는 나의 주변 친구들, 외국인 친구들에게 어떻게 내가 사랑하는 한국의 전통 음악을 맛깔나게 소개 할 수 있을까?’였다.
다섯 팀으로 구성된 학생들은 판소리, 정가, 타악, 실내악, 음악극 등 다양한 장르를 탐구, 연습하고 다양한 관객이 공연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방법론은 고민했다.
허 교수는 “학교 수업만으로는 이런 성장의 기회를 가지기는 쉽지 않다”며 “이번 한국문화재재단과의 프로젝트는 학생들에게 창의적 고민, 그것을 깨는 방법론의 도출 등을 통해 한층 성장할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에게는 자연을 벗 삼아 ‘노는 시간’도 미션으로 주어졌다. 새로운 음악적 영감 얻어 신선하면서도 재미있는 공연을 만들도록 하기 위함이다.
복학생 김주호(18학번) 학생은 “공연을 준비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러나 결국 공연 준비가 창작의 고통과 번뇌 속에서 ‘나만의 길’을 찾아 성장하는 과정이 되었다”고 말한다.
“처음 ‘초심(初心)’이라는 주제를 듣고 철저히 관객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고, 보여주고자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 오히려 혼란스러웠습니다. 하지만 황민왕 멘토(타악 연주자, ‘2023 여우락’ 음악감독)의 조언, 숱한 토론, 연습을 거듭하며 결국 해냈습니다.”
그는 “초심(初心) 공연은 ‘나와의 끊임없는 싸움’이었지만, 나의 음악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것이기에 행복했다”고 덧붙였다.
‘2인놀이’ 팀(타악 김주호, 피리·태평소 박성빈)은 전통 음악의 뿌리가 되는 무속 음악을 기반으로 재구성해 ‘초심굿’을 선보인다. 국민 안녕을 기원하는 축원굿 형태로 관객과 소통한다.
이름 속에 성장통과 발전의 의미를 담은 ‘악(樂)몽, 아리고도 아름다운’ 팀(가야금 김은세, 대금 신소연, 타악 김민주)은 5개의 아리랑을 편곡해 구성한 독립운동가와 기생의 러브스토리를 풀어냈다.
‘흥보가 기가막혀’ 팀(소리 김소원·이혜진, 고수 김민정·김주호)은 흥보가 중 박타는 대목을 판소리 본연의 입체창 형식에다 창극 형식을 가미해 관객들과 소통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힌다.
‘별, 그리고 나’ 팀(피리 이지나, 대금 박현수, 가야금 박지원, 타악 김서정, 해금 김애주)은 음악극을 통해서 관객들로 하여금 본인의 행복이 무엇인 지에 대해 고찰해보았다고 한다.
‘화원에서 노니나니’ 팀(작곡 장서영, 가야금 최훈, 거문고 주아현, 대금 박현수, 피리 주영훈, 해금 윤정빈, 타악 김서정, 정가 노하연)은 여창가곡 계면 편수대엽 ‘모란은’을 주제한 작품으로, 이 세상을 꽃으로 가득 찬 화원으로 설정하고 어디에 있든지 자신만의 꽃을 활짝 피우며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둥근 메모’식 형용모순인 ‘초심 명인’ 표현 속엔 꿈과 희망이 있다. 멋·흥·행복감이 객석에 제대로 전달되느냐가 자신과의 싸움, 그 승패를 결정지을 듯 하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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