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엽 "이번엔 거대한 곰팡이 세계…작법서 탐독해 재미 살렸죠"

김용래 2023. 10. 16.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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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 뒤덮인 지상세계 탐험하는 사람들…두번째 SF 장편 신작 '파견자들'
김초엽 작가 16일 서울 강남구 최인아책방에서 열린 장편소설 '파견자들' 출간 간담회에 앞서 포즈 취한 소설가 김초엽. [예스24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인간에게 광증을 퍼트리는 곰팡이 포자로 가득 찬 지상 세계, 사람들은 어둡고 퀴퀴한 지하도시로 떠밀려와 갑갑한 생을 연명한다. 이런 세상에서도 태린은 누구보다 지상 세계에 가 닿기를 소망한다. 스승 이제프처럼 파견자가 되어 지상을 탐사하고 싶은 열망에 몸이 단 태린. 그런데 파견자 자격시험을 앞둔 어느 날 그에게 어디선가 들어본 것만 같은 이상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인기 SF(과학소설) 작가 김초엽이 온통 곰팡이로 뒤덮인 세계를 배경으로 쓴 두 번째 장편소설 '파견자들'을 들고 돌아왔다.

이 소설은 곰팡이로 뒤덮인 지구를 탐사하고 마침내 놀라운 진실을 목격하는 '파견자'들의 이야기다. 파견자가 되기 위해 부단히 수련하고 시험을 거쳐 마침내 갈망하던 지상 세계로 올라가 흥미로운 탐험을 감행하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장대하게 펼쳐진다.

서울 강남구 최인아책방에서 16일 열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독자들의 관심이 부담스럽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부담스러웠다"면서도 "창작자들에게는 적당한 부담과 압력이 오히려 동력이 되는 것 같다"고 답했다.

김초엽은 포항공대에서 바이오센서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은 과학자 출신 SF 작가다. 2017년 단편 '관내분실'로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부문 대상을 받으며 데뷔했고, 이후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제11회 젊은작가상, 제62회 한국출판문화상(저술-교양 부문) 등을 받았다.

단편모음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2019년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됐고, 올해 중국성운상 번역부문 금상을 받는 등 국내에서는 물론 해외에서도 관심이 뜨겁다.

"통제할 수 있을 정도의 부담을 가졌을 때 가장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것 같아요. 독자들의 기대에 부담도 있었지만 신뢰가 있었어요. '아, 내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면 반드시 읽어주실 거다' 하는 그런 신뢰 말입니다."

'파견자들'은 2021년 발표한 장편 '지구 끝의 온실'에 이은 그의 두 번째 장편으로, 전작 장편에서 식물의 세계에 뒀던 관심을 이번에는 곰팡이(균류)까지 확대했다. '거대한 곰팡이 네트워크'라 할 수 있는 '범람체'라는 괴생명체가 이 소설의 핵심 소재.

소설엔 이런 대목이 있다.

"색이란 색은 모두 사용한 거대한 유화작품으로 지상을 덮은 것처럼, 마치 색이 그 자체로 살아 있어 도시를 통째로 움켜쥔 것처럼 범람체는 존재감을 발휘했다. (중략) 눈앞의 범람체들이 태린에게 속삭이는 듯했다. 어서 가까이 와서 자신을 살펴보라고. 직접 만지고 냄새를 맡고 먹어보라고."(114~115쪽)

인간 대신 지구를 점령한 화려한 색감의 거대한 곰팡이 네트워크 '범람체'가 지상세계에 막 당도한 태린을 유혹하는 장면이다.

작가는 몇 년 전 한 미술 전시에서 발표한 짧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곰팡이와 균사체에 대한 아이디어를 품기 시작해 2년 정도 관련 서적들을 탐독하면서 소설을 구상했다고 했다.

김초엽 장편소설 '파견자들' [예스24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간이 아닌 다른 생물이 어떻게 세계를 감각하고 인식하는가에 주목했어요. 제가 읽은 한 책에 따르면 곰팡이에게 미로 문제를 풀라고 하면 되게 잘 푼대요. 인간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 되는 거죠. 아니, 곰팡이들은 뇌도 없고 지능도 없는 것 같은데 도대체 어떻게 뇌가 있는 인간처럼 미로 문제를 풀까. 이런 걸 상상하다 보니 곰팡이처럼 사고한다는 게 어떤 건지 보여드리고 싶어졌어요."

작가는 이번 소설을 쓰면서 초심으로 돌아가 소설 작법서들을 탐독하며 인물들을 세밀하게 구축하는 데 공을 들였다고 했다.

"작법서들을 참고해 늘어지는 장면들을 쳐내기도 하고 인물들의 성격을 구체화하면서 어떻게 하면 독자가 인물들에 더 매력을 느낄 수 있을지를 많이 고민했습니다. 독자들께 재미있게만 닿을 수 있다면 만족할 것 같아요."

국내 SF 장르의 독자층이 점차 넓어지고 해외에서도 주목받는 작가들이 나오는 데에 대해 "뿌듯하다"는 소회도 밝혔다.

김 작가는 "김보영, 정보라 작가님처럼 한국에서 활동하던 SF 작가들의 작품이 영어로 출간되면서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는데 한국 SF가 지금까지 쌓아온 이런 역사나 계보가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소설뿐 아니라 여러 미디어에서 (한국 SF를 바탕으로) 영화·드라마가 만들어지는 데 대해 작가로서 감사한 기회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파견자들'은 이날 종이책 출간에 앞서 예스24 오리지널에서 앞서 이달 3회에 걸쳐 연재됐다.

퍼블리온. 432쪽.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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