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마'는 어려운 오페라? 아침 드라마처럼 편하게 즐기길"

장병호 2023. 10. 16. 15: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리카르도 무티가 선택한 소프라노' 여지원
26일 개막 예술의전당 '노르마' 주역 맡아
"감정 소용돌이 억제하며 연기, 지루할 틈 없어"
서울서 오페라 공연은 처음 "기쁘고 기대돼"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리카르도 무티가 선택한 소프라노’로 이름을 알린 소프라노 여지원(43)이 예술의전당 오페라 ‘노르마’로 한국 관객과 만난다. 여지원이 서울에서 정식으로 오페라를 공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여지원은 ‘노르마’를 “성악가에겐 어렵지만 관객에겐 그렇지 않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1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무궁화홀에서 열린 오페라 ‘노르마’ 기자간담회에서 소프라노 여지원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예술의전당)
‘노르마’는 벨칸토 오페라(화려한 기교의 창법을 중시하는 오페라)의 대가 빈첸초 벨리니의 대표작이다. 1831년 초연한 작품으로 로마 제국 시대, 옛 프랑스 영토인 갈리아를 무대로 드루이드교의 제사장인 노르마와 점령군 수장이자 로마의 총독인 폴리오네, 그리고 노르마를 따르는 여(女)사제 아달지사의 비운의 삼각관계를 그린다.

주인공 노르마 역을 맡은 소프라노에게 고난도의 가창력을 요구해 자주 무대에 오르는 작품은 아니다. 한국에서 정식으로 공연하는 것도 이번이 두 번째다. 예술의전당이 전관 개관 30주년을 기념해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의 2016년 시즌 개막작으로 초연한 프로덕션을 국내 관객에 처음 선보인다.

주인공 노르마 역을 맡은 여지원은 현재 이탈리아에서 오페라 가수로 활동 중이다. 여지원은 “‘노르마’는 기술적으로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악보에 써있는 음정을 다 노래할 수 없고, 여기에 복합적인 감정까지 표현해야 해서 성악가 입장에선 무척 어려운 작품이다”라고 털어놨다.

1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무궁화홀에서 열린 오페라 ‘노르마’ 기자간담회에서 소프라노 여지원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예술의전당)
이어 “관객 입장에서는 내용이 무척 재미있어서 어렵지 않다”며 “아침 드라마에서 볼 법한 삼각관계도 등장하고, 우정과 희생 등 익숙한 이야기도 있으며, 무엇보다 벨리니가 인물의 감정을 음악으로 기막히게 풀어내 작품이 전하는 감정을 따라오면 지루할 틈 없이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작품 속 노르마는 복잡한 면모를 지닌 인물이다. 드루이드교의 제사장으로 엄격한 면모를 보이지만, 그 이면엔 한 남자를 사랑하는 여인의 모습, 그리고 아이들에 대한 애증을 함께 보여준다. 여지원은 “노르마는 한 민족의 종교적, 정치적 지도자로서 인간적인 감정을 드러내선 안 되지만,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고 아이를 낳은 뒤 사랑의 배신을 겪는다”며 “엄청난 감정의 소용돌이를 억제하면서도 연기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그런 노르마의 모습이 잘 드러나는 것이 바로 작품의 대표 아리아인 ‘정결한 여신이여’(Casta Diva)다. 여지원은 “노르마가 소용돌이 치는 감정을 누르면서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듯한 모습으로 부르는 기도의 노래”라며 “감정을 감추면서 강한 힘을 내면에서 노래로 표현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예술의전당 오페라 ‘노르마’ 기자간담회가 1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무궁화홀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노르마 역 소프라노 데시레 랑카토레, 소프라노 여지원, 지휘자 로베르토 아바도, 아달지사 역 메조 소프라노 테레사 이에르볼리노, 오로베소 역 베이스 박종민, 서고우니 예술의전당 공연예술본부장. (사진=예술의전당)
여지원은 2005년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나 해외 오페라 무대에서 활동해왔다. 세계적인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의 발탁을 받아 2015년 오페라 ‘에르나니’의 엘비라 역으로 데뷔하며 이름을 알렸다. 2017년에는 무티가 지휘한 오페라 ‘아이다’에서 주인공 아이다 역에 다시 한 번 캐스팅됐고, 세계적인 클래식 축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사상 한국인 최초로 주인공 역할을 맡아 주목을 받았다.

여지원은 “이탈리아 오페라의 정수라 할 수 있는 ‘노르마’를 한국에서 노래할 수 있게 돼 기쁘고 기대된다”고 한국 공연에 대한 소감을 말했다. 또한 “오페라는 언어를 기본으로 하는 장르이기 때문에 제가 사용하는 언어(이탈리아)를 가장 잘 표현하는 이탈리아 오페라 위주로 활동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탈리아 오페라의 맛을 잘 살리는 게 제 목표다”라고 전했다.

이번 공연에는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소프라노 데시레 랑카토레가 여지원과 함께 노르마 역에 더블 캐스팅됐다. 이들 외에도 테너 마시모 조르다노, 메조 소프라노 테레사 이에르볼리노, 베이스 박종민 등이 출연한다. 지휘자 로베르토 아바도, 연출가 알렉스 오예 등이 참여한다. ‘노르마’는 오는 26일부터 29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장병호 (solanin@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