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 살해범’ 정유정 “술에 취해 살인 과정 기억 안난다”

인터넷 과외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알게 된 또래 여성을 살인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정유정(23)이 두 번째 공판에 출석해 범행 당시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태업)는 16일 살인과 사체손괴 및 절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유정과 정유정의 친할아버지 증인심문 등을 진행했다.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이 지난 7월 부산지법에서 열린 첫번째 공판준비기일에 참석했다가 호송차를 타러 가고 있다. MBN 보도화면 갈무리

검찰은 이날 피고인 심문에서 정유정의 범행 과정과 동기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검사가 “성장 과정과 가정환경에서 쌓인 분노를 풀기 위해 사람을 죽인 것이 아니냐”는 추궁에 정유정은 “분노를 풀겠다고 생각 안 했다. 같이 죽을 사람이 필요했고,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다”고 대답했다.

재판부가 범행동기와 무관한 피해자를 살해한 이유를 묻자 “같이 갈 사람이 필요했다. 나는 같이 죽어서 환생한다고 생각했다”고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정유정은 또 범행 과정에서 피해자가 자신의 목을 졸랐고, 얼굴을 할퀴는 등 치열한 몸싸움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부검 감정 결과 피해자의 손톱에서 피고인의 DNA가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며 “피해자가 피고인을 할퀴거나 잡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피고인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정유정은 “당시 몸싸움 과정에서 안경이 날아가 사물이 잘 보이지 않았고, 캔이랑 병맥주 등을 마셔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정유정은 또 “범행 이후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지만, 피해자의 가족사진을 보고 시신을 유기해 실종으로 처리하려고 했다”며 “실종으로 꾸미면 유가족들이 피해자가 살아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유정 측은 자신의 가정환경과 성장배경 등을 설명하기 위해 자신의 친할아버지를 증인으로 신청해 이날 친할아버지에 대한 증인심문이 진행됐다.

정유정의 할아버지는 “지난해 7월부터 정유정의 성격이 바뀌기 시작해 구청에 심리검사를 신청했으나, 정유정이 이를 거부해 성사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정유정은 친할아버지와 새 할머니로부터 학대를 당했고, 고교 진학 당시 친한 친구들과 헤어지면서 심리적으로 힘들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속상하거나 부당한 일이 생겨도 화를 내지 않고 꾹 눌러 쌓였던 것 같다”며 “(피해자를) 살해하기 전 가방에 흉기를 챙기는 등 사체 한편 정유정에 대한 다음 공판은 다음달 6일 오전 부산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부산=오성택 기자 fivesta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