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비즈니스석 탄 듯 쾌적...한국 처음 온 움직이는 사무실의 정체는[CarTalk]

박지연 2023. 10. 1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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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처음 온 도요타의 신형 미니밴 '알파드'
2열 '움직이는 사무실', '휴식공간' 활용 가능
3열 좌석 접어 올리면 적재공간으로
토요타 신형 알파드가 도로를 달리고 있다. 토요타코리아 제공

캄캄한 지하 주차장에 들어섰다. 커다란 미니밴이 고급스러운 광택을 뽐냈다. 뒷좌석에선 어느 회사 최고경영자(CEO)나 연예인이 내릴 것 같았다. 지난달 19일 만난 토요타 신형 알파드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보다 고급스러운 생김새, 세단보다 넓고 실용적 실내 공간을 자랑했다. '임원을 위한 의전차량', '가족을 위한 프리미엄 미니밴'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토요타는 한국 시장에 최상위 트림만 내놓았다.

알파드는 2002년 이후 3세대에 걸쳐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안전장치, 편의 사양을 적용하며 진화했다. 한국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동 수단을 넘어 쇼퍼 드리븐(Chauffeur-driven), 즉 '수행기사(Chauffeur)가 운전하는 차량'에 대한 개념을 확장하려는 목표를 세웠다. 한국토요타 관계자는 "쇼퍼 드리븐 차량 하면 세단을 떠올리는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새로운 색깔의 플래그십"이라며 "완전한 프리미엄 스페이스를 목표로 소음 진동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에서 경기 가평군을 오가는 구간에서 2열 오른쪽 자리 이른바 '사장님 자리'에 타 봤다. '움직이는 사무실' 또는 '휴식 공간' 콘셉트로 설계했다는 2열 시트에는 부드러운 질감의 나파 천연 가죽 소재를 썼다. 두 다리를 쭉 뻗을 수 있을 만큼 앞 열과 간격은 넓었다.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는 듯한 안락함을 준다는 뜻에서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시트'라 이름을 붙였다.

'사장님 자리'에선 많은 것들을 직접 조종할 수 있다. '움직이는 사무실' 모드 체험하기. 오른쪽 암레스트 앞에 있는 컵 홀더에 음료가 담긴 텀블러를 올려놨다. 스마트폰처럼 생긴 터치 타입의 리모컨(컨트롤러)을 좌우로 넘기니 여러 편의 사양이 담겨 있다.

암레스트를 열자 내장된 테이블이 나왔다. 테이블을 펼치면 노트북을 올려놓기에도 충분했다. 강한 햇빛이 노트북 모니터에서 반사됐다. 컨트롤러로 하강식 차양(전동 선셰이드)을 내리면 빛은 적당히 가리면서도 틈 사이로 바깥 경치를 즐길 수 있다. 선루프도 닫고 천장에 있는 독서등을 켜니 간단한 업무를 보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고속도로를 달리자 속이 힘들었다. '하긴, 사장님은 차 안에서 보고를 받거나 서류를 읽지, 타이핑을 하지는 않겠지.'


안락한 공간은 고객 향한 '환대'

토요타 신형 알파드의 2열 공간. 토요타코리아 제공
"휴식이 필요해 보이는데 릴렉세이션 모드 켜 드릴까요?"

편의 사양을 먼저 체험해 본 동승자가 말했다. 좌우에 하나씩 있는 컨트롤러로 열선이나 통풍시트를 켜고 끄는 것은 물론 리클라이닝, 전동 오토만(다리받침) 기능과 공기압을 이용한 지압 기능도 제어할 수 있다. 옆자리에서 대신 켜 줄 수도 있다. 릴렉세이션 모드를 누르자 등받이가 뒤로 젖혀졌고 시트는 곧 안마의자로 바뀌었다. 휴식공간 모드다.

1, 2열 사이 천장에 달린 모니터(14인치 대형 센터 디스플레이)를 통해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볼 수도 있다. 기자간담회에서 콘야마 마나부 토요타코리아 사장이 말한 대로 "고객의 행복을 위해 사소한 부분도 고민하며 오모테나시(환대)의 마음을 담았다"는 점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회사가 공들인 2열 안락함의 비밀은 시트 안에 숨어 있었다. 최상의 승차감을 위해 시트 쿠션 프레임에 진동 방지 고무 부싱을 적용해 시트의 좌우 움직임을 최소화했다. 시트 아래 쿠션에는 무게를 분산하는 우레탄 소재를 넣어 장시간 이동 시 허리와 하체 피로도를 줄여주고 등받이와 암레스트 부분에는 토요타 최초로 저(低)반발 메모리폼 소재를 써서 몸에 전달되는 진동을 최소화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노면 상태 따라 승차감 달라…운전석 엔진소음·풍절음은 아쉬워

3열 시트를 접으면 적재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박지연 기자

주행감은 어떨까. 가평에서 강원 원주시를 오가는 약 144㎞ 구간은 동승자와 절반씩 운전대를 잡았다. 운전석에 앉으면 알파드의 시야가 꽤 넓다는 걸 알 수 있다. A필러(앞 유리와 앞 좌석 창문 사이) 부분에 유리를 넣어 사각지대를 줄였다.

교차로에서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렸다. 덕분에 서스펜션(맥퍼슨 스트럿 프런트 서스펜션과 더블 위시본 리어 서스펜션)을 체험했다. 토요타 측은 "노면으로부터 올라오는 작은 진동을 흡수해 궁극의 승차감을 구현한다"며 "노면 상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신형 주파수 감응형 충격 흡수재(shock obsorber)를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약 70㎞의 산길을 달리며 과속 방지턱과 움푹 파인 길을 자주 만났을 땐 도시의 말끔한 포장도로와 같은 최상의 승차감을 유지하기 쉽지 않았다. 또 오르막길이나 내리막길에서 자동 변속할 때는 엔진 소음이 커졌다가 줄어들었고 풍절음도 2열보다 컸다.

3열 시트에도 리클라이닝과 암레스트, 슬라이딩 기능이 담겼다. 이 시트를 좌우로 들어 올리면 적재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골프백을 최대 6개까지 싣을 수 있다. 가격은 9,920만 원.

원주 가평=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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