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조폭, 문신·외제차 과시하더니…"조용히 있자" SNS 닫는 이유

정세진 기자 2023. 10. 16.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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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러다 우리 X되는거 아니냐. 당분간 인스타 탈퇴. 조용히 있자."

그러면서 "최근 고가의 외제차나 명품, 혹은 문신이 드러난 신체 등을 찍어 과시하던 조폭 관련 게시물을 올리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계정들이 비공개로 전환되는 사례가 늘었다"며 "경찰이 수사에 활용하는 걸 경험적으로 알고 비공개로 바꾸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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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폭처법)상 공동감금·공동주거침입·공동협박 등 혐의로 불사파 조직원 A씨(40) 등 3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구속 송치했다고 지난달 27일 밝혔다./ 사진=서울경찰청


"야, 이러다 우리 X되는거 아니냐. 당분간 인스타 탈퇴. 조용히 있자."

최근 이른바 'MZ조폭' 사이에서는 나오는 말이다. 이들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계정이 경찰의 중요한 수사 단서로 활용되면서다. 인맥을 중심으로 뭉치고 자신들의 세를 SNS에 과시하는 MZ조폭의 성향이 스스로를 옭아매는 족쇄가 되고 있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충남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가 지난달 자칭 '전국회'를 검거할 때 조직원들의 페이스북 활동이 주요 증거가 됐다. 전국회는 2002년생들이 주축이 돼 "또래끼리 모여 전국구 깡패가 돼보자"며 결성한 MZ조폭이다.

충남청은 충청권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조직폭력배 ㄱ파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불법 온라인 도박사이트를 운영한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지난 2월 대전에 있는 이들의 사무실을 급습할 때 말단 조직원 20대 남성 A씨를 체포하고 그의 휴대폰을 압수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전국구 조직폭력배들의 모임 사진./사진=서울중앙지검


이때 압수한 휴대폰에서 2002년생 또래끼리 모여 문신한 상의를 탈의한 채 술집에서 단합대회를 하는 등 세를 과시하는 모습을 찍은 영상 등 다수 증거가 나왔다. 불법 온라인도박장 운영을 수사하던 경찰 입장에선 전국 각지의 서로 다른 폭력조직 조직원들이 전국 단위로 연합해 전국회라는 새로운 범죄단체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중요한 단서를 확보한 셈이었다.

충남청은 7개월간의 수사를 거쳐 지난달 특수상해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폭처법) 혐의를 받는 20대 조직원 66명을 붙잡고 이 중 8명을 구속했다. 나머지 58명은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경찰은 불구속 송치한 인원들을 포함해 현재까지 파악한 전국회 조직원들의 추가 범죄를 밝히기 위해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이들은 경기, 충청 등 전국 각지에서 조직폭력단에 몸을 담고 있으면서도 페이스북을 통해 전국에 있는 또래 조직원들과 연락 체계를 구축했다. 또 페이스북에 자신들만의 그룹 페이지를 만들어 문신이 드러나도록 상체를 탈의한 채 찍은 사진이나 영상 등을 공유했다.

이들은 지난 6월30일 서울중앙지검이 수노아파 난동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MZ조폭의 친목 모임 장면을 공개하면서 '또래모임' 등이 사회적 화제가 되자 관련 게시물을 지우고 페이스북을 탈퇴했다. 그러면서 전국회 조직원끼리 'SNS 계정을 탈퇴하자, (SNS활동을) 자중하자'는 취지의 댓글을 달기도 했다.

지난 9월 18일 충남경찰청 강력수사대는 지역 내에서 활동하는 A파 조직원 32명과 2002년생 전국 조폭 연대 '전국회' 조직원 34명 등 66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전국회' 회동 모습./사진=충남경찰청


경찰은 "만약 결정적 수사 단서를 확보하지 못해 전국회가 별탈 없이 성장했다면 기존에 각자 지역의 전통 조직의 인맥 등을 활용해 전국구 조직으로 성장했을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도 지난 9월 서울 강남구의 한 갤러리 대표를 협박해 약 87억원을 받아내는 과정에 동원된 자칭 불사파 조직원 3명을 검거할 때 SNS를 활용해 조직원간 관계를 추적했다. 불사파 조직원들 역시 인스타그램에 또래모임 단합대회 사진, 불사파 이름이 걸린 결혼식 축하 화환 사진 등을 올려 세를 과시했다. 세를 과시하며 올린 사진들이 증거가 돼 구속을 피하지 못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에서 폭력조직임을 암시하거나 자신을 oo파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계정을 파악해 수사 단서를 확보하거나 조직 동향 등을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고가의 외제차나 명품, 혹은 문신이 드러난 신체 등을 찍어 과시하던 조폭 관련 게시물을 올리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계정들이 비공개로 전환되는 사례가 늘었다"며 "경찰이 수사에 활용하는 걸 경험적으로 알고 비공개로 바꾸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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