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남편 살해한 아내에 대한 2심 판결은?

부산고법 울산재판부 살인 혐의 30대 주부 A 씨 검사 항소 기각, 징역 3년 집유 4년 원심 유지
재판부 "자신과 자녀 보호 하려는 극단적 우발적 범행, 구금시 자녀 양육 곤란 문제 등 감안"

가정폭력에 시달리다가 남편을 살해한 아내에게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부산고등법원 울산재판부가 입주해 있는 울산지방법원 전경. 국제신문 자료사진

부산고법 울산재판부 형사1부(손철우 고법판사)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가정주부 A 씨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형 집행유예인 원심을 유지했다고 16일 밝혔다. 지난 2월 열린 1심 판결에서 울산지법은 피고 A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1심 판결에 앞서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도 배심원 7명 전원이 같은 의견을 냈다.

A 씨는 지난해 7월 낮 경남 양산 자택에서 남편인 30대 B 씨에게 흉기로 상처를 입히고 쓰러진 B 씨를 침구류로 얼굴을 눌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범행 전 남편이 마시던 음료에 수면제를 몰래 탔던 것으로 경찰 수사과정에서 드러났다.

A 씨는 수 년간 남편으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해 남편에 대한 공포와 불만이 컸다. 범행 당일에도 술을 마신 남편에게 학대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범행 후 곧바로 자수했다.

1심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비록 유족에게 용서받지 못했지만 범행 동기를 고려하면 참작할 사정이 있다”며 “그리고 피고인이 장기간 구금될 경우 자녀 양육과 보호에 곤란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참작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에 검찰은 형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며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공포심에 압도돼 남편이 없어져야만 자신과 자녀를 보호할 수 있다는 극단적인 생각에 사로잡히게 됐고, 그 결과 우발적인 범행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1심 판결처럼 ‘피고인 구금으로 돌봄이 필요한 자녀들이 정상적으로 성장하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점도 기각 이유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