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추진비 소고기전문점에서 1인 5800원?… 제주참여환경연대 “제주도, 집행인원 부풀리기·쪼개기 편법”

임성준 2023. 10. 16.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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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업무추진비를 소고기전문점과 일식당 등 고가 음식점에서 1인당 1만원 미만을 결제한 것으로 집행해 전형적인 인원 부풀리기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제주참여환경연대가 16일 제주도 업무추진비를 분석한 결과 연말 몰아쓰기, 조례 위반, 쪼개기 편법, 주점 결제, 주말⋅공휴일 사용 등이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제주도청 전경. 제주도 제공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지난해 8월 1일부터 올해 7월 31일까지 1년 동안 제주도지사, 행정·정무부지사를 비롯해 제주도 본청 61개 부서와 기획단이 집행한 업무추진비 7301건, 약 17억3400만원에 대해 공개된 모든 정보(미게시/파일 안 열림 건 미포함)를 입력하고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지출액 순으로는 오영훈 지사가 1억9259만여원으로 가장 많고 총무과가 1억2608만원, 행정부지사 1억1640만원, 정무부지사 1억1390만원, 정책기획관 1억60만원 등이다. 환경정책과 5273만원, 안전정책과 4949만원, 중앙협력본부 4782만원, 대변인실 4353만원, 문화정책과 3920만원 등 상위 10곳이 전체 집행액의 51%를 차지했다.

단체는 업무추진비의 쪼개기 집행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지방자치단체 회계관리에 관한 훈령(행정안전부훈령 제266호)은 ‘건당 50만원 이상 집행한 경우에는 주된 상대방 소속 또는 주소 및 성명을 증빙서류에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집행 대상 상세 정보를 밝히지 않기 위해 유사 시간, 같은 장소에서 집행한 업무추진비를 같은 부서가 분할 결제하거나, 서로 다른 부서나 도지사, 정무부지사, 행정부지사가 나눠 집행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이 드러났다.

도지사는 2022년 12월 21일 고향사랑기부제 간담회 명목으로 서울 한우전문점에서 47만원을 집행했다. 같은 시간과 날짜, 장소에서 서울본부(현 중앙협력본부)도 고향사랑기부제 행사 간담회 명목으로 21만원을 결제했다.

지난 2월 9일, 정무부지사와 행정부지사는 9분 간격으로 같은 소고기 전문점에서 업무추진비로 각각 41만 5000원과 48만원을 결제했다.

부서내·부서간 쪼개기 결제에 이어, 50만원 이상 증빙을 회피하기 위한 시간차 쪼개기 결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영업시간 개시 전에 결제한 사례도 나타났다.

‘정기인사에 따른 간담회’ 명목으로 지난 1월 23일 같은 식당에서 같은 시간에 54만원과 60만원이 결제됐는데, 이 날은 설날 다음 날인 연휴 기간이다. 설 연휴에 같은 부서 직원들이 한 식당에 모여서 정기인사에 따른 간담회를 하며 업무추진비 114만원을 썼다는 것이다.

1인당 4만원(공직자 3만원)이라는 제한 규정을 뛰어넘기 위해 인원 수를 부풀린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발견된다.

간담회 등 접대비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1인 1회당 4만원 이하 범위에서 집행하고, 청탁금지법 제2조에 따른 공직자 등에 집행하는 접대비는 3만원 이하로 집행해야 한다. 이러한 접대비 상한선을 넘기지 않기 위해, 업무추진비의 집행인원 부풀리기 정황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실제 정책기획관실은 지난 1월 4일 간담회 명목으로 점심 시간에 소고기 전문점에서 8만8000원을 결제했다. 집행인원은 ‘15명 이내’로, 이를 바탕으로 1인 평균 식대를 계산시 1인 5866원의 식대를 지출한 셈이다. 이 음식점에서 가장 저렴한 메뉴는 8000원이다.

또 일식당, 복요리전문점, 향토음식점 등 비교적 고가 음식점에서 1인 평균 1만원 이하 또는 1만원 선에서 식대를 지출한 것으로 집행했다.

이 단체는 기재된 집행인원은 명백한 허위이며 ‘~이내’라는 불명확한 표현을 쓴 것도 업무추진비 공개의 투명성을 현저히 저하시킨다고 꼬집었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제주도정은 스스로 업무추진비를 엄격하게 집행하지 않으면서 민간에 지원하는 각종 사업에는 까다로운 증빙을 요구한다. 이는 예산을 마치 자기 주머닛돈으로 착각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오영훈 도정의 합당한 해명과 사과, 감사위원회의 집중 감사, 내년 예산에서의 불필요한 업무추진비 예산 삭감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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