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년 몰두한 ‘종이’ 작업… 최필규 기획 초대전 ‘종이가 바람이 되다’

김보람 기자 2023. 10. 1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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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필규 作 ‘흔(痕)시간을 담다23-1’(왼쪽), ‘흔(痕)시간을 담다23-2’. 작가 제공

 

구겨진 ‘종이’를 그린 극사실주의 회화부터 종이를 이용한 대형 설치작품까지. ‘종이’ 소재에 끈질기게 천착해 온 최필규 작가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였다.

mM아트센터는 평택 지역의 원로작가 최필규 기획 초대전 ‘종이가 바람이 되다(Paper·Wind·Wish)’를 다음달 12일까지 선보인다.

최필규 작가는 50여년 간 종이를 소재로 극사실 회화, 설치, 영상 등 다양한 작품활동을 해왔다. 이번 전시에선 최 작가의 작품 60여점을 모아 그의 작업 세계를 조명하고, 작업의 토대에 자리하고 있는 자연주의적 감성과 순환의 정서에 주목했다.

‘종이가 바람이 되다(Paper·Wind·Wish)’ 전시 전경. 김보람기자

전시장에 들어서면 대형 설치작품 ‘생명의 나무’가 압도적인 규모로 눈길을 끈다. 12m 길이로 대나무를 이어붙인 작품 군데 군데엔 기다란 흰 종이가 매달려 바람에 나부낀다. 어린 시절 평택 지역의 잦은 물난리를 경험했던 최 작가는 풍수해 없는 한해를 기원하던 농촌의 향토적·토속적 정서를 작품에 나타냈다. 생명의 나무는 1층 전시실부터 3층까지 이어지는 모습을 해 지상과 천상, 생명의 뿌리와 만물의 생장을 상징한다. 특히 작품 바닥에 지푸라기와 호롱불이 켜진 창문을 놓아 전체적인 입체감과 자연주의적 감성을 더했다.

구겨진 종이를 그리다 본격적으로 ‘종이’ 작업에 몰두하게 된 최 작가는 민간신앙과의 연상 작용으로 그 의미를 더했다. 어린 시절 외할머니댁 대청 마루 위에 걸린 성주대를 본 기억을 떠올린 최 작가는 종이를 그린 회화에 성주대를 상징하는 대나무를 오브제해 작품을 완성해갔다. 전시실 1에서는 흑과 백의 배경에 바람에 나부끼는 종이를 그린 ‘흔:시간을 담다23-1’ 등의 각종 평면회화와 오브제 설치 작품을 볼 수 있다.

최필규 작가가 ‘종이가 바람이 되다(Paper·Wind·Wish)’ 전시실에서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김보람기자

전시실 2에서는 국내 화단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시기의 초기 작품이 내걸렸다. 극사실주의에 몰두했던 초창기 그가 그렸던 기차, 구겨진 종이 작품을 비롯해 컴퓨터 페인팅, 구김+찢기 작업으로 이뤄진 작품 등을 만날 수 있다.

전시실 3에선 사실주의적 재현 화풍과 토속 신앙의 정서를 함축한 최근 작품들을 볼 수 있다. ‘흔: 시간을 담다 2301’는 대칭 구조로 종이를 배열하고 방향성을 띄게 해 질서와 무질서의 리듬을 만들어냈는데, 이를 통해 최 작가의 조형 감각과 사색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

최 작가는 “전시명 ‘종이가 바람이 되다’는 말그대로 종이가 바람에 날리는 형상을 본따면서, 종이에 안녕을 빌었던 어른들의 간절한 소원(wish)을 담은 의미를 함축했다”며 “전시를 통해 관객들이 종이를 매개로 한 다양한 작품을 경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보람 기자 kbr13@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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