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오랜만에 본 ‘K-게임의 희망’…시작이 반이다

김정유 2023. 10. 16.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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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서 존재감 미미했던 K-게임
네오위즈 ‘P의 거짓’, 해외서 이례적 주목
특정 장르·플랫폼 틀 깨고 콘솔서 호평
그럼에도 힘 못받는 주가, 방향성 봐야
넥슨도 신선한 시도, 장기적 도전 응원해야
네오위즈 ‘P의 거짓’. (사진=네오위즈)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한국 게임 산업은 단기간에 많은 발전을 이뤘다. 엔씨소프트(036570), 넥슨, 넷마블(251270) 등 소위 ‘3N’으로 불리는 대형 게임사도 탄생했고, 국내 콘텐츠 수출에서도 67%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존재감이 커졌다.

분명히 한국 게임은 외형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국내가 아닌, 외국에서 바라보는 한국 게임의 존재감은 어떨까. 아쉽게도 글로벌 시장에서의 한국 게임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특히 콘솔 플랫폼 수요가 많은 북미, 유럽 등에선 특히나 더 그렇다.

‘우물 안 개구리’라고나 할까. 산업적으로 급성장시킨 건 한국 게임사들의 노력 때문이겠지만 냉정하게 콘텐츠 측면에서 보면 한국 게임의 이미지와 정체성은 글로벌 기준과는 상당히 동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사실 한국 게임은 특정 장르(MMORPG)와 특정 플랫폼(모바일) 중심으로 획기적인 비즈니스 모델(BM)을 덧입히며 성장한 케이스다. 해당 분야에서 한국 게임사들의 기술은 상당하다. 다만, 글로벌 시장에도 먹히는 소위 ‘트리플A’(AAA)급 게임을 만들었느냐는 질문에는 답하기가 어렵다.

글로벌 게임 시장, 특히 콘솔 시장은 북미, 유럽, 일본 등이 주도하고 있다. ‘올해의 게임’(GOTY) 등도 매번 그들만의 잔치다. 내수 기반으로 성장했던 한국 기업은 외국에선 아직 변방으로 취급받는다. 한국 게임사들도 이를 잘 알고 있다.올해 콘솔 게임에 본격 도전하는 등 변화를 주고 있는 이유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달 네오위즈(095660)가 산하 개발사 라운드8을 통해 출시한 ‘P의 거짓’은 ‘K-게임’이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상징적인 게임이다. 오랜만에 게임 분야에서 ‘국뽕’(자국 찬양 의미의 신조어)을 느꼈다. 국내가 아닌, 해외 유명 인플루언서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는 등 한국 게임에 대한 관심을 끌어 올린 작품이기 때문이다.

물론 ‘소울라이크’(일본 프롬소프트의 ‘다크소울’과 비슷한 장르의 게임) 장르여서 유사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지만, 이는 장르적 한계다. ‘P의 거짓’은 소울라이크 기반으로 다양한 차별성을 부여했고, 무엇보다 게임 이용자들이 가장 민감한 최적화에서 있어 완벽한 모습을 보여줘 호평을 받았다. 메타크리틱(게임 평가 사이트)에서도 81점으로 준수한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호평에도 네오위즈의 주가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기대가 너무 큰 것이었는지, 아니면 모바일보다 콘솔 게임의 매출 외형이 작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2만 3000~4000원 대를 오가는 모습이다. 증권가서도 “과도한 저평가”라는 보고서를 내고 있지만, 시장에선 움직임이 없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중견 게임사 창업주는 ‘P의 거짓’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P의 거짓’이 분명히 호평을 받았지만, 콘솔 패키지 게임은 모바일 게임보다 들어가는 품에 비해 돈이 덜 되는 것도 사실이다. “철저히 ‘수치’를 보는 시장은 달리 생각할 수 있을 거다. (네오위즈) 경영자 입장에서도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연히 매출과 수익을 올리려면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모바일 게임에 여러 BM을 붙여 출시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P의 거짓’은 편안한 길을 버리고 도전을 했다. ‘P의 거짓’은 첫걸음일 뿐이다. 향후 제2·제3의 ‘P의 거짓’이 나와 글로벌 시장에 한국 게임에 대한 존재감을 각인시켜려면 시장에서의 따듯한 관심도 필요할 것이다.

단기적으로 당장의 수익성을 보는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이 회사가 어떤 지향점을 갖고 움직이는지, 앞으로 한국 게임업계에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지 등 다양한 각도에서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는 건 욕심일까.

‘P의 거짓’ 외에도 넥슨이 서브 브랜드 ‘민트로켓’을 통해 출시한 ‘데이브 더 다이버’도 싱글 패키지 게임으로 나와 글로벌 시장에 신선함을 안겨주는 등 한국 게임사들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현재의 성공만이 아닌, 글로벌 시장을 향한 K-게임의 도전이 끊기지 않기를 한 사람의 ‘게이머’로서 소망한다.

김정유 (thec9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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