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이 용인한 핵오염수, 그리고 일본의 '핵기지국가론'
[강경숙 한반도평화경제회의 상임대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작년 2월부터 1년 8개월째 지속되어 종식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올해 10월 7일 새벽에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이 시작되어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10월 15일(현지시간) 현재 가자지구 사망자가 4000 명을 넘어섰고, 병원에서는 연료 비축량이 하루분 정도에 불과해 수천 명의 환자 생명이 위험에 처했다는 우려가 나왔다. 무고한 시민들이 극심한 전쟁의 피해자가 되는 과정을 보며 우리는 과연 전쟁위기로부터 안전한지, 그리고 한반도 평화는 유지될 것인지 불안감이 생긴다. 결국 전쟁과 평화 이슈는 외교 문제로 귀착될 것이다. 그리고 한반도는 아직도 전쟁 중이다. 남북이 종전선언을 맺지 못하고, 아직도 정전선언 상태이기 때문이다.
북미정상은 한때 서로를 비방했다. 북미 간에 갈등이 격화했었다. 이 갈등은 과거 한동안 진행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따라 남북관계와 함께 북미관계에도 진전이 이뤄지는 봉합에 이르렀다. 남북은 4월 판문점선언, 9월 평양공동선언을 맺어 이를 확인했다. 그러나 최근 임명받은 신원식 국방부장관은 9.19 공동선언, 남북 군사합의가 최후의 안전핀이라는 주장에 맞서, 군사합의 폐기를 주장하는 한편 대북전단 살포 및 확성기 가동을 통한 심리전의 재개를 시사했다. 이에 더해 한반도는 일본의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로 인한 생태계의 교란 위험과 먹거리의 안전 위협에도 노출되었다.
이러한 시점에서 '바이든의 일본 핵오염수 방출 용인의 본질을 진단한다'라는 주제로 10월 18일 시민사회 긴급세미나가 열린다. 발제 주제는 작금의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출 사태에 있어서 국제적 큰 틀에서부터 당사국인 일본과 이웃인 한국, 그리고 핵 전문가의 입장까지, 정치 외교적 입장에서 과학 관련 내용까지 폭 넓게 다룬다. 세미나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에 대해 전반적인 시각을 갖게 함으로써 인식의 지평을 넓혀줄 뿐 아니라,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을 냉철하게 진단해주어 한반도가 어떠한 방향으로 가야 하고, 시민사회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통찰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첫 번째 발제자인 김준형 교수(한동대 교수, 외교광장 이사장)는 미국의 전략을 충실히 수행하며 진영싸움의 최전방 돌격대를 자처하는 윤석열 정부가 최악의 선택을 내려 한국 외교의 불행한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고 염려한다. 윤 정부의 안보 절대주의와 동맹 신화에 대한 맹목적 추종은 우리의 역량을 지정학과 미국의 전략적 범위 안에 갇히도록 만들 것이라고 김 교수는 지적한다. 따라서 한국의 대응 전략은 '미들 파워(middle power)' 또는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외교에서는 포지셔닝이 중요한데, 이제 균형자론이나 한반도 운전자론은 오간 데 없고 외줄타기, 편향된 외교로 인해, 한반도가 어떤 국가에는 적대국이 됨으로서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 문제이다.
김준형 교수는 발제문에서 지난 6월의 <Foreign Policy>을 인용하며 국제정치 질서에 영향력을 발휘할 국가로 인도, 브라질, 사우디, 인도네시아, 남아공, 터키를 꼽았다고 하였다. 그 이유는 미·중 전략경쟁의 판도에서 오히려 어느 한쪽 진영을 선택하지 않음으로써 새로운 역학 구도를 조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중 사이에서 선택의 압박을 받는 것이 아니라 미·중이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구애하는 나라들인 것이다. 우리의 국익을 생각하면 우리도 어느 한 편에 섰다는 이유로 특정 국가에는 적으로 상정되어야 할 이유가 없다. 대결구도를 넘어 한반도의 지정학적 조건을 잘 활용하여 우세한 외교전략을 통해, 주변 열강이 우리에게 사정하도록 해야 하지 않겠는가. 빼기 외교가 아니라 더하기 외교를 지향해야 한다는 뜻이다.
남기정 교수(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는 "기지국가의 탄생: 일본이 치른 한국전쟁"이라는 저서를 통해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을 잠재적 핵무장국가 혹은 핵기지국가로의 전환을 꾀한다는 것을 주장했다. '미중 대립국면과 일본, 그리고 한반도 상황'이라는 발제문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큰 장애물이 '기지국가'로서의 일본이라는 것을 지적한다. 즉, 휴전 상태의 한반도와 불안감을 조성하는 북한을 통해 자민당은 이익을 얻고 있으며, 이 이슈는 집권과 재집권을 보장하는 큰 요인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남 교수는 평가하였다. 또한, 일본 고도경제성장은 '기지국가'와 '핵우산'을 통해 가능했으며, 일본의 원자력 정책이 핵연료주기 완성,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통한 플루토눔 획득과 이를 통한 잠재적인 핵무기 확보에 의도가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서균렬 교수(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의 발제는 "핵우산과 핵폐수 사이: 플루토늄 다원주의"라는 주제로 이어진다. 서 교수는 핵 오염수가 30여년에 걸쳐 방류될 때 후속 영향은 무조건 안전한 것이 아니라 전혀 알 수 없는 것이라고 설파한다. 우리로선 가보지 않은 길이라 방류가 30년을 넘게 지속될 때 생명체 유전자 발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안하기 그지 없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사전예방원칙'을 정해서 규제하라고 하는 것 아니겠는가. 서균렬 교수는 후쿠시마 핵 오염수는 육상보관 내지는 콘크리트 처리해서 격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토론을 맡은 우희종 교수(서울대 명예교수)는 일본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는 기후 위기 등으로 상징되는 인류세에 기여하는 인류문명의 또 다른 폐해 흔적이 된다는 것을 국제사회가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한반도 공동체는 늘 특수상황이다. 분단으로 인한 코리아디스카운트를 감내하면서 언제든지 전쟁위기에 다시 내몰릴 수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평화는 우리에게 생존이다. 일상에서 평화는 우리에게 경제이다. 한반도에 온전한 평화만 구축된다면 통일이 되기 전이라도 남과 북의 경제교류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고, 남과 북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길이 얼마든지 열릴 수 있는 것은 불문가지다.
미국은 지금 종래의 핵우산정책에서 또 다른 길로의 변화를 획책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핵전쟁 도발은 우리의 미래에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미국과 일본이 획책하는 핵연료 재처리와 핵기지국가로의 변신이라는 움직임을 시민사회는 냉철하게 직시해야 한다. 그런 변화 속에서도 한반도평화를 위한 제대로 된 방향을 설정함과 동시에, 이번 핵오염수 문제에서 바다와 생명의 안전을 둘러싸고 윤석열정부의 엄청난 착오를 바로 잡고, 국제적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 18일의 토론이 기대된다.
[강경숙 한반도평화경제회의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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