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로 말해" 요구에…홍콩 인기 가수 '한마디'

이슨 찬 "당신 신경 안 써"…관객 환호
현지 누리꾼들 사이에서 찬반 엇갈려

[서울=뉴시스]정유리 인턴 기자 = 홍콩 인기 가수 이슨 찬이 지난 13일 마카오에서 열린 월드 투어에서 “중국어(만다린)로 말하라”는 팬들 요구에 "못 알아들어도 어쩔 수 없다"고 거절했다.

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슨은 무대에서 중국어로 말하라는 일부 관객의 요구에 "나는 내가 원하는 언어로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맞받아쳤다.

이슨은 무대에서 팬들과 대화를 나누며 "마카오에서 오신 관객 있나요?"라고 광둥어로 질문했다. 광둥어는 중국 남부지방의 사투리로, 홍콩과 마카오에서 통용된다.

그러던 중 한 관객이 갑자기 "중국어로 말해"라고 소리쳤다. 여기서 중국어란 중국의 표준어인 푸퉁화(만다린)를 뜻한다.

이에 이슨은 "예의를 갖춰 말하면 좋을 것 같다"며 "당신 신경 안 쓴다"라고 대답했다. 관객석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슨의 발언은 소셜미디어(SNS)에서 퍼져 현지 누리꾼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일부 누리꾼은 "그는 홍콩 가수다. 광둥어로 말한 것은 당연한 일", "획일화된 언어 사용을 강요하지 마라"고 옹호했다.

이슨이 광둥어를 사용한 것에 반대하는 이들은 "그는 결국 중국의 가수다. 착각하면 안 된다", "광둥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들이 콘서트장을 다 떠날 것"이라고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일부 누리꾼들이 무대에서 광둥어를 사용한 이슨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것은 중국이 홍콩에서 푸퉁화 교육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19년 홍콩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이후 중국은 홍콩에 대한 직접 통치를 강화하며 푸퉁화 교육을 확대했다. 과거 홍콩에서 널리 쓰였던 광둥어와 영어 사용을 제한해 '홍콩의 중국화'를 가속하려는 움직임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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