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파격 증원 가닥…"신뢰 깨졌다" 의사들 강력 투쟁 예고
"파국 치달을 것" 의협, 17일 강력 대응 방안 논의
(서울=뉴스1) 천선휴 강승지 기자 = 정부가 2025학년도 대입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의사단체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고령화와 필수의료 인력 부족 현상, 무너지는 지방의료 체계 등의 문제로 올 초부터 의료계와 협의체를 꾸려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논의를 이어왔지만 의료계의 심한 반발에 지금까지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진 않았다.
그러나 지난 11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2025년부터 의대 정원 늘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처음으로 밝힌 뒤 정부가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며 이번주 내에 확대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오는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발표까지 나설 것으로 알려지자 의사 단체는 "매우 유감"이라며 투쟁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16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이번 임기 내 의대 정원을 3000명 이상 늘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18년째 3058명을 유지해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매년 3058명+1000명씩 매년 약 4000명의 의대생을 더 뽑는다는 계획이다.
정부 안팎에선 '최소 1000명' '1200명' '1300명' 등의 이야기가 돌고 있어 당초 예상 수치를 훨씬 뛰어 넘는 정원 확충 방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계획은 대통령실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지난주만 해도 의대 정원 규모와 관련해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당시 줄였던 351명을 다시 늘리는 방안과 올해 들어 이어진 논의에서 나왔던 512명을 증원하는 안들이 고려될 것으로 예측됐다. 지금까지 의사 단체는 351명을 마지노선으로 두고 협상을 이어왔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의대 정원을 늘리는 안을 직접 챙기면서 파격적인 확대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애초 300명대나 500명대는 고려하지 않아 왔고, 최소 1000명 이상을 임기 내 계속 늘리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신설이 아닌 지방 국립대를 우선으로 '미니 의대'를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8년간 해결되지 않던 의대 정원 문제가 급물살을 타자 의사 단체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다 증원 규모마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의 안이 오르내리자 강력한 투쟁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다음달 2일 의료현안협의체에서 관련 논의를 하기로 예정돼 있었는데 정부가 우리와는 전혀 사전 교감 없이 일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함께 처리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 의료계 반발을 감소하고 이렇게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지금 의사뿐만 아니라 전공의, 의대생 사이에서도 반발이 커지고 있는 양상"이라며 "지금 분위기만 봐서는 2020년보다 더 큰 파국으로 치달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충과 관련해서 정부와 의사 단체는 이미 2020년 한 차례 충돌한 바가 있다. 당시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리고 공공의대를 설립하는 안을 추진하자 전공의를 포함한 의사들은 총파업과 집단 휴진을 벌였다. 또 일부 의대생은 국가고시를 거부하기도 했다.
이번 정부의 발표에 따라 2020년 때처럼 파업과 휴진, 국가고시 거부 등의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의협 대의원회는 16일 성명서를 내고 "일방적인 의대 정원 확대를 기정사실로 한 보도들로 의료계는 경악하고 수험생을 둔 학부모와 이공계 대학생의 미래를 뒤흔들어 사회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며 "우려를 넘어 사회적인 재앙이 될까 두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도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의협과 전 회원은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총력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에 뜻을 함께하고 있다"며 "복지부와 의협이 불신을 해결하기 위해 절차에 따라 적극 협의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의협은 17일 대의원회 의장 및 운영위원회, 집행부 등을 한자리에 모아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를 열고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응 방안 논의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의료계에선 단순한 증원 문제를 넘어 현재 빠르게 악화하고 있는 필수 의료 분야나 지방 의료 인력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증원 문제가 아닌 근본적인 대책 논의를 선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상운 의사협회 부회장은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해서 필수의료 분야의 의사가 늘고 지역 의사가 양성된다는 보장이 없어 단순히 숫자를 늘리는 것만으로 결정할 게 아니다"라면서 "필수의료 분야의 수가 개선, 수도권 쏠림 현상, 수련비용에 대한 정부 투자 등을 해결할 만한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부 관계자는 "의대 정원 확충 문제뿐만 아니라 의대 쏠림 현상 등의 문제에 대한 대책도 함께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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