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정종진, 일간스포츠 대상경륜 우승…'복싱 전설' 김광선 시총
[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올 시즌 마지막 대상경주로 치러진 일간스포츠배 대상경륜의 주인공은 자타공인 살아 있는 레전드 정종진이었다.
정종진은 15일 마지막 15경주로 치러진 대상경륜 결선경주에서 전매특허인 송곳 추입을 시도하며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흔한 고비 한번 없었을 만큼 시종일과 여유롭게 경기를 치르며 우승을 차지했다.
절정의 기세를 맞이하고 있는 류재열을 전면에, 같은 SS반으로서 유일한 경쟁자인 양승원을 뒤로 붙였다. 예상대로 류재열은 호쾌한 한 바퀴 승부로 물꼬를 텄다. 정종진은 차분하게 뒤를 쫓으며 경쟁자인 양승원을 툭툭 밀어내며 집요하게 견제했다. 마지막 직선 주로에 다다르자 전매특허인 추입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기량은 물론 노련미까지 물이 오를 대로 오른 정종진의 의도대로 경주가 한치 오차 없이 흘러갔다.
보는 이들은 매우 쉽고 편안하게 느낄 수 있지만 평소 강도 높은 훈련량과 자기 관리, 멤버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힘,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노련미와 집중력을 겸비했기에 가능한 경기력이다. 정종진은 직전 회차 4일 경륜을 치르고 연속 출전해 사실상 휴식할 시간이 없었다. 그럼에도 3일 내내 빈틈을 보이지 않았고 완벽한 모습만 보여줬다. 첫날 예선 추입, 둘째날 준결선에선 선행승부로 우승, 무력시위까지 선보인 정종진은 마지막 결선 승리로 현재 22연승을 마크했다. 전승을 기록 중인 임채빈의 그늘에 가려져있지만 올해 승률 94%, 연대율이 98%에 달하는 등 전성기에 못지않을 만큼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물론 기록이나 자력 승부를 포함한 전법 같은 경기 내용면에서도 부족한 것이 없다. 그럼에도 약간의 아쉬운 느낌은 있다. 라이벌 임채빈과 비교 때문이다. 그동안 경륜 황제로 군림하던 정종진은 지난 6월 왕중왕전을 포함해 총 7번의 대전에서 임채빈에게 6패를 기록 중이다. 이견이 없는 열세를 보였다. 유일한 1승 무대가 2022년도 그랑프리였다. 그랑프리는 대상 열개와 바꾸기 어려운 경륜 선수들이 바라는 꿈의 무대다.
현재 상황이 마치 소름 돋는 데쟈뷔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똑같아 더욱 눈길을 끈다. 작년 이 기간 임채빈은 시즌 전승 중이었고, 이전까지 정종진은 대 임채빈 전에서 3연패로 고개를 떨궜다. 하지만 하늘이 허락한다는 그랑프리에서 통쾌한 설욕전을 펼쳤다. 과연 올해도 이런 패턴이 이어질지 자연스레 두 선수의 시즌 마지막 대결로 관심이 모아진다. 전문가들 그리고 흥행에 민감한 관계자들은 정종진의 이번 대상 접수가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경륜계 최상위 포식자이자 벨로드롬의 타노스란 애칭이 있는 임채빈은 모든 역사를 바꿔놓고 있다. 하지만 정종진의 그랑프리 5회 우승만큼은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상당하다. 그만큼 정종진이 남겨둔 족적도 어마어마하다. 임채빈에겐 마지막이자 가장 넘기 힘든 산이기도 하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최강경륜 박창현 발행인은 "올 시즌 임채빈의 일방적 독주로 굳어질 즈음 정종진의 막판 대상 우승이 경쟁자로서 존재감을 증폭하는 계기가 됐다"며 "팬들이 연말 그랑프리에 더 열광할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만들어진 셈이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일간스포츠배에는 1988 서울올림픽 복싱 금메달리스트인 김광선 관장이 결선 시총과 시상자로 나섰다. 김광선 관장은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금메달, 1987년 세계월드컵 금메달 등 1980년대 한국과 세계를 석권했던 복싱 스타다. 그는 경기 후
"처음으로 시총을 해봤는데 기분이 남다르다. 마음이 설레고 선수들도 잘 뛰어주니까 기분이 좋다"며 "경주를 직접 보니까 정말 재밌다. 앞으로도 경륜이 많이 사랑해 달라"고 말했다.
올 시즌 경륜경정총괄본부는 대상경주에 스포츠스타를 초청해 시총과 시상을 맡기고 있다. 지난 4월 장정구 전 프로복싱세계챔피언, 6월 육상전설 임춘애, 8월 김재엽 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차례로 초청한 바 있다. 올해 마지막 대상경륜에도 금메달리스트 김광선 관장을 초대해 의미를 더했다.
[광명스피돔에서 열린 일간스포츠배 대상경륜 시상식에서 입상자들이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왼쪽 2위 양승원, 1위 정종진, 3위 류재열(위), 김광선 관장이 시총을 준비하고 있다(위에서 두 번째), 정종준이 우승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위에서 3, 4, 5번째), 결선 진출 선수들이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사진=경정경륜총괄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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