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 대신 '한국형 CF100'… 尹의 전략 통할까

김정덕 기자 2023. 10. 16. 14:3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尹 정부 에너지 플랜 괜찮나➋
재생에너지 홀대에 기업들 우려
윤 정부, ‘한국형 CF100’ 강조
세계 각국 동의 얻어낼 수 있을까
이미 RE100을 달성한 구글은 CF100에 도전하고 있다. 사진은 CF100을 달성하기 위해 실리콘밸리에 새로 지은 구글 캠퍼스.[사진=연합뉴스]

# '尹 정부 에너지 플랜 괜찮나' 1편에서 우리는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으로 인해 기업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세계적인 RE100 추세에 발을 맞춰야 하는데, 정부는 오히려 재생에너지를 줄이고 원전만 키우고 있어서다.

# 물론 정부가 대안 없이 가만히 있는 건 아니다. '한국형 CF100'을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어서다. '24시간 7일 내내 실시간 무탄소 에너지 100% 사용'을 의미하는 CF100은 RE100과 달리 재생에너지 외에 원전도 허용하고 있는데, '한국형 CF100'은 '원전 에너지를 사용한 무탄소 에너지 100% 사용'에 중점을 둔 거다.

# 그렇다 보니 '한국형 CF100'에는 생각보다 허점이 많다. 이 때문에 다른 나라가 '한국형 CF100'을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데다, 국내 기업들조차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정부가 '한국형 CF100'은 과연 윤 정부의 구상대로 성공할 수 있을까.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만 사용하는 캠페인에 동참하는 글로벌 기업이 늘고 있다. RE100이라는 캠페인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움직임이다. 이들은 자신들과 거래하는 기업에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한다. 국내 기업도 이런 요구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전력을 공급받는 게 쉽지 않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줄였기 때문이다. 그러자 기업들은 대응이 늦어질수록 수출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를 내놓는다. 문제는 이런 우려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 코앞에 닥친 위기, CBAM = EU는 지난 1일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실시했다. 이에 따르면 EU에 수출하는 일부 품목(철ㆍ철강, 시멘트, 전기, 비료, 알루미늄, 수소 등 6개)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산출해 분기별로 EU에 보고해야 한다.

보고서에는 수입 상품의 수량과 탄소배출량, 신고자 신원 등과 같은 기본 정보부터 제조설비와 상품의 세부 정보까지 담기기 때문에 기업 기밀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한을 어기거나 보고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1톤(t)당 10~50유로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알맹이가 빠진 '한국형 CF100'을 주장하고 있다.[사진=뉴시스]

2026년 1월부터는 전년도에 수출한 상품의 탄소배출량에 상응하는 배출권(CBAM 인증서)을 구매해 제출해야 한다. 일종의 탄소세다. 물론 국내 기업들이 우리나라 내에서 탄소배출권을 사들인 이력이 있다면 일부 차감을 받을 수 있지만, 앞서 설명했듯 국내에선 기업들이 사들일 재생에너지가 턱없이 모자란다는 게 함정이다.

RE100에 동참하지 않으면 별도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니 수출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지난 9월 27일 발간한 'EU 탄소국경조정제 Q&A 북'을 통해 EU가 CBAM 적용 범위를 확대할 가능성도 지적했다.

■ 원전 앞세운 정책 = 문제는 이 숙제를 풀어야 할 윤 정부가 엉뚱한 데서 해답을 찾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정부는 이런 대외 여건에 대응하겠다면서 '한국형 CF100(Ca rbon Free 100%)'을 내세우고, 이를 국제표준으로 만들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국형 CF100'을 이해하려면 CF100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CF100은 유엔(UN)과 구글 등이 2021년 제안한 캠페인인데, '24시간ㆍ7일 내내 무탄소 에너지 실시간 수급'이 핵심이다. 쉽게 말해 연중무휴로 무탄소 에너지를 실시간으로 수급하는 거다.

RE100은 전원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지 못하면 탄소배출권이나 인증서를 구매해서라도 대체할 수 있고, 1년간 사용한 총 소비전력과 총 재생에너지 생산량(혹은 총구매량)이 일치하면 된다. 반면 CF100은 무탄소 에너지를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 걸 허용하지 않는다. 기준이 더 엄격하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윤 정부가 CF100을 강조하는 건 에너지원에서 원전을 제외하는 RE100과 달리 CF100은 재생에너지는 물론 원전이나 수소에너지까지 포함하고 있어서다.

결국 '한국형 CF100'이란 '연중무휴 무탄소 에너지 실시간 수급'이 아닌 '원전을 통한 무탄소 에너지 수급'에 초점을 맞춘 거다. 윤 대통령이 지난 9월 20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당당히 'CF 연합'을 제안할 수 있었던 건 이런 논리적 배경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일조량과 바람이 부족해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를 늘리기엔 제약이 따르는 게 사실이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쉽지 않다는 거다. '한국형 CF100' 주장에 아무런 설득력이 없는 건 아니란 얘기다.

윤석열 정부 에너지 정책의 핵심은 원전이다. 사진은 UAE에 수출한 바라카 원전.[사진=뉴시스]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중앙집중형 전력체계에서 기업들이 공급받는 전원이 무탄소 전원인지 증명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CF100의 핵심가치(실시간 수급)를 빼고, 재생에너지는 전혀 늘리지도 않은 채 원전만을 집어넣은 '한국형 CF100'을 과연 다른 국가들이 인정해줄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국내 기업들은 CF100에 큰 관심이 없다. 한국경제인협회(옛 전경련)가 지난 6월 6일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CF100 캠페인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지'를 물었는데, 82.4%의 기업이 '참여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특히 68.6%의 기업은 'CF100을 잘 모른다'고 답했다. 기업들이 RE100에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기업들은 관심도 없는 CF100을 정부가 앞장서서 끌고 가고 있는 셈이다.

그러는 동안 탄소무역장벽은 더 높아지고, RE100 대응을 위한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자칫 "한국의 경제적 잠재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클라이밋그룹의 우려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윤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정말 방향을 잘 잡은 걸까.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