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봉이’ 방류 1년째 생사 불명…“실패 인정하고 책임 규명하라”
방류 이후 관찰 안 돼…동물단체들, 책임 규명 요구
해양수산부 “연말까지 백서 발간해 과정 공개”
“정부와 비봉이방류협의체는 야생 방류 실패를 인정하고 책임 규명하라.”
제주 남방큰고래 ‘비봉이’의 방류 1년을 맞아 동물단체들이 방류 모든 과정의 공개와 책임 규명을 촉구했다. 16일 동물자유연대,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등 8개 시민단체는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까지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 비봉이의 방류 실패를 인정하고 이에 대한 책임 규명을 요구했다.
수족관에 남아있던 마지막 남방큰돌고래였던 비봉이는 지난해 10월16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야생으로 방사됐다. 그러나 방사 직후부터 현재까지 육안, 카메라, 선박 등을 이용한 야생 모니터링에서 모습이 눈에 띄지 않고 있다. 또 야생적응장(가두리)에서 나간 뒤 등지느러미에 부착된 위성추적장치의 신호가 단 한 차례도 수신되지 않았다.
단체들은 제주 연안 1~2㎞에 정주하며 먹이 활동을 하는 제주 남방큰돌고래의 특성상, 비봉이가 1년간 관찰되지 않은 것은 적응 실패라고 보고 있다. 단체들은 “비봉이는 죽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야생 방류가 실패로 이어졌음에도 비봉이의 실질적 소유자인 호반 퍼시픽리솜과 정부, 방류 관계자들은 이에 대한 원인 분석은커녕 실패조차 인정을 안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비봉이 야생 방류 과정과 이후 정보에 대한 투명한 공개와 방류 실패에 따른 철저한 원인 규명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비봉이의 야생 방사는 당시 방류만이 답이 아니라는 신중론이 나온 바 있다. 자생 능력이 부족한 어린 나이(4~5살)에 포획됐고, 수족관 생활도 17년으로 길었기 때문이다. 또 제돌·춘삼·삼팔(2013년), 태산·복순(2015년) 등 야생 방사 성공 사례와 달리 혼자 야생적응 훈련을 받고 홀로 방사되어야 한다는 점도 걸림돌로 지적됐다. 게다가 야생 방사가 실패했을 때의 대책도 미비했던 것으로 나타나 우려가 있었다.
이러한 여론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비봉이방류협의체(호반호텔앤리조트, 제주도, 제주대, 핫핑크돌핀스)는 비봉이 방류 결정 근거, 시점별 논의사항, 동물의 건강 상태 등 방류 사업의 전반적 과정을 비공개해왔다. 정부는 아직까지 비봉이 방류를 실패로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해양수산부 해양생태과 신재영 과장은 “비봉이의 사체가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았고, 당시 방류협의체에 참가했던 전문가는 비봉이가 먼바다로 이동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주도에서 관찰되지는 않지만 사망한 것을 확인한 것도 아니라서 당분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비봉이를 추적하는 모니터링은 지난 6월 종료됐고 현재는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가 분기별로 벌이는 정기 모니터링만 진행 중이다.
그러나 동물단체들은 사체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생존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것은 과거 실패 사례를 반복하는 것일 뿐이라 지적한다. 남방큰돌고래 금등·대포는 2017년 제주 바다로 방류됐지만 이후 종적을 감췄다. 당시에도 정부는 방류 실패를 인정하지 않았다. 단체들은 이번에는 방류 실패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체들은 “17년간 인간의 유희를 위해 이용된 비봉이는 결국 인간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이를 돌이킬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과오에 대한 성찰은 뒤따라야 한다. 우리는 아직도 비봉이의 죽음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정부는 방류의 전 과정 공개와 규명을 통해 책임을 다하라”고 말했다.
해양수산부는 비봉이 방류과정 전반을 담은 백서를 1·2권 형태로 올해 연말까지 발간할 계획이다. 두 권 중 한 권은 온전히 비봉이 방류에 관한 사업 전반, 방류 결정, 적응 단계 등 각종 진행 과정을 자세히 실을 예정이다. 신재영 과장은 “백서 발간은 현재 자료 수집, 전문가 의견수렴까지 끝나 의견을 평가 정리하는 단계다. 다음 달이면 관련 단체나 연구자들에게 초안을 회람할 수 있을 것 같다. 최종 발간은 연말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애초 백서는 지난 6월 발간될 예정이었으나 제주 고래류 현황 조사까지 포함하며 발간이 늦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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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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