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 저장 핵심 소재 국산화…"게임체인저 기대"

한국원자력연구원

정승문 선임연구원, 천영범 책임연구원, 강지훈 선임연구기술원(왼쪽부터). 원자력연 제공

원자력발전에서 배출되는 사용후핵연료 저장 용기의 핵심 소재를 국내에서 생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자력연)은 천영범 재료안전기술부 책임연구원이 이끄는 연구팀이 해외 소재보다 수 배 성능이 높은 중성자흡수재 '코나스(KONAS·KOrea Neutron Absorbing Structural material)'를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중성자흡수재는 원전 핵연료봉에서 나오는 중성자를 흡수해 더이상 핵분열이 일어나지 않도록 억제하는 물질이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의 핵심 소재다. 지금까지는 국산화 기술이 없어 일본, 미국 등에서 독점 생산하는 고가의 중성자흡수재를 전량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연구팀은 별도의 지지체 없이도 핵반응 제어와 구조적 지지 성능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중성자흡수재 원천 소재를 개발했다. 열역학 계산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의 중성자흡수재 물질 조합을 찾았다. 약 400여종의 합금을 제조하고 평가해 외부 충격에 강한 타이타늄 금속에 기반한 중성자흡수재 물질을 찾아냈다.

해당 시편을 국내 유일 연구로 원자로인 '하나로'에서 검증한 결과, 중성자흡수 성능이 기존 해외 수입 소재 대비 1.6배 이상 높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검증했다. 항복강도(변형에 저항하는 힘의 크기)는 2배, 연신율(끊어지지 않고 늘어나는 비율)은 20배 높았다.

연구팀은 "단일벽 구조의 단일 소재를 통해서도 핵반응 제어 성능과 구조 지지 성능을 한 번에 구현했다"며 "이를 통해 안전성과 경제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수입 소재는 3중벽 구조로 돼 있어 붕괴열의 방출 효능이 떨어지는 데다 복잡한 설계로 인해 제작 비용이 높았다.

원자력연은 "미국, 일본 등 시장 선도 국가에서도 이러한 성능을 갖는 중성자흡수재 개발에 성공하지 못했다"며  "‘코나스’가 세계 중성자흡수재 시장의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코나스'는 최근 물질 조성 및 제조 방법에 대해 국내 특허 출원을 마쳤고 10월 중 5개 국을 대상으로 해외 특허를 출원한다.  2024년 말까지 제조공정 최적화 등을 진행, 국내 산업체와 연계해 상용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박건희 기자 wiss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