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압박에도…英 BBC, 하마스에 '테러리스트' 표현 거부

영국 BBC 방송이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감행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하지 않기로 해 논란이다.

존 심슨 BBC 국제 부문 에디터는 12일 〈BBC가 하마스 무장세력을 '테러리스트'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라는 논평을 내고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심슨은 "정부의 장관, 신문 칼럼니스트 그리고 대중들도 왜 BBC가 하마스를 테러리스트라고 말하지 않는지 묻는다"며 "그 대답은 바로 BBC의 창립 원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누구를 지지해야 하고 누구를 비난해야 하는지, 즉 누가 좋은 사람이고 누가 나쁜 사람인지 알려주는 것은 BBC의 책무가 아니다"라며 "중요한 것은 그것을 우리의 목소리로 말하지 않는 것이며, 우리의 임무는 청중에게 사실을 제시하고 그들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각국 정부가 하마스를 테러 조직으로 규탄하거나 인터뷰 당사자가 하마스를 테러리스트라고 묘사할 땐 그대로 인용해 전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BBC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를 '적'이라고 부를 수 있었음에도 그들을 "사악하다"고 표현하지 않았다는 사례를 소개했다.

또 "IRA(아일랜드공화군)이 영국을 폭격하고 무고한 민간인들을 살해했을 때에는 그 원칙을 유지하기 어려웠지만 그래도 우리는 그렇게 했다"며 "마가렛 대처 정부가 BBC 기자들에게 엄청난 압력을 가했지만 우리는 원칙을 고수했다.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BBC가 주목받는 이유는 정치와 언론에서 강한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고, 또 특히 높은 기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 높은 기준을 유지하는 것은 가능한 한 객관적이어야 한다"고 했다.

한편 그랜트 섑스 국방부 장관은 LBC 방송 인터뷰를 통해 "BBC의 이 정책은 수치스러울 정도"라며 "그들이 도덕적 나침반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제임스 클레벌리 외무장관과 루시 프레이저 문화장관, 그리고 야당 인사들까지 BBC가 하마스를 테러리스트로 부르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영국 텔레그래프 보도에 따르면 변호사 4명은 방송통신 규제 당국인 오프콤에 "BBC가 하마스의 편을 들어 동정적인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내용의 비판 서한을 제출하기도 했다.

YTN 서미량 (tjalfid@y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