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예산 삭감 거센 후폭풍…“이공계 교수 90%, 내년 연구실 인력 축소”

R&D 삭감 관련 과학기술계 설문 잇따라 공개
대학생 등 ‘미래세대’도 “진로 결정에 악영향”

‘국가 과학기술 바로세우기 과학기술계 연대회의’가 지난 11일 2023년 국정감사가 열리는 정부세종청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앞에서 연구개발 예산 삭감 원상회복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의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안 삭감 방침이 거센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잇달아 발표된 과학기술계 설문조사 결과에는 예산 삭감에 따른 연구 인력 축소와 연구 차질에 대한 현장의 우려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15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생물학 연구자 커뮤니티인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는 최근 ‘국가 R&D 예산 정책에 대한 현장 연구자 인식 및 현황 조사 설문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지난 5~9일 국내 과학기술 관련 종사자 및 이공계 학생 285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번 조사에는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 한의약융합연구정보센터(KMCRIC), 의과학연구정보센터(MedRIC)가 함께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응답한 대학교수 중 87.9%가 연구비 감소가 예상된다며 이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내년 연구 수행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란 응답이 97.9%에 달했다. 내년도 연구실 인력의 축소를 고려하고 있다는 응답도 90%를 넘겼고, 인건비 삭감 등 처우 변경을 고려하고 있다는 응답이 77.1%였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정규직 연구원들도 95.8%가 내년 연구비 감소가 예상된다고 답했으며, 95.6%는 연구 수행에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실 인력 축소를 고려한다는 답은 78.6%, 인건비 삭감 등을 고려한다는 답은 50.3%로 나타났다.

대학생과 대학원생 등 미래 세대의 우려도 컸다.

대학원생 응답자 중 91%는 학위를 위한 연구에 지장이 있다고 답했으며, 94.7%는 장기적으로 전공과 관련 진로 계획에 장애 요인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대학생 87.3%도 이번 정책이 대학원 진학 결정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1만8000명의 연구자가 회원으로 활동 중인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가 지난 5~7일 진행한 회원 설문조사(587명)에서도 응답자의 98.8%가 R&D 삭감이 기초연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했다. 연구자들의 고용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답한 비율도 98.3%로 나타났다.

대학생들도 자체 설문조사를 통해 의견을 모으고 있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항공우주공학과, 경희대 우주과학과, 세종대 물리천문학과 등 5개 학과 학생회장단으로 구성된 ‘천문·우주항공 분야 유관 학과 공동행동’은 최근 소속 학과 학생 31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 조사에 응답한 학부생의 72.5%, 대학원생 91.2%가 예산 삭감이 연구자 진로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답했다. 공동행동은 "현 정부의 R&D 예산 감축은 누리호 및 다누리의 성공으로 연구자들의 처우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에 큰 실망을 안겨줬다"며 "인재들이 해외나 타 분야로 눈을 돌리는 결정타로 작용했다"고 비판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와 울산과학기술원(UNIST) 학부 총학생회 등으로 구성된 ‘R&D 예산 감축 대응 대학(원)생 TF’도 10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26개 대학 이공계생 611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98.9%가 기초연구 예산 감축에 반대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