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톡톡] ‘킹달러’ 달러보험의 재발견… “단기 환차익보다 안전자산 접근”
가입 상황에 따라 유불리 나뉘어
환율 낮으면 추가납입
환율 높을 때 손해 없이 해지
지난해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13년 만에 1320원을 넘어선 이후 고환율 추세가 계속되면서 달러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확정이율 3%짜리 달러보험이 출시되면서 환차익을 노리고 이율까지 챙기려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기 환차익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달러보험에 가입하는 건 안 된다고 조언한다. 달러보험도 결국 보험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전자산인 달러로 목돈을 마련하는 목적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트라이프생명은 지난 9월 ‘무배당 백만인을 위한 달러종신보험 Plus’를 출시했다. 종신보험으로 보장성 보험이지만, 확정이율은 3%로 다른 원화보험보다 금리가 높아 주목을 받고 있다. 해외 장기투자 자산 수익률이 국내 투자자산 수익률보다 높아 외화보험은 원화보험에 비해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상품은 40세 남성 10년납 기준 만기 시 해약환급률이 117.8%다. 10년 동안 1만2276달러를 내면 1만4467달러를 받는 셈이다. 만기 후 해지하지 않고 5·10·20년 유지하면 해약환급금은 각각 1만5398달러(125.4%), 1만6379달러(133.4%), 20만371달러(165.9%)가 된다.
같은 조건이지만 20년납 기준으로는 만기 해약환급률은 121.43%로 13만3440달러를 적립하면, 16만2030달러를 받을 수 있다. 이를 10년 더 유지하면 18만1807달러, 추가로 10년 더 유지하면 20만1228달러로 늘어난다.
특히 5년·7년납은 15%, 10년납 이상은 14%의 장기유지보너스를 계약자적립액에 가산해주고, 이 보너스를 받는 시점 이후에 보험을 해지해도 해약환급금은 모두 보장된다. 또 계약 기간 10년 이상, 납부 기간 5년 이상이면 비과세 혜택도 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해지환급률 등만 놓고 보면 달러보험은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단기납 종신보험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달러보험은 안전자산인 달러를 모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외화통장을 개설하거나 번거로운 환전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원화로 보험료만 납입하면, 자동으로 달러로 적립되고 보험금도 달러로 받을 수 있다. 시중은행 등에서 현금을 달러로 환전하는 것보다 환전 수수료도 저렴하다.
특히 환차익을 노릴 수 있다는 점이 달러보험을 찾는 또 다른 이유다. 환율이 1000원일 때 보험료를 납부해 10만달러를 적립하면, 납입한 보험료는 원화로 1억원이다. 이후 환율이 현재처럼 1300원을 넘으면 최종적으로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은 동일하게 10만달러지만, 원화로는 1억3000만원이 되는 식이다.
다만 달러보험은 만기가 되지 않아 보험료를 매달 납부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환율이 상승하는 게 좋은 일이 아니다. 내야 할 보험료가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날 기준 원·달러 환율은 1354원으로 지난해 평균 환율(1306원)보다 높다. 2021년과 2020년은 1100원대였다. 지금 달러보험에 가입해 매달 450달러를 원화로 납부한다고 가정하면, 2~3년 전보다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만기 이후 환율이 급격하게 하락할 때다. 환율이 1200원일 때 보험료를 전부 냈는데, 보험금을 받을 때가 되자 갑자기 환율이 1000원으로 떨어지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주식·펀드 수익률에 따라 환급금이 달라지는 변액보험처럼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고객이 짊어져야 하는 구조다. 단순히 ‘고환율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만 믿고 달러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달러보험에 가입한 뒤 환율이 급등했다는 이유만으로 만기 전 보험을 해지하는 것도 손해다. 보험은 만기 전 해지하면 납부한 보험료의 극히 일부만 돌려받는 구조여서 환차익을 보는 게 의미가 없어진다.
결국 환차익을 보려면 만기 이후 보험금을 수령할 때의 환율이 보험료를 납입한 기간의 평균 환율보다 높아야 한다. 환율이 낮은 시기라면 보험료를 추가로 납입하고, 환율이 높다면 약정된 금액만 납부하는 게 유리하다. 만기 이후에는 보험을 유지하다가 환율이 높아진 이후에 해지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야 한다.
실제 외화보험 해지 건수는 환율 상승기에 급증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외화보험은 금융위기 등 환율이 높았던 2007년과 2008년에 총 6147건 해지됐다. 이는 2004~2006년 해지 건수(2080건)보다 약 3배 많은 수치다. 금융위는 이 통계를 두고 “(환율 상승으로) 보험료 부담이 증가해 조기 해지하는 경우가 급증했다”고 해석했지만, 해약환급금을 모두 돌려받을 수 있는 조건이었다면 환차익을 챙길 수 있다.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고 목돈을 달러로 마련하고 싶다면, 현재로선 메트라이프생명이 유일하게 선보인 ‘달러저축전환’ 특약을 이용할 수 있다. 원화로만 보험료를 납부한 뒤 만기 이후 적립금을 한 번에 달러로 전환하는 방식이라 이른바 ‘환헤지’가 가능하다. 메트라이프는 이 특약을 이용할 경우 공시이율 4.5%를 제공한다. 조건은 계약일로부터 7년이 경과하고 전환신청일 기준 주계약 해약환급금이 1만달러 이상인 계약이다.
가령 40세 남성이 가입금액 1억원 7년납의 ‘원화백만종Plus’ 상품을 10년 후 달러저축으로 전환한다고 가정하면, 환율 1200원 적용 시 전환금액은 12만1725달러다. 이를 10년 더 유지하면 60세가 됐을 때 해지환급률은 177%로 뛰어 17만7858달러로 늘어난다. 물론 60세가 되는 시점에 환율이 급락하면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강달러 현상이 두드러질 때 해지하는 것을 선택지로 고려해야 한다.
환율이 급격히 변할 때 최소한의 대처를 하고 싶다면 이른바 ‘유니버셜’ 기능이 탑재된 달러보험을 활용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유니버셜은 보험 해지 시 받을 수 있는 해약환급금 중 일부를 수수료 없이 중도인출하거나 납입을 유예할 수 있는 기능이다. 환율이 폭등할 때는 적립금 일부를 인출하고, 환율이 낮을 때는 인출한 만큼 추가납입을 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다만 일반 은행계좌처럼 수시로 입출금이 자유롭지 않고, 보장이 줄어들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달러보험을 단기 환차익을 얻기 위한 환테크 수단으로 접근하기보단 장기적으로 자산 포트폴리오에 안전자산인 달러를 추가한다는 생각으로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연금보험이나 저축보험이 아닌 질병·장애 등 위험을 전가해 주는 보장성 보험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달러보험은 보험금을 받는 시점의 환율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보험은 장기 납입하는 상품이라 가입 시점의 환율이 어떤지보다는, 장기적으로 달러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가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달러는 기축통화기 때문에 포트폴리오에서 위험 분산 효과 측면에서 접근성이 좋은 투자처다”라며 “장기간 유지했을 때 평균 환율이 고르게 나오고, 이 평균 환율과 대비해 보험금을 받을 때 환율을 비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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