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기자회견 중 울컥…"尹, 국정기조 바꿔야…결자해지 해달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윤석열 대통령에 국정운영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 이후 다양한 쇄신 대책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윤 대통령이 집권 후 지난 1년 반 동안의 오류를 인정하고 고치지 않으면 총선 승리는 불가능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여당 의원들을 향해 "민심의 분노를 접하고 나서도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가 바뀌어야 된다는 이야기를, 당은 더는 대통령에게 종속된 조직이 아니라는 말을 하기가 두려우신가"라고 말했다. 그는 "어제 의총에서 많은 사람이 의견을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런데 꼭 해야 하는 말은 회피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거 패배 이후 며칠 간의 고심 끝에 나온 목소리가 '당정 일체의 강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우리 당의 의원님들은 꿔다놓은 보릿자루 소리를 듣는 것에 지쳐 이제는 단체로 현실부정에 들어가기로 한 것인가. 지금까지 보여준 공천권자만 바라보는 구태정치로 수도권 민심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바보는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가장 뼈아픈 것은 지난 1년 반의 집권을 통해 지난 정부보다 더 나은 것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이번에 진행된 장관 인사청문회는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인사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문재인 정부의 인사 시스템보다 낫다는 것을 보여주지 못했고 청문회에서의 모습은 조국 장관을 수호하겠다며 언성을 높이던 민주당 의원들만큼이나 꼴불견이었다"고 했다.
특히 '채 상병 사건' 관련 정부의 태도를 지적하며 윤 대통령을 겨냥했다. 이 전 대표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던 검사는 대통령이 직접 뇌물을 받지 않아도 경제공동체로 볼 수 있다는 법리를 세워 가장 높은 곳에도 법은 추상같이 적용된다는 선례를 세웠다"며 "41살에 부모가 시험관 시술로 낳은 한 해병대 병사의 억울함이 반복되지 않도록 엄정한 수사를 하고자 했던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의 모습은 성역을 두지 않고 수사했던 한 검사의 모습과 가장 닮아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그가 수사하는 것을 막아 세우는 것을 넘어 정부와 여당이 집단 린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대목을 말할 때 울컥하면서 눈물을 쏟았다.
이 전 대표는 현 정부의 이념논쟁과 각종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신랄한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 이전에 대해서 당이 즉각적으로 중단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교사 임용 정원은 줄이겠다고 발표하면서 교대 입학정원은 줄이지 않겠다는 비겁한 선택은 교대를 졸업했지만 임용은 안 되는 사람이 늘어나는 상황이 정권이 끝난 뒤에 발생할 것이라는 이해타산적인 비겁함"이라고 했다.
또 "우리가 없애겠다고 공약했던 것은 부처로서의 수명이 다한 여성가족부인데 왜 거꾸로 R&D(연구개발) 예산이 삭감되어야 하나"라며 "잼버리 사태를 겪고도 여성가족부의 예산은 9.4%를 늘리는 반면 4대 과학기술원 예산은 11.8% 감액됐다"고 했다.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대해서도 "수가가 현실화되지 않으니 대형병원마저도 장례식장과 주차장, 식당으로 먹고산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 현실"이라며 "의대 졸업자를 과공급하면 어쩔 수 없이 비인기과에도 사람이 충원될 것이라는 무책임한 공급 위주의 대책보다는 지방 의료기관과 비인기과의 진료행위에 대해서 비용의 현실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드러난 호남 민심 이반에 대해서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보수정당을 믿고 투표해 주셨던 그 고마운 마음들이 이번 정부 들어서 상처를 입고 이탈했는지 겸허히 반성해 보자"며 잼버리 사태 책임 떠넘기기를 거론했다.
그는 윤 대통령에게 '결자해지'를 제시하며 "여당 집단 묵언수행의 저주를 풀어 달라"고 호소했다. 이 전 대표는"집권이후 지난 17개월 동안 있었던 오류들을 인정해 달라"며 "대통령실 관계자의 성의 없는 익명인터뷰가 아니라 대통령의 진실한 마음을 육성으로 국민에게 표현해 달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내부총질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여당 내에서 자유로운 의견을 표출하는 것을 막아 세우신 당신께서 스스로 그 저주를 풀어내지 않으면 사람들은 쉽게 입을 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강서 보궐선거에서 확인된 민심은 대통령께서 국정 운영의 기조를 전환하고 지난 17개월 동안 많은 국민에게 우려를 준 부분이 있다면 유감을 표명해 달라는 것"이라며 "사태가 이렇게 되고서도 그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어제 아주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자괴감을 느꼈다. 누가 인정하든 하지 않든 윤석열 정부 탄생에 책임이 있고 노력했던 사람으로 적어도 보수정권이 이러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회견을 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정권 잡아서 1년 내내 (이재명) 당대표 잡아넣는 것에 매진하다가 잡아넣지 못하고 자당 내 공격한다고 때려잡는다고 하고 자기가 원하는 지도부 출범시켜서 어렵게 우리 당 지지하겠다던 젊은 사람, 전라도 지지자 잃어버렸다"며 "지금 상황에서도 어떤 유감 표명 없이 시간이 흘러간다면 정치가 희화화, 형해화되지 않겠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지금의 정책 기조, 국정 기조를 바꾸지 않고서 (내년 총선 결과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아무리 생각해도 없다"고 덧붙였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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