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회 "미적분·기하 뺀 수능에 이과 대학 교육 기반 붕괴"(종합)

김수현 2023. 10. 1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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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에서 미적분Ⅱ와 기하를 제외하기로 하자 대학수학회가 거세게 비판하고 나섰다.

대한수학회는 16일 성명서에서 "개편안은 문과 계열을 지원하는 학생들만 고려한 시안"이라며 2028학년도 수능에서 이과 계열 진학 학생들이 이들 과목을 선택하도록 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개편안을 통해 문·이과 유불리를 해소한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런 현상은 선택형 교육과정과 수능 조화 실패가 만든 문제일 뿐이라고 수학회는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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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적분·기하는 필수 수학…대학 신입생들, 고교 4학년처럼 시간 소모"
대한수학회 [대한수학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세종=연합뉴스) 조승한 김수현 기자 = 정부가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에서 미적분Ⅱ와 기하를 제외하기로 하자 대학수학회가 거세게 비판하고 나섰다.

정부의 수능 개편안이 시행될 경우 이과 계열 대학의 교육 기반이 붕괴하고 과학기술 국가경쟁력이 악화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대한수학회는 16일 성명서에서 "개편안은 문과 계열을 지원하는 학생들만 고려한 시안"이라며 2028학년도 수능에서 이과 계열 진학 학생들이 이들 과목을 선택하도록 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지난 10일 공개한 '2028학년도 대입개편 시안'에 따르면 현 중2부터 수능 수학 영역에서 선택과목이 사라져 문·이과 학생들이 똑같은 문제로 시험을 본다.

대신 교육부는 첨단 분야 인재 양성 필요성을 고려해 미적분Ⅱ와 기하를 출제 범위로 하고, 절대평가를 적용한 '심화수학' 도입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수능에 적용해 보면, 심화수학이 도입되지 않을 경우 인문계열 수험생들이 주로 보는 수학Ⅰ, 수학Ⅱ, 확률과 통계만 수능 수학 영역 출제 범위에 들어가게 된다.

수학회는 이번 개편이 수능의 근간인 학생의 역량평가를 놓치고 있으며, 특히 이과 계열 진학에 필요한 소양인 과목을 없애는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개편안을 통해 문·이과 유불리를 해소한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런 현상은 선택형 교육과정과 수능 조화 실패가 만든 문제일 뿐이라고 수학회는 주장했다.

수학회는 심화 수학 신설 여부를 논의할 게 아니라 학생 선발의 주요 지표로 삼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수학회는 "심화수학 신설 여부가 논의의 대상이 돼야 할 것이 아니라 심화수학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이 나은지, 아니면 학력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상대평가로 유지하는 것이 나은지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분위기에서 다소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 심화수학이란 이름을 사용한 것도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미적분Ⅱ와 기하 과목은 이공계열 대학 교육을 받기 위해 꼭 필요한 필수 수학"이라고 덧붙였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 지난달 6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열린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에서 고3 수험생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수학회는 지난 40여년간 수학 교육은 계속해서 학생들이 배우는 범위를 줄이는 데 치중했으며 이 때문에 대학 교육도 파행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학회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융합 교육이 강조되는 현시점에서 오직 대한민국만이 대학 신입생의 상당수가 고등학교 4학년인 것처럼 고교 교육과정을 배우는 데 시간을 소모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심화 수학이 사교육을 더 심화시킬 것이란 주장에 대해서도 "사교육 문제가 교육과정과 수능과 연관이 적다는 사실이 이미 사회적 공감을 얻고 있다"고 수학회는 반박했다.

수학회는 "어려운 과목은 수능에서 빼야 고등학생들이 행복해진다는 단편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학습하기 가장 좋은 시기를 어려운 과목은 기피하고 쉬운 과목만의 반복 학습으로 소비하며 정작 필요한 수학적 역량을 갖추지 못한 채 대학에서 고교 내용 보완 과정을 겪어야 하는 이과 계열 대학생들의 불합리한 상황을 심도 있게 고민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porqu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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