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 이자 내면서 물건 판다"···플랫폼 갑질, 국감 도마에
16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를 상대로 한 국회 정무위원회(정무위)의 국정감사에선 플랫폼 기업과 대기업들의 부당행위, 소위 '갑질'에 대한 지적들이 나왔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정위 국감에서 플랫폼 기업의 대금 정산 기일이 지나치게 길다는 점을 지적했다. 플랫폼 입점 기업들은 현금을 내야만 물품을 공급받을 수 있는데 정작 판매대금은 소비자의 구매 확정 이후 최장 60일 내 받을 수 있고 이 때문에 입점 기업들이 대출을 받아 이자를 감당하면서까지 영업할 수밖에 없단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김 의원은 "7개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플랫폼 입점업체 정산대금 대출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 5년간 대출금을 받은 총액이 1조8000억원이 넘는다. 이 규모가 해마다 급증하는데 2019년보다 25배나 늘었다"며 "최근 5년간 이 대출로 발생한 이자가 41억원이 넘는다. 이게 다 어렵게 장사하는 중소상인들에게서 나가는 이자다. 내지도 않아야 될 이자까지 내면서 이렇게 장사를 해야 되는데 플랫폼 경제, 이것 부당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대금 정산 주기가 대규모유통업법(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상 최장 60일로 돼 있다"며 "그러면 이것을 20일, 30일 이렇게 해도 된다. 이 법을 좀 고쳐야 된다"고 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이에 대해 "자율규제 관련해 쿠팡이 대금 정산 시기를 단축하기로 입장을 밝혔고 연내 시스템을 마련한다고 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자율규제의 한계도 지적하며 "(자율규제하면) 소상공인들은 항의할 수없다. 사실은 갑 이야기를 그냥 들어야 한다"며 "괜히 불만 이야기하면 불이익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문제에 대해 입법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율규제가 돼야 될 영역이 있는데 지금 플랫폼 업체 관련 갑을 간 힘의 차이가 너무 크다"고 했다.
온라인 플랫폼 자율규제 논의에서 소상공인 의견이 무시됐단 지적도 나왔다.
최종윤 민주당 의원은 "공정위 온라인플랫폼 태스크포스(TF)가 그간 8차례 회의가 있었고 그 결과를 발표했는데 자율규제의 가장 중요한 원칙인 대화와 타협이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TF 7차 회의에서 공정위가 수수료 문제라든지 교섭권을 다 빼고 아주 부실한 자율규제 방안을 발표한다"면서 "(자율규제 방안에 대해) 입점업체들이 거의 반대를 했지만 공정위가 밀어붙여서 논의에 참여했던 소상공인 업체들을 무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정위 관계자가 작성한 대외비 문건도 공개했다. 최 의원은 공정위 관계자의 발언을 소개하며 "모두의 동의를 요하지 않는다. 배달애플리케이션(앱) 다음은 숙박앱이 있어서 일주일 안에 빠르게 마무리해야 된다"라는 내용을 읊었다.
최 의원은 "(이런) 자율규제로는 플랫폼의 불공정거래행위를 중단시킬 수 없다. 법적 규제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개별 플랫폼과 입점업체가 대화하는데 공정위가 해야 될 핵심적인 것은 대등하고 공정한 위치에서 대화할 수 있게끔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분쟁이 생겼을 때 자율규제로 추진해 오고 있는데 그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제대로 진행이 안 된다면 법적 규율을 가져간다는 계획도 물론 갖고 있다"면서도 "아직은 자율규제가 초기단계라서 그 과정을 조금 더 지켜보고 법제화 부분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은 CJ올리브영의 사례를 들며 "독점적 사업자 지위에서 자신과 거래하는 중소 협력업체들에게 자신들의 경쟁사와 거래하지 말라고 강요했다. 이게 있을 수 있나. 사실이라면 법위반 정도가 아니라 심각한 상황"이라며 "그렇게 지위를 남용한 행위에 대해서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는데 관련된 중소 협력업체들한테 탄원서를 강요했다.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은 한 위원장을 향해 "배달앱 라이더들이 혹시 표준계약서를 얼마나 쓰고 있는지 확인한 적이 있나. 저희도 확인하고 있는데 썼다는 사람 한 명도 찾지를 못했다"며 "쿠팡이나 이런 곳은 '약관'으로 하고 있다. 약관이라서 동의하지 않으면 일을 못하는 구조다. 보통 노동자들은 근로계약서를 쓰도록 돼 있는데 공정위에서 자율에 맡기니 이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정위의 전속고발제 문제도 거론됐다. 전속고발제는 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고발이 있어야 검찰이 수사와 기소를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고발권이 남용돼 기업 활동이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 1980년 도입됐다.
박성준 민주당 의원은 2018년 공정위가 SPC 그룹의 제빵 계열사들의 통행세 거래를 통한 지원행위에 대해 전속고발권을 활용해 고발했는데 검찰에서 최근 불기소 결정이 있었던 부분을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해가 안 가는데 공정거래 관련 부분에 대해 가장 전문성 있는 기관은 공정거래위원회다. 그런데 검찰이 불기소처분을 했다"며 "이러면 독과점 구조가 더 강화되고 공고화되는 문제가 있지 않겠나. 철저히 공정위에서 노력을 기울여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의동 의원은 "지난 정부에서 정부안으로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을 내며 전속고발권을 없애자고 했는데 참 부끄러운 역사"라며 "공정위가 그 기능을 제일 잘 수행할 수 있으니 고발권을 준 건데 그것을 스스로 내려놓겠다고 했다. 이 말씀을 또 드리는 이유는 여러분들에게 주어진 권한을 적절하게 잘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시는 이런(전속고발권 폐지) 요구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유재희 기자 ryu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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